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6학년 때였나 그 무렵 첫 생리를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중고등학생 때는 생리통이 없었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생리통이 심해지기 시작해서 대학교를 다닐 때쯤엔 실려간 적도 있었다. 대학교 수업을 듣는 도중 너무 아파서 잠시 나왔는데 복도에 쪼그려 앉아있다가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가 되고 눈 앞이 하얘졌다. 그러다 지나가던 분이 발견하고 학교 보건실로 연락해 실려가 누워있었던 적도 있다. 매번 이렇게 심하진 않고 아주 가끔 이렇게 아픈데 그때마다 약을 먹어고 누워있으면 그나마 하루를 보낼 정도는 되었다.
독일 온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생리통 때문에 엄청 아팠던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화장실에 갔는데 너무 아프고 움직일 힘도 없어서 바닥에 몸을 동그랗게 말아서 누워서 울고 있었다.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아팠다. 내가 너무 아파하니까 Arne도 울먹거리며 구급차를 불러서 응급실에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구급차를 부른다고 하는 걸 나는 병원에 가도 별 다른 해답이 없는 걸 알기에 겨우 말렸다. 이게 아마 1년 전쯤 일이다.
며칠 전 또 생리를 시작했다. 근데 예전과 달리 신기하게도 생리통이 거의 없어서 출근도 잘 하고 학원도 다녀왔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생리통이 줄어 허리 통증은 전혀 없고 배에 불편한 느낌이 약간 남아있는 정도다. 그렇게 심하던 생리통이 왜 없어졌을까? 아니 중고등학교 때 없었던 생리통이 왜 대학생 때 특히 심해지고 지금은 또 없어졌을까. 한국에 있을 때와 지금 독일 생활을 하면서 생리통에 영향을 미칠만한 차이점을 생각해봤다.
📌 대학교를 서울로 가고 혼자 자취생활을 하면서 자주 먹던 편의점 음식, 레토르트 음식을 독일에 와선 전혀 먹지 않았다. 24시간 열려있는 편의점도 없고 요리를 좋아하고 조리된 식품을 극혐 하는 Arne덕에 거의 밥은 집에서 직접 요리해서 먹었다.
📌 생리대나 탐폰을 쓰지 않고 생리컵을 썼다. 생리대나 특히 직접 삽입하는 탐폰의 경우는 몸에 좋을 리가 없을 듯했다. 한국에 있을 땐 생리대와 탐폰을 썼는데 독일에 와서는 생리컵만 계속 쓰는 중이다. 생리 때마다 돈 나갈 필요도 없고 완전 만족 중이다.
📌 끼고 살았던 전기장판을 독일에선 쓰지 않았다. 추위를 워낙 잘 타기 때문에 한국에 살 때는 전기장판은 항상 침대에 있었고 조금만 추워도 틀고 자서 여름만 빼고 계속 틀고 살았을 듯하다. 전기장판이 몸에 안 좋냬 뭐냬 하지만 추워서 끼고 살았는데 여기선 추우면 물주머니를 끌어안고 잤다.
독일에 와서 갑자기 생리통이 없어진 게 아니라 아마도 이렇게 생활환경이 바뀌면서 서서히 바뀐 게 아닐까. 사람들이 환경호르몬이 안 좋다, 편의점 음식이 안 좋다 해도 나는 별생각 없이 한국에서 저런 생활을 유지해왔었는데 독일 생활 후 1년 만에 실제로 생리통이 없어진 걸 보면서 정말로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소 체험했으니 앞으로도 더 먹는 거도 신경 써서 건강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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