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에그타르트를 구워보고 싶었는데 푸드 프로세서가 없어서 엄두가 안 났다. 푸드 프로세서로는 가루랑 버터랑 다 때려 넣고 버튼만 몇 번 누르면 되는 반면 없으면 스크래퍼로 버터를 쌀알 크기가 될 때까지 다지고 반죽을 만들고 어쩌구 저쩌구 되게 손이 많이가 보였다. 스크래퍼로 부지런히 다질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900원이면 사는 제대로 된 스크래퍼가 독일에서는 또 3-4유로 해가지고 1유로 샵에서 산 작은 스크래퍼만 있고 제대로 된 게 없어서 할 맛이 전혀 안 났다. 그래서 결국 푸드 프로세서를 사기로 결심했다!
사실 처음에는 도깨비방망이에 연결해서 쓰는 걸 사고 싶었는데 찾아보니 제대로 된 걸 사야 할 거 같아졌고.. 예산을 50유로 정도로 잡고 보급형을 사려고 했는데 또 조사하다 보니.. 100유로는 돼야 할 것 같아서 예산이 늘어났다🙄 Bosch를 살까 했는데 아마존 후기를 보니 Bosch가 의외로 평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필립스를 살까 했는데 필요 없는 잡다한 구성품들이 많아가지고 뭘 사야 할지.. 고민의 연속이었다. 집에 이미 도깨비방망이도 있고 키친 머신도 있어서 내가 원하는 건 딱 그 푸드 프로세서 기능만 있는 거였는데 마음에 쏙 드는 게 없었다. 2주 동안 사지도 못 하고 유튜브랑 아마존만 찾아보다가 결국 아주 간단한 기능만 있는 필립스 푸드 프로세서를 사려고 했다. 휴대폰으로 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나라를 선택하는 칸에서 버튼이 먹히질 않았다. 차암나.. 길고 긴 조사 끝에 드디어 결제하나 싶었는데 못하고 다음날 컴퓨터로 해야지 했다.
다음 날 화장실에 휴지가 다 떨어져서 아침 일찍 장 보러 갔는데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다지기가 있는 걸 발견했다!!!!! 이럴 수가~~ 푸드 프로세서를 고를 때 대부분 날이 2개라서 4개가 달린 닌자 푸드 프로세서를 살까 고민했었고 담는 통이 플라스틱이라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날도 4개에 담는 통도 유리인 다지기가 있었다. 가격도 아마존에서 39유로에 파는 걸 페니에서는 19유로에 팔고 있었다. 20유로 정도라면 이게 정말 구리다고 해도 별로 화가 나지 않을 것 같아서 질렀다.
용량은 1L라고 적혀있었다. 다른 푸드 프로세서가 1.5L, 2L인 거에 비하면 확실히 작다. 그래서 너무 작으면 어떡하지 반죽 못 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면서 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컸다 😳 1L도 이렇게 큰데 그럼 다른 푸드 프로세서는 얼마나 더 크단 말인가..
신나서 구매한 그다음 날 바로 에그타르트에 도전했는데 반죽도 너무 잘됐다. 푸드 프로세서가 아니고 다지기라서 잘 안되려나 싶었는데 아주 만족! 이게 20유로라니~ 100유로 주고 푸드 프로세서 샀으며 너무 돈 아까울 뻔했다. 기능도 잡다한 거 없이 딱 내가 원했던 다지기 기능만 있어서 좋다.
처음 구워본 에그타르트. 반죽이 약간 질척거려서 걱정했는데 웬걸 너무 잘 나왔다. 틀은 낮은 머핀 틀을 썼다. 처음 한 거 맞냐고~~ 🙊 독일 애들은 에그타르트를 nata라고 하더라.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 Pastel de nata에서 nata로만 부르나보다.
살짝 식혀서 먹어봤는데 필링이 푸딩처럼 몽글몽글 겉에 패스츄리는 결이 살아있어서 너무 맛있었다. Arne도 먹더니 내가 만든 디저트 중에 제일 맛있다고 그랬다. 순위를 매기자면 에그타르트 >>>>> 다쿠아즈, 호두파이 >>>> 마카롱 >> 에끌레어 이 순이라고 했다. 당일 구워서 살짝 식힌 다음 먹은 게 제일 맛있었고 냉장고에 넣어놨더니 다음날에는 패스츄리가 좀 눅눅해지더라.
첫 시도에 이렇게 성공하다니 베이킹 자신감이 올라가서 회사에도 한 판 구워갔다. 디자인팀끼리 아침을 모여서 한 번 같이 먹을 일이 있어서 각자 뭐 들고 오기로 했는데 나는 에그타르트를 구워갔다. 당일에 구워서 먹는 게 제일 맛있어서 새벽에 일어나 구울까 생각도 했는데 그건 너무 오바 같아서 전날 최대한 늦게 구웠다.
도우가 살짝 두껍게 돼서 아쉬웠는데 동료들이 다 너무 맛있다면서 좋아해 줬다. 심지어 맛있다면서 두세 개씩 먹은 사람들도 있었다 🥰 히히 다들 맛있게 먹어줘서 너무 좋았지만 아직도 만족할 수 없었다. 완벽한 에그타르트를 만들기 위해서 이케아에서 도구도 좀 더 샀다.
낮은 머핀 틀을 썼는데 필링도 더 많이 넣고 도우도 안정감(?) 있게 하고 싶어서 높은 머핀 틀 구매!!! 틀 색깔이 좀 이상하긴 했는데 그래도 이케아니까 믿고 구매했다.
도우 잘라내는 거 틀이 없어서 밥그릇으로 도우 찢어가면서 만들었는데 이케아에서 저렴하게 쿠키 틀 구매!!! 지름 11cm로 젤 큰 게 필요했는데 베이킹 샵에 갔더니 큰 것도 없으면서 8cm가 최대인걸 거의 7-8유로에 팔더라. 이케아 💙 이제 도구도 다 구비했으니 완벽한 에그타르트를 굽는 일만 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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