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회사는 작년 7월 코로나가 그래도 조금 사그라질 때쯤 입사를 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모든 인원들이 재택근무를 했는데 날씨도 좋아지고 코로나도 괜찮아지다 보니 사람들도 점점 회사에 오기 시작했다. 회사랑 그렇게 가까이 살지도 않고 일어나서 노트북만 키고 바로 일할 수 있는 재택근무가 너무 좋은데 신기하게도 회사에 나오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회사에서 일이 더 잘 되고 사람들 만나는 게 좋단다. 그리고 공짜 과일과 맥주는 덤. 처음에는 이해를 잘 못했지만 회사에서 친한 사람들이 생기고 출근을 하면서 더 자주 만나다 보니 회사 나가는 게 재밌어지긴 했다.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지는 듯 하니 다른 회사들은 출근을 주 1회 이런 식으로 강제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체 왜지? 집에서 일할 때도 잘 굴러갔을 텐데. 회사에 사람들도 적으면 전기세도 아끼고 이것저것 돈도 덜 들지 않나? 일개 직원으로선 이해가 잘 가진 않는다.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고 앞으로 계속 재택근무를 해도 되는 건지 아니면 우리 모두 회사로 출근해야 할 시기가 있는 건지 사람들이 계속해서 질문을 했었다. 어느 날 인사팀에서 공지가 내려왔다. 우리 회사는 재택 근무가 가능한 회사며 하이브리드 모드로 재택근무와 오피스 근무를 섞어서 할 뿐이지 재택근무가 우선시 되는 Remote First는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회사에서 사람들끼리 소통하면서 아이디어가 샘솟기 때문에 회사로 출근하는 것을 장려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강제로 주 1회 출근! 이런 거 없었다. 그런 게 있다고 해도 대부분 재택근무를 좋아하는데 누가 신경을 쓰며 체크를 할까.
재택근무도 장단점이 있다. 장점이라면 출퇴근으로 낭비되는 시간이 없다는 거. 독일은 지하철 공사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출퇴근하기가 아주 피곤해진다. 그래서 일어나서 대충 씻고 노트북 켜서 일찍 일하면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재택근무 생활이 아주 행복하다. 단점은 조금 심심할 수 있고 아무도 보는 눈이 없으니 게을러질 수 있다는 거다.
오피스 근무의 장단점은 회사 사람들이랑 더 친해지고 장문의 메시지를 쓰는 대신 그냥 바로 옆자리 사람한테 물어보면 되니까 일할 때 소통하기가 훨씬 편하다. 회사 근처에 식당이 많아서 점심에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다. 단점은 점심도 매번 사 먹으니 지출이 많이 생기고 출퇴근으로 인해서 녹초가 된다. 일찍 마쳐도 집에 오면 피곤하다.
몇 주동안 집에 인터넷이 고장 나서 매일 출근을 했는데 죽는 줄 알았다. 예전엔 어떻게 매일 출근을 했는지 모르겠다.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지 겨울에 이렇게 출근했으면 아주 우울했을 거다. 어두울 때 출근하고 어두울 때 퇴근하는 생활은 함부르크의 우울한 겨울을 한층 더 우울하게 만든다. 작년 겨울에 재택근무를 하고 연말에 한국으로 도피해 겨울을 보냈는데 이 두 가지 덕분에 겨울도 견딜만했다.
회사에서 미팅이 굉장히 많은데 한 명이라도 재택근무자가 있을 경우 MS Teams를 이용해 온라인 미팅을 한다. 코로나 초반만 하더라도 이걸 어떻게 쓰는 건지 굉장히 어색했는데 이제는 배경도 넣고 auto-caption도 쓰면서 아주 잘 활용을 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너무 편해서 다음 회사는 풀 재택으로 찾아볼까 하더라도 회사에서 사람들이랑 보내는 시간이 너무 재밌고 오프라인에서 쉽게 해결되는 문제들이 많아서 아직 잘 모르겠다. 또 뭐 어떻게든 하면 되긴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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