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를 하나라도 하는 사람이면 한 번쯤 봤을 법한 사진이다. a Distracted Boyfriend meme이라고 불리며 여자친구와 있으면서도 다른 여자를 훑어보는 사진인데 텍스트를 얹어진 사진을 더 많이 봤을 것이다. 볼 때마다 남자가 불쾌하게 훑는 표정 외에도 왠지 모르게 찝찝한 기분이 더 들었지만, 뭐라 말할 수 없어서 그냥 넘기곤 했는데 오늘 본 기사에서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명쾌하게 알 수 있었다.
스웨덴의 한 인터넷 회사에서 a Distracted Boyfriend meme을 활용한 광고를 만들었다. 아래와 같이 여자친구에는 ‘현재 직장’ 문구를 다른 여자에게는 ‘Bahnhof’라는 텍스트를 넣어 현재 직장보다 Bahnhof가 훨씬 더 매력적이라는 메시지를 의도했다고 한다.
스웨덴의 자율 광고 규제단체는 이 광고에 대해 여성을 마치 대체 가능한 물건처럼 대상화했다는 점 그리고 여성을 대상화하는 스테레오타입의 남성을 묘사했다는 점을 들어 성차별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광고를 본 사람 중 어떤 사람은 마치 남자는 직장을 바꾸는 것처럼 여자도 바꾼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Bahnhof는 여성, 남성 성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가 더 흥미롭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사진을 썼을 뿐이고 성별은 상관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가 뭐였던 간에 보는 사람들은 ‘남자=보는 사람, 여자친구=현재 직장, 다른 여자=더 흥미로운 옵션’과 같이 성별과 연관 지어 ‘남자는 여자친구가 있어도 다른 여자에게 관심이 가는 것처럼 현재 직장보다 Bahnhof에게 관심이 간다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에 Bahnhof가 ‘우리는 그런 의도가 아니어서 성별과 관련 없어’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한 태도다. 정말로 이 광고를 기획할 때 ‘남자’가 ‘다른 여자’를 쳐다본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고 기획했을까. 말도 안 된다. 이후 Bahnhof는 궁색하게 다른 성별, 동물의 사진으로 대체된 사진을 올렸다.
사실 인터넷 회사이니만큼 인터넷에서 많이 돌아다니는 사진을 통해 광고함으로써 친숙하게 다가가려고 했던 의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 계정도 아니고 올리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해봤어야 한다고 본다. 누군가는 웃자고 만든건데 왜 웃어넘기지 못 하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여기에 관련된 내용이 기사에 있었다.
If someone takes an artwork and uses it as an illustration for an advert, the judgment is about the advert and not the artwork. It was an overall assessment that the jury made, on the image and text and how they were used in an advert. In this context, they found that it was gender-discriminatory.
비록 전에는 짤방으로 쓰이며 웃어넘겼을지도 모르나, 광고에 사용된 이상 짤방이 아닌 ‘광고’로 봐야 하며 광고에 대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짤방과 달리 단순 개인 계정에 업로드된 것도 아니고 기업의 공식 광고로 쓰인다면 파급효과 또한 다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진들을 계속해서 보면서 ‘남자는 여자친구가 있어도 다른 여자들을 훑어본다’라는 남성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이 생기고 ‘남자는 그래’로 합리화되는 것이다. 이 광고는 여자를 교체 가능한 직장과 같이 대상화 한 점, 남자를 여자친구가 있어도 한눈파는 사람으로 묘사한 점으로 보아 명백히 성차별적이다. 앞으로 이 사진을 이용해 광고하는 회사는 더 없었으면 한다.
참고 기사
- http://s.muz.li/ZWFjZmM5ZGUx
- https://www.thelocal.se/20180927/why-we-ruled-that-a-distracted-boyfriend-meme-advert-was-sex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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