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여행 두 번째 날.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해야 하지만 내 여행 스타일은 하루에 하나만!이라서 아주 적당히 일어나서 적당히 시작했다. 런던에 사는 친구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퇴근하고 만나기로 했다. 내 마음대로 보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아! 이날의 목표는 ‘내셔널 갤러리’다.
친구집이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야 했는데 지하철보다는 버스가 훨씬 낫다. 런던의 상징 2층 버스를 타는 게 재밌기도 했고 지하철은 한참 내려가야 하고 갈아타기 복잡하고 시끄럽고 더럽고… 맨 앞자리에 앉아서 런던 풍경을 감상하면서 가기 좋았다. 첫날이라 그런지 모든 게 다 새롭고 신기하고 재밌었다. 혼자 앉아 가다가 사람들이 차기 시작했는데 아주 말이 많은 중년분들이 내 주위에 앉았다. 중국어인지 어떤 언어인지는 모르겠는데 아주 큰 소리로 말해서 시끄럽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 $#$%##$@#???
👩🏻: ….?? (나한테 말하는 건가…?)
🧓🏻: 어느 나라 사람이야?
👩🏻: 한국 사람이야
🧓🏻👵🏼👵🏼: 아하 한국 사람이구나?? 우리는 네가 일본인이라고 생각했어ㅋㅋㅋ한국인이래 한국인
👩🏻: (모지! 어디서 일본인의 바이브를 느낀 거지?)
🧓🏻: 여행하는 중이야??
👩🏻: ㅇㅇ독일에 사는데 친구 만나러 왔어
🧓🏻: 독일? 어디??
👩🏻: 함부르크ㅎㅎ
이외에도 다른 사건들을 통해서 런던 사람들 말이 진짜 많다고 느꼈다. 대중교통에서 쉬지 않고 얘기하고 기차 타러 갈 때도 하루종일 이야기하고 시끄러운 그 런던 지하철에서도 기어코 소리 지르면서 이야기를 한다. 아주 대단한 수다쟁이들이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창문 너머로 프라이마크를 보고 바로 내렸다! 이게 바로 혼자 여행의 묘미. 친구가 런던에서는 휴대폰 소매치기가 아주 흔한 일이라며 겁을 줘가지고 줄 달린 휴대폰 케이스를 살까 하고 들어갔는데 없어서 머리끈만 사서 나왔다. 평일 낮이었는데도 사람이 진짜 많더라. 미어터져나가는 런던이다.
독일에서는 볼 수 없는 신기한 풍경이다. 아무 날도 아니지만 그냥 장식으로 걸려있는 듯한 런던 국기들. 아주 신기하네… 이런 거에서 뭔가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내셔널 갤러리 가기 전에 간단히 밥 먹으러 들린 곳이다. 저번에 포르투갈 갔을 때 Bao를 처음 먹어보고 진짜 너무 맛있어서 충격 먹어서 또 먹고 싶었는데 함부르크에는 잘 없더라. 런던에 Bao 가게가 많아서 너무 좋았다. 기회가 될 때마다 Bao를 먹었다.
📍BAO Soho
https://maps.app.goo.gl/6BU4kzdqhYi3K7KV6?g_st=ic
문 앞에서 들어가려고 하니까 직원이 바로 맞이해 줘서 나도 모르게 들어가서 앉았다. 앉아서 막 메뉴판도 주고 이거 저거 설명해 주는데 그제야 정신이 들어서 테이크아웃 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러면 주문하고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나중에 친구한테 말했더니 런던에서는 안에서 먹는 거랑 포장이랑 가격이 달라서 그렇다고 하더라. 이날의 목표는 내셔널 갤러리인만큼 거기 가기도 전에 점심에 많은 시간을 쓰면서 거하게 먹고 싶지 않아서 Classic Bao 하나만 테이크아웃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받은 Bao! 뭐야 너무 작잖아???? 포르투갈에서는 찐빵 사이즈여서 둘이서 나눠먹고 했는데 이건 뭐 두 입이면 끝날 사이즈다. 그래서 아이 뭐야 실망! 하고 한 입 했는데
대 충 격 😦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요 삼겹살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나요… 너무 맛있었다. 내셔널 갤러리를 가야 해서 안에서 못 먹었지만 다음에 꼭 안에서 여러 개 먹어보고 싶은 맛이다. 가게 분위기도 깔끔하고 좋고 바 자리가 있어서 혼자가도 된다. 런던에서 Bao를 여러 번 먹었는데 여기 Bao가 베스트다. 낡은 휴대폰 때문에 그 맛있음을 담지 못한 것 같아서 너무 아쉽다. 런던 또 가면 무조건 여기 또 간다!
배도 채웠겠다 근처 내셔널 갤러리로 가려고 땡볕의 소호 거리를 걷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녹아내리는 줄 알았다.
📍National Gallery
https://maps.app.goo.gl/BJ486EPEqscvQaWX6?g_st=ic
내가 제일 보고 싶었던 터너 그림이다. 지난번 런던 여행 때 와서도 봤지만 너무 좋다. 나도 이렇게 그리고 싶어 🥹
두 번째로 좋았던 그림. 모르는 작가인데 색감이 너무 예뻐서 집에 걸어두고 싶다. 이외에도 재밌게 본 작품들이 많다. 입장료 무료고 짐 맡기는 것도 무료라서 편하게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다음으로 런던에 오면 꼭 들리고 싶었던 M&M 스토어를 갔다. M&M 초콜릿을 좋아하진 않지만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서 예전에 여행할 때 동전지갑과 키링을 샀는데 그게 너무 마음에 들어서 또 사고 싶었다.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달콤한 냄새가 한가득 난다.
내가 찾던 동전지갑!! 근데 예전에 샀을 때는 M만 적혀있는 게 아니라 캐릭터 표정이 있어서 귀여웠는데… 그냥 M만 적혀있어서 안 샀다 😞
아무리 찾아도 내가 샀던 키링은 없었고 이렇게 캐리어 피규어가 달린 키링이 있었다. 열쇠도 키링도 다 잃어버린 마당에 이거 하나 살까 하다가 마감처리가 너무 아쉬워서 고민고민하다가 내려놨다.
너무 귀엽자나
이것도 너무 귀여운데 이제 나는 어른이니까… 아쉽게도 M&M 스토어에서는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나왔다. 여기 갔다가 바로 맞은편에 있는 레고 스토어도 갔는데 거기서도 별로 건질 게 없어서 또 빈손으로 나왔다. 돌아다니기만 하고 산 것도 없고 지쳐서 이제 당충전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버블티 가게를 검색해 봤다. 시내 한복판에 차이나타운이 있어서 그런지 버블티 가게가 한 20개는 되는 듯했다. 그중에 리뷰도 많고 평점도 좋은 곳으로 갔다.
📍Xing Fu Tang
https://maps.app.goo.gl/SwTsACyYEwhMNf2w8?g_st=ic
가게 바로 앞에 이렇게 솥 같은 곳에서 타피오카를 끓이고 있더라.
원래 마시던 대로 흑당버블티에 노아이스로 해서 주문하려고 했더니 여기는 얼음양이 정해져 있다며 커스텀이 안된다고 했다. 설탕양도 얼음양도 둘 다 조절이 안 됐다. 함부르크 버블티 가게가 최고네. 평점도 좋고 해서 찾아간 곳인데 그냥 누가 사주면 먹을 맛이다.
날씨 좋은 런던을 즐기고자 버블티를 가지고 Hyde Park로 갔다. 런던 오기 전에 많은 친구들이 추천해 준 공원인데 여기에 특이한 점은 주말에 자유토론회(?)가 열린다는 거다.
📍 Speaker’s Corner
https://maps.app.goo.gl/3DCuXU1MjQD6Hxmx9?g_st=ic
주말에 Speaker’s Corner로 가면 사람들이 모여가지고 토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토, 일 둘 다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요일에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건 봤다. 진행 방식은 각자 조그만 단상을 가져온다. 그리고 순서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토론 주제를 단상 위에 올라가서 발표하고 토론하고 다음 주제로 토론하는 방식이다. 재밌는 주제들이 많이 나온다고 하니 시간이 되면 가보면 좋겠다.
원래 Hyde Park에서 쉬면서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려고 하루종일 무거운 아이패드를 이고 지고 다녔는데 누워있는 게 너무 좋아서 아이패드를 열어보지도 않았다 😅 그냥 공원에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거 너무 좋아 💚 공원에 좀 누워있다가 친구가 퇴근하고 데리러 와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런던에 인도 음식점이 많다길래 가기 전 인도 친구에게 추천해 줄 곳 없냐고 하니까 자기는 런던 안 가봤다고 😂 그래도 자기 친구가 런던 가면 꼭 들리는 음식점이 있다면서 소개해준 곳이다. 별 기대 안 했는데 들어가자마자 분위기가 장난 아니었다. 아주 제대로 된 음식점! 런던 인도 음식점하면 Dishoom이 유명한 것 같은데 안 가봐서 비교는 못 하겠지만 여기 아주 만족이다.
📍 Masala Zone Covent Garden
https://maps.app.goo.gl/12hUcZjyRZvjB6nz6?g_st=ic
인도 음식점에서는 당연히 라씨 주문! 망고라씨 💛 친구는 새로운 걸 도전해 보겠다며 Chaas라는 걸 주문했는데… 아주 소금물이었다. 인도 음식점에서는 망고 라씨를 주문하기 바란다.
탄두리 치킨을 먹고 싶었는데 탄두리가 메뉴에 아예 보이지도 않길래 아 뭐 먹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좀 고민하는 걸 보더니 직원이 샘플 가져다줄 테니 먹어보라고 이렇게 가져다줬다. 너무 친절하잖아 🥹 버터치킨 커리, 매운 커리, 그린 커리 이렇게 가져다줬는데 버터 치킨을 한 입 먹은 순간 우리 둘 다 “대ㅐㅐㅐ박 이거 진짜 맛있다 이거 시켜야 된다 버터 치킨!!! 😵” 다른 버터치킨 커리도 많이 먹어봤는데 진짜 괜찮았다. 매운 커리도 괜찮았는데 끝맛이 좀 매웠고 그린커리는 고수 맛 때문에 별로였다.
16파운드짜리 버터치킨이랑 이거 시키면 커리만 나온다길래 갈릭 난도 추가했다.
밥도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치킨 비야니? 비르야니? 주문
여행 내내 렌즈를 꼈는데 일회용 인공눈물을 쓰다가 어차피 맨날 쓸고 하나 사면 좋을 거 같아서 친구 거 따라 사려고 찍었다. 독일의 데엠, 로스만 같은 곳이 런던의 Boots, Superdrug인데 이거는 Superdrug에서 살 수 있다. 무난하게 쓰기 좋았던 인공눈물.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음식이 나왔는데 커리가 생각보다 평범한 곳에 나왔다. 보통은 그 밑에 불이 있고 계속 데워지는 그릇에 나오던데 여기는 그냥 접시에 담아줬고 오히려 밥을 뜨거운 불판에다가 담았다. 신기하네. 버터치킨은 미리 맛본 대로 아주 너무 맛있었다. 친구가 인도 음식을 처음 먹어본다고 했는데 아주 입맛에 잘 맞다고 했다. 역시 버터 치킨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브랴니도 밥이니까 당연히 맛있을 줄 알았는데 고수맛이 나면서 이건 뭐지? 싶은 맛이었다.
👩🏻: 우리 아까 주문할 때 고수 빼달라고 했거든? 근데 여기 밥에서 고수 맛이 좀 나는 거 같아…
🤵🏽♂️: 음.. 내가 다시 주방에 확인해 볼게
… 잠시 후 ⏱️
🤵🏽♂️: 주방에 확인해 봤는데 밥을 요리할 때 이미 고수가 들어가는 거라서 이거는 고수 빼는 게 불가능해
👩🏻: ???? (그럼 우리가 고수 빼달라고 할 때 말을 해주든가…. 뭐지?) 아 그래?? 말 안 해줘서 몰랐네
🤵🏽♂️: 다시 요리해 줄까?
👩🏻: 아냐 이미 조금 먹었는데 뭐… 그냥 먹을게
고수가 생으로 들어간 게 아니라서 향이 엄청 강하지 않고 약간 긴가민가한 맛이라서 그냥 먹었다. 다음에 가면 비르야니는 안 시키고 그냥 커리들만 주문할 테다.
다 먹고 집 가는 길에 코벤트가든도 구경하고 세븐다이얼 어쩌구도 구경하고 해리포터 뮤지컬 극장도 구경했다. 어딜 가든 사람들이 바글바글
마지막으로 집 가기 전에 친구가 보여줄 게 있다면서 데려갔다. Tottemham Court Road 역에 가면 이렇게 엄청 큰 스크린이 있는데 전시하는 것 마냥 매번 내용이 바뀐다고 한다. 이날도 신기한 패턴들을 이용한 효과들이 상영되고 있었다. 의자도 있어서 앉아서 멍 때리면서 구경하기 좋다. 별 거 안 한 것 같은데 런던이 워낙 커서 돌아다니다 보니 하루가 다 갔다. 날씨도 좋고 볼 것도 많고 음식도 맛있고 행복했던 둘째 날이다.
https://maps.app.goo.gl/GkG2mYDaXBU7KtL18?g_st=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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