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시작한 첫 주라 그런지 한 주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평일에 퇴근 후에는 요리고 자시고 뭘 할 힘도 없어서 라면이나 오트밀 아니면 케밥으로 대충 먹었다. 그러다 보니 주말이 간절히 기다려졌다. 드디어 주말이 되고 뭘 먹을까 하다가 Arne가 김밥을 먹자고 했는데 김밥은 재료 준비하기도 손이 많이 가서 롤은 어떠냐고 물었다. 사실 그냥 던져본 건데 Arne는 좋다면서 덥석 물었다.
롤에 뭘 넣을지 정하는데 예전에 친구가 추천해줬던 Berliner Tor 아시아 슈퍼마켓에 파는 튀김 새우가 엄청 맛있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났다. 이때도 새우튀김은 어떠냐면서 Berliner Tor에서 구할 수 있다고 던져봤는데 Arne는 좀 전까지 아무런 에너지도 없이 집에만 있고 싶다고 해놓고 갑자기 어디서 에너지가 솟았는지 그 슈퍼마켓을 가자고 했다.
📍 Asia-Markt Thanh Phong
친구가 추천해준 새우튀김을 찾아다녔는데 그건 없었고 이게 유일한 새우튀김이었다. 살 때는 몰랐는데 왜 왼쪽 위에 한글이...? 👀 띠용.. 박스에 글을 봐도 한국에서 만들었다는 말은 안 나오는데.. 아무튼 한국 로고를 보니까 반갑다.
새우튀김이 거의 13유로로 살짝 비싸고 안에도 볼 수 없어서 얼마나 큰지 몰라가지고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52개나 들어있다길래 샀다. 집에 와서 열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새우튀김 퀄리티!!
마트에서 날치알 팩도 딱 하나 남았길래 가져왔다. 거의 20유로로 비싸긴 했지만 엄청 꽉 차 있어서 이만큼 덜었는데도 아직 거의 10배 정도 남아있을 정도로 양이 많다. 가격이 비싸도 한 번 사놓고 많이 쓸 수 있어서 사는 걸 추천!
밥도 하고 간장으로 데리야끼 소스도 만들고 아보카도 썰고 새우튀김을 튀겨서 롤을 만들 준비를 했다. 제대로 하려고 유튜브에서 비디오도 몇 개 봤는데 왜 저번에 실패했는지 알았다. 김밥 만드는 것처럼 했는데 보니까 롤은 전체 김을 다 쓰는 게 아니라 반만 잘라서 쓰는 거였다. 어쩐지 밥이 너무 많고 뚱뚱하게 되더라..
데리야끼 소스 👉 물 1, 간장 0.5, 설탕(아가베 시럽) 0.5, 베트남 고추, 후추 넣고 끓으면 전분물을 넣어서 소스처럼 만들어준다.
스리라차 마요 / 와사비 마요 👉 마요네즈 10정도에 스리라차/와사비 1..? 먹어보면서 취향대로 섞어준다.
1️⃣ 랩을 감싸준 김발 위에 반을 자른 김을 올려준다. 김 위에 꽉차게 밥을 올려준다.
2️⃣ 랩 위에 밥알이 달라붙지 않도록 물을 살짝 바른 뒤 밥을 올린 김을 뒤집는다.
3️⃣ 밥알이 아래쪽으로 가고 김이 위쪽으로 왔으면 재료들을 올려준다. 새우튀김, 오이, 아보카도, 연어 등등
4️⃣ 재료를 다 넣었으면 말아서 누드김밥처럼 만든다.
5️⃣ 아보카도를 얇게 썰어서 위에 올리고 김발로 눌러서 모양을 잡아준다.
6️⃣ 날치알, 깨, 소스 등으로 위에 데코를 해준다.
그렇게 완성한 롤! 처음이라서 어떻게 데코를 할지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다. 날치알에다가 아예 굴리기도 하고 소스에다가 위에 뿌려도 보고 아보카도를 놓기 전에 먼저 뿌려주기도 했다. 롤은 만들기는 어려워 보이는 데 재료도 간단하니 생각보다 엄청 쉬웠다.
김밥은 계란도 만들고 당근도 볶고 오이도 절이고 뭔가 할 게 많은데 롤은 익혀야 할 재료가 새우튀김 빼고는 없고 그냥 썰기만 하면 돼서 간다 하고 좋았다. 다음에는 연어를 넣어서 만들어보는 걸로!! 사실 이날도 연어를 하고 싶었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동네의 생선가게가 일주일째 문을 안 열고 있다 😥 문만 열면 바로 연어로 롤을 해 먹을 테다.
제대로 이렇게 롤을 성공해본건 처음인 것 같다. 이날도 너무너무 맛있었지만 다음에 할 때는 밥을 적게 하고 속을 더 많이 넣을 거다. 김발도 하나 더 사서 나는 말고 Arne는 아보카도 누르고 이렇게 분업을 해야겠다. 하나로만 다 말아야 하니까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밥이 식어버린다. 김밥은 밥이 안에 있어서 그나마 좀 덜 식는 거 같은데 이건 바깥에 있다 보니 빨리빨리 만들어야지 더 맛있을 듯했다.
이날 해먹은 롤이 너무 맛있어서 이제는 밖에서 롤 사 먹는데 돈을 덜 쓸 듯하다! 🙌 집에서 할 수 있는 요리가 또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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