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에 코감기에 걸려서 코 스프레이를 썼었는데 약국에서 살 때 1주일 쓰고 1주일 쉬면서 쓰라고 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고 감기는 아닌 거 같은데 계속 코가 막혀서 스프레이를 계속 썼다. 약사님이 쓰지 말라고 했으니 안 써야지 하면서도 코 스프레이 효과가 너무 좋아서 밤에 코 막혀서 잠을 못 잘 때면 그냥 뿌리고 잤다. 스프레이를 2주쯤 썼나 슬슬 약국에서 1주일 넘게 쓰면 안 된다는 말이 떠올라서 불안할 때쯤 병원을 가기로 했다. 독일에서 응급상황이 아니라면 하우스 닥터에게 먼저 가고 하우스 닥터가 전문 병원으로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하우스 닥터는 예약 없이 바로 갈 수 있는데 지난주에 출근하기 전 아침 일찍 하우스 닥터 병원으로 갔다. 8시에 문 연대서 7시 45분쯤 갔는데 아무도 없어서 ‘이거 여는 거 맞나…. 오늘 안 하나….’하고 있었는데 한 55분쯤 되니까 6~7명이 내 뒤로 줄 섰다. 역시 일찍 와야 한다. 보험 카드를 보여주며 접수하고 몇 분 기다리니까 바로 하우스 닥터를 만날 수 있었다. 예전에 낮에 왔을 때는 거의 2-30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일찍 오니까 좋네. 닥터에게 감기는 아닌데 매일 코가 막히는 거 같아서 불편하고 코 스프레이를 사용하고 있다 등등 설명을 하니 이비인후과로 가면 된다고 종이를 적어줬다.
약국에서 코막힌다고하니까 줘서 쓰고있던 코 스프레이
다행히도 이비인후과는 근처였는데 바로 가니까 당일 진료를 보려면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무슨 진료 받는데 2시간을 기다리냐. 대체 독일 병원은 뭐가 문제인 걸까? 그래서 못 기다리니까 테어민 잡아달라고 해서 1주일 뒤인 그 다음주 목요일 아침으로 테어민을 잡았다. 예약은 8시 30분이었는데 15분쯤 도착해서 너무 일찍 온 거 아닌가 하면서 들어갔는데 별말 안했다. 약속 시각 딱 맞춰서 가는 것보다 일찍 가도 되니까 일찍 가서 차트도 작성하고 기다리는걸 추천한다. 이 병원은 처음이라서 차트를 작성했는데, 왜 왔는지, 복용하는 약은 있는지, 임신 여부, HIV 같은 질병 경험 여부 등등에 관해 적혀있었다. 독일어로 적혀있어서 사전 찾아가면서 다 작성해갈 때쯤 ‘Frau xxx’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갔다. 회사에서도 다들 이름을 부르니 저렇게 불릴 일이 별로 없어서 매번 들을 때마다 한 번에 나 부르는 줄도 모르고 몇 번 들어야 그제야 난 줄 안다. 진료 받는 줄 알고 불러서 가니까 의사 방문 앞에서 기다리라고 부른 거쳤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기다림의 연속의 나라. 기다리다 또 ‘Frau xxx’를 불러 방으로 들어갔다.
리셉션에 있던 귀여운 곰돌이
잘보면 HNO라고 적혀있는데 Hals-Nasen-Ohren의 줄임말로 독일어로 목, 코, 귀다.
이비인후과 줄임말이 영어로는Ear-Nose-Throat라 ENT지만 독일어로는 HNO
한국 병원이랑 생긴건 비슷했다. 신기했던건 들어가려면 초인종을 눌러야 한다는 것.
갔을 때 닫혀있어서 뭐지? 했는데 옆에 있던 초인종을 누르니 문을 열어줬다.
병원 리셉션에 있는 분들은 영어를 못 하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의사들은 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독일어를 겨우 단어로 말할 수 있는 나에겐 그나마 다행이었다. 진료를 봐주신 의사 분은 굉장히 친절했는데 어디서 왔냐 여기서 공부하냐 등등 물어보고 그랬다. 코막힘, 비염 증상을 설명하자 알레르기 검사를 하자고 했다. 알레르기 검사는 피로 하는줄 알고 팔을 걷으라고 했을 때 피를 뽑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간호사가 팔에 번호를 1번부터 15번까지 적는게 아닌가. 그걸 보면서 ‘....15번이나 주사를 놓는건가? 그건아니겠지....설마.....’ 하며 동공지진했는데 그냥 액체를 떨어뜨리고 거기에 바늘 같은걸로 콕! 찌르는게 다 였다. 바늘로 찌를 때는 따끔하긴 했지만 주사 맞는 것보단 훨씬 덜 아팠다.
알레르기 검사지 개와 고양이는 기르지 않고 곰팡이는 없어서 16-20번은 검사 안 했다.
한국에서 알레르기 검사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으나 독일에선 이렇게 했다.
14, 15번이 빨갛게 부어오른게 보인다.
알레르기가 있을 줄은 알았는데 막상 빨갛게 반응이 오니까 신기했다. 엄청 간지러웠는데 긁지 말래서 겨우 참았다. 15분이 지나고 의사에게 알레르기 반응 온 걸 보여줘야 해서 팔에 그대로 두고 의사 방문 앞으로 가서 기다렸다. 알레르기 검사를 보더니 하는 말이 진드기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줄 알았는데 진드기 알레르기라니. 스프레이를 처방해줄테니 지금 쓰고 있는건 그만 쓰고 이걸로 하루에 2번 아침, 저녁으로 뿌리고 진드기 안 생기게 하는 매트리스 커버를 써야한다고 했다. 스프레이도 뿌리고 매트리스도 신청해서 지내다가 4주 뒤에 한 번 보자며 진료는 끝났다. 매트리스 커버를 샘플을 보여줄 때 ‘뭐지 이거 영업하는건가?’ 싶었는데 따로 돈 내라는 말도 없고 보험사에서 내주는 건지 나중에 돈을 내는건지 헷갈린다. Arne가 돌아오면 물어봐야지. 아무튼 진드기 때문이라니 청소를 좀 더 자주해야겠다 싶었다.
진드기에 동그라미
처방받은 알레르기 비염 스프레이인가? 가격은 5유로였다.
병원 다녀와서 Arne가 의사가 뭐라고 했는지 되게 궁금해했다.
👩🏻: 나 알레르기 검사했는데, 진드기 알레르기있대
👱🏻♂️: 우리집에 진드기 있어?????
👩🏻: 당연히 있겠지!! 우리 카펫이랑 소파 청소 안 하잖아
👱🏻♂️: 아하 (구글링 좀 해본 뒤) 우리 그럼 주말에 대청소 하자 청소기도 새로 사고 살균 소독도 하고 스페셜 매트리스 커버도 주문하자!!!
👩🏻: 오키도키
그래서 금요일에 Arne도 오니까 이번 주말엔 대청소하면서 보내기로 했다. 혼자 2주나 있으니까 심심하다. 얼른 돌아왔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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