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에서 / 사는

독일 생활 :: 공원에서 하는 서른살 생일 파티 🎂🌳🥳

by Hyedy 2023. 8. 7.

지난 월요일부터 한국에서도 독일에서도 서른 살이 됐다. 독일에서 그렇게 나이를 의식하고 살지 않아서 그런지 서른 살이라고 하니까 굉장히 어색하다. 삼십 대가 된 기분이 어떠냐고 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삼십 대가 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것도 없다. 독일에서는 매년 하는 생일 파티보다 20살, 30살 이렇게 10년 단위 생일파티에 굉장히 많은 의미를 두고 크게 한다. 저번에 독일 여자애의 서른 살 생일파티를 간 적 있는데 그 여자애가 미혼이라 독일에서 서른 살이 될 때까지 결혼하지 않았을 경우 치러야 하는 의식도 봤다 🤣 별 건 아니고 문고리에 누텔라나 땅콩버터 같은걸 다른 사람들이 바르면 그걸 청소를 해야 하는데 게임을 하면서 결과에 따라서 툴을 휴지 조각을 받기도 하고 면봉을 받기도 하는 아주 재미있는 게임 같은 거다.

서른 살을 기념하며 그렇게 까진 하고 싶지 않았고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다 같이 편하게 먹고 놀고 싶었다.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없었는데 친구가 자기가 저번에 공원에서 하는 생일 파티에 초대됐는데 너무 재밌었다면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피크닉정도로만 생각해서 메시지로 알릴 생각이었는데 친구가 이렇게 파티를 하는 거면 Save the date를 보내야 한다면서 들들 볶아서 초대장도 만들었다.


고작 서른 살 생일파티에 Save the date까지 만들어야 한다니 너무 하기 싫어서 대충 사진 골라서 그림 그리는 앱으로 휘갈겼는데 생각보다 너무 마음에 들잖아? 😏 다들 귀엽다고 해줬다. 생일은 31일이지만 월요일이라 그 주 토요일로 하고 일어나서 밥 먹고 준비하고 여유롭게 갈 수 있도록 2시로 했다. 한 달 전부터 날짜를 정하고 초대장을 보냈는데 그 이후부터 날씨가 안 좋으면 어쩌나 계속 일기 예보를 체크했다. 그렇게 안 좋은 거 같지는 않은데 비 올 확률이 40 퍼여서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주일 전이 되자 아예 그 주 내내 비가 내린다고 날씨 예보가 바뀌었다.

초대한 친구들에게 날씨가 좋으면 공원이고 안 좋으면 우리 집에서 할 거라고 다시 메시지를 보내고 집에서 하는 쪽으로 거의 계획을 변경했는데 기적적으로 목요일부터 날씨가 다시 바뀌어서 토요일만 날씨가 좋게 바뀌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전까지 내내 비 오는 일기예보였는데 이렇게 토요일만 딱 비가 안 오게 바뀌었다. 날씨가 조금 흐려도 비만 안 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햇빛도 쨍쨍해서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고 밖에서 딱 놀기 좋은 날씨였다.



토요일 파티를 앞두고 그 주에 조금씩 준비하기 시작했다. 각종 간식이랑 요리할 재료들을 샀는데 마트에서 한 번에 이렇게 많이 사 본적은 처음인 듯…




그렇게 많이 산 것 같지도 않은데 이것저것 있다 보니 150유로 정도 나왔다 😵 날씨가 다시 좋아져 야외에서 하는 걸로 확정을 하고 바베큐하고 그럼 음식은 뭘로 준비할까 고민하다가 잡채 이런 것도 생각했는데 당일보다는 며칠 전에 미리 준비해 놓을 수 있는 음식들이 덜 정신없을 거 같아서 감자 샐러드, 쿠스쿠스 샐러드, 크림치즈딥, 토마토 버터, 치즈케이크를 준비하기로 했다.




술은 가져가기 쉽게 박스에 담긴 걸로 사고




집에 있는 술들도 다 가져가려고 꺼냈다. 내가 좋아하는 Lillet랑 Aperol 🥂





금요일까지 음식이랑 술은 다 준비를 해놓고 토요일 아침에 마지막으로 마트를 들러서 빵, 얼음, 바베큐할 고기를 샀다. 바게트를 사려고 했는데 독일인이랑 나랑 빵에 다른 기준이 아주 달랐다 🤣


👱🏻‍♂️: 빵 몇 개 정도 사지??
👩🏻: 흠… 2개?
👱🏻‍♂️: ….?!?!?!?! 나는 5개 아니면 6개 고민하고 있었는데????
👩🏻: 나는 1개 생각하다가 여유롭게 2개라고 말한 건데???? 🤣
👱🏻‍♂️: 사람이 몇 명인데 6개는 사야지
👩🏻: 그래;;; (고기 먹어야지 빵을 왜 먹냐고)

그래서 바게트 6개를 샀다. 한국에서 고기 구워 먹으면 냉면이랑 밥, 된장찌개 이런 게 필수로 나오는 것처럼 독일 사람들은 바베큐하면 독일식 감자 샐러드랑 빵을 꼭 같이 먹는다.




공원에다가 주차를 하고 짐을 다 싣는데 저 카트가 대박이었다. 몇 년 전에 피크닉 갈 때 쓸 거라고 친구가 산 카트인데 매번 취소돼서 못 쓰고 이번에 처음으로 썼다. 맥주 50병 정도 담고 그위에다가 음식, 고기, 얼음, 그릴 등등 죄다 올렸는데도 안 무너지고 아주 튼튼했다.




공원에서 피크닉을 하면 항상 화장실이 문제였는데 예전에 친구가 Planeterium 화장실을 무료로 쓸 수 있대서 이 앞에 자리를 잡았다. Stadtpark 안으로 들어가면 더 탁 트이고 예쁜 곳이 많지만 화장실 생각하면 그 뷰를 포기할 수 있다. 무료 화장실인데도 깨끗해서 다들 화장실 걱정 없이 편하게 놀았다. 위치가 신의 한 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짐이 엄청 많다. 카트로 한 3번은 옮겼나… 이날을 위해서 캠핑 테이블도 샀다. 날씨가 안 좋아서 못 쓰고 집에서 파티하나 싶었는데 쓰레기 봉지도 걸어놓고 아주 야무지게 썼다.




이케아 플라스틱 박스를 가져와서 얼음을 채워놓고 아이스박스로 썼다. 날씨가 덥지 않아서 미지근한 맥주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지만 시원한 게 더 좋으니까! 얼음이 부족한 거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들 잘 마셨다. 캠핑 그릴이 있어서 라면도 가져왔는데 다들 보고 라면도 가져왔냐면서 신나했다 🤣





준비해 온 음식들 ✨ 감자샐러드 하느라고 진짜 고생했다. 한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나온 감자샐러드가 너무 맛있어서 도전했는데 감자 삶고 껍질 벗기고 뭉개고 섞고 하는 일이 진짜 손이 많이 가더라. 그래도 고생한 보람 있게 다들 맛있다고 잘 먹어주었다.




째깐한 그릴로 야무지게 바베큐도 했다.





친구가 가져온 크림치즈 양송이랑 구워 먹는 치즈 등등 다들 잘 구워 먹고 있더라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친구들이 와서 라면 먹어도 되냐고 했다 당연하지!!!! 드디어 캠핑 그릴을 쓸 기회가 왔다. 그동안은 집에서만 요리를 해 먹었는데 드디어!!! 야외에서!!!! 마실 물으로는 탄산수를 사가지고 라면용 물을 따로 가져왔는데… 너무 조금이라서 탄산수로 끓여 먹었다 😂 바베큐하고 남은 차돌박이가 있어서 다 넣어버렸다. 독일 공원에서 차돌박이 라면이라니 아주 호화로운 라면이 됐다.




3개밖에 안 끓였는데 왜 이렇게 많아 보이지;;;; 밖에서 라면 끓여 먹으니까 물놀이하다가 먹는 기분도 나고 너무 맛있더라. 친구가 30살 풍선도 가져와주고 초도 가져와서 사진도 많이 찍고 너무 재미있게 놀았다. 2시에 모였는데 거의 열두 시쯤 해산하고 레퍼반가서 더 놀다가 거의 집에 3시에 돌아왔다. 이렇게 재밌는 서른 살 파티라니. 벌써 마흔 살 파티가 기대되자나 😏





친구들이 준 고마운 선물들 💓 파티 당일날은 정신이 없어서 못 뜯어보고 다음날 아침 내내 골골거리다가 저녁이나 돼서야 정신 차리고 풀어봤다. 다들 내가 좋아하는 찰떡같은 선물들만 줬더라 아주 감동이야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