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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 사는

독일 생활 :: 함부르크 축구 경기장에서 분데스리가 경기 보기 (Hamburg vs Rostock)

by Hyedy 2022. 7. 25.

아빠와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매번 분데스리가 경기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데 정작 나는 독일에서 거의 4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경기장에 가본 적이 없었다. 딱히 축구에 관심 없기도 하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한국에 있을 때도 친구가 놀러 왔을 때 한국 경기장에 가보고 싶대서 야구장에 처음 갔다. 반면 동거인은 함부르크 팬으로 경기가 있으면 꼬박꼬박 챙겨보고 친구들이랑 경기장에 가는 것도 아주 좋아한다. 나도 한 번 ‘그래 언젠간 한 번 가보지 뭐’라고 말했는데 몇 주째 휴가 중이라 심심했던 동거인이 바로 이번 주 일요일 함부르크 경기를 보러 가자고 티켓을 사버렸다. 그렇게 얼떨결에 분데스리가 경기를 관람하게 됐다. 티켓을 사자마자 바로 아빠한테 자랑 했다 😎


함부르크에는 축구 경기장이 두 군데 있는데 함부르크 구단인 HSV는 Stellingen에 St.Pauli는 St.Pauli 역에 있다. HSV 경기를 보러 가는 거니 Stellingen으로 가야 했는데 너무 떨어져 있어서 한참을 가야 했다. 역에 도착하니까 경기를 보러 가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역에서 내리면 또 바글바글 사람들이 모여있다. 여기서 간단히 감자튀김이나 소시지 같은 간식들을 팔길래 흘깃거리고 있는데 우리는 경기장 안에서 먹을 거랬다.



St.Pauli 경기장은 역에서 내리면 바로 근처에 있지만 HSV 경기장은 역에서 내려서 한참을 걸어야 했다. 이렇게 사람들과 같이 공원을 따라 걷는데 원래는 이미 오기 전에 술을 진탕 마시고 역에서 나와 걸으면서도 마신다고 하는데 오늘은 술을 안 마셔서 너무 길게 느껴졌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벌써 지쳤다. 



걷다 보면 함부르크나 오늘 경기 Hamburg vs Rostock 관련된 용품들을 파는 걸 볼 수 있다. 우리도 집에 함부르크 머플러가 하나 있어서 가져올까 하다가 날씨가 너무 더워서 안 가져왔는데 사람들은 덥지도 않은지 한여름에 머플러를 두르고 다니더라 대단하다 이 더위에 👍

 



좀 걷다 보면 또 나오는 맥주 마시는 곳. 중간중간 맥주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이 계속 나오니까 술 떨어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다만 많이 마셔본 친구의 말로는 엄청 비싸고 시원하지도 않다고 한다.



좀 걷다 보면 경기장 지도가 나오는데 이때 좌석을 확인한 후 입구와 가까운 곳으로 가면 된다. 이 표지판이 나오길래 거의 다 온 줄 알았는데…



한참을 더 걸어야 도착했다. 거의 더위에 녹아내릴 때쯤 드디어 경기장의 모습이 보였다.




우와아아아아앙 함부르크 경기장이다! 인터넷에서 구매한 표에 꼭 인쇄를 하라고 적혀있길래 우리도 인쇄를 해왔다. QR 코드로 입장하는 방식이라서 휴대폰으로도 잘 될 것 같은데 액정 밝기라든지 햇빛 때문에 인식이 잘 안 된다든지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인쇄를 하라고 적혀있는 거 아닐까 🤔 QR 코드를 찍고 들어가면 몸수색과 짐 검사를 한다.




검사를 다 통과하면 이렇게 입구가 나오는데 알아서 들어가면 된다. 귀여운 함부르크의 마스코트 💙



조금 늦었지만 음식을 포기할 순 없지! 줄이 길에 있었지만 오래오래 기다려서 음료와 소세지를 샀다. 그릴에 구운 소세지를 줄 줄 알았는데 물에 대친 비엔나 소세지였다. 그래서 마지막에 바꿀까 고민했는데 이미 주문을 해버려서 어쩔 수 없이 먹었다. 맛있긴 했지만 아쉬운 맛. 빵도 퍽퍽했다.




드디어 우리 좌석에 앉았다. 거의 뭐 3일 전에 예매를 해서 좋은 자리는 아니지만 전체 흐름이 눈에 잘 들어와서 나름 괜찮았다. 자리도 그늘져서 너무 덥지도 않고 딱 좋았다. 예전 함부르크에서 뛰었던 유명한 선수가 며칠 전 돌아가셔서 이날 경기 전에 짧게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래서 이날 HSV의 상징인 파란색보다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대박이다 로스톡 팬들 자린데 폭죽 터뜨리고 난리 났다. 예전에 집에서 어떤 경기를 봤을 때 너무 폭죽이 많이 터지고 연기 때문에 사람이 잘 안 보여서 나는 무슨 빈자리에 폭죽만 터뜨리는 기계가 따로 있는 줄 알았는데 다 사람들이었다…😳



집에서 소파에 누워서 볼 땐 딴짓하면서 별로 관심도 안 갔는데 실제 축구장에 와서 보니까 너무 재밌다. 그렇게 함부르크 팬도 아니었는데 괜히 함부르크가 골 못 넣으니까 아쉽고 제발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이래서 다들 경기장에 와서 보나? 나중에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와서 경기장에 꼭 데려갈 테다. 너무 웃긴 게 약간 골을 넣을만하거나 긴장된 순간이 오면 사람들이 미어캣 마냥 우르르 일어선다. 또 선수가 교체될 때 선수 이름을 호명하는데 예를 들면 🗣:Manuel!!!이라고 방송에서 말하면 사람들이 👥: Neuer!!! 이렇게 성을 말한다. 너무 귀엽잖아 🥹



0:0으로 전반적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었는데 이게 뭐야!! 😂 주섬주섬 돌돌 만 걸 가져와서 돌돌 펴더니 이렇게 구장 한가운데서 광고를 펼쳐놨다. 안 그래도 사방팔방이 광고인데 그것도 모자라서 이렇게까지?! 그리고 광고주가 줘도 안 먹는 사람들이 많은 스마일리 피자라서 너무 웃겼다. 회사에서 이벤트가 있어서 피자를 대량 주문할 때 스마일리에서 시키는데 회사 친구들 중에 너무 맛없다고 안 먹는 친구들이 많다. 물론 나는 공짜 피자니까 먹는다 😄 레베도 너무 웃긴 게 이렇게까지 광고를 해야 하는 건가? 슈퍼마켓은 그냥 보통 근처에 있음 광고하지 않아도 다 가지 않나? 광고를 한다고 더 가거나 하진 않을 거 같은데 🤔


후반전까지 시간을 다 썼어도 0:0이었는데 연장 타임에서 로스톡이 골을 넣었다 😩 왜왜왜왜!!! 이날 함부르크가 로스톡보다 훨씬 더 잘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순식간에 골을 먹은 건지. 함부르크가 꼭 이겼으면 했는데 너무너무 아쉬웠다.



경기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은 너무너무 피곤했다. 함부르크가 이겼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갔을 텐데 아쉽다. 올 때 보다 더 천천히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면서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을 탔는데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경기장에서 직접 본 축구 경기는 너무 재밌어서 다음에 또 갈 테다. 그때는 제발 함부르크가 이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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