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제목에 첫 눈길이 갔고 독일 소설이라길래 냅다 읽었다. 독일어 원제는 <Und Gott sprach: Wir müssen reden!>다. 직역하면 “우리 얘기해야 해!” 내지는 “우리 얘기 좀 해!” 느낌에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강렬한 원제보다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번역된 제목이 내용과 더 잘 어울린다.
이야기는 심리 치료사 야콥과 자칭 ‘신’이라는 남자 아벨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야콥은 심리 상담가이긴 하지만 상담 일도 없고 전처와의 끝나지 않은 문제로 남을 상담해주긴 커녕 자신을 돌보기에도 벅차다. 전처의 문제에 휘말려 병원에 갔다가 야콥은 우스꽝스러운 서커스 광대 옷을 입은 아벨을 만난다. 그는 심리상담을 해달라며 초반에는 잠시 정신이 왔다 갔다 하는 사람처럼 말하더니 나중엔 자신이 신이라고 고백한다. 아벨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느끼고 이 상담은 없던 일로 하고 싶지만 이미 환자의 상담사의 관계로 엮어버린 야콥은 그가 더 큰 문제를 저지르진 않을까 하고 일단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했다>는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신의 존재’, ‘인간의 의미’에 대해 다룬다고 소개된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 드는 생각은 '글쎄...?'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신과 인간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될 것 같진 않다. 내가 무신론자라서 그런가? 독일에서 베스트셀러였다고 하는데 기독교 신자가 많은 독일에서의 반응은 어땠을지도 궁금하다.
마치 인간처럼 비슷한 걱정거리를 가진 신의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궁금해서 읽다 보니 빠르게 다 읽긴 했다. 하지만 쉽게 읽히는 만큼 딱히 남는 건 많지 않다. 나로선 이런 책도 나쁘진 않았지만 좀 더 깊은 내용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유쾌한 버전의 맨 프로 어스를 본 것 같다.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했다>는 한스 라트의 연작 장편 소설 중 하나다. 야콥을 주인공으로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 <그리고 신은 내게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 두 소설이 더 있다. 다음 편에서는 악마를 주제로 다루나 본데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긴 하다. 나중에 독일어를 잘하게 되면 이 소설을 독일어로 읽을 수도 있을까? 공부는 하나도 안 하면서 그런 날만 오면 좋겠다고 바라는 놀부 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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