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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 이야기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더니

by Hyedy 2020.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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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으로 살까, 착하게 살까

4월 말까지 지금 사는 집에서 나가야 해서 요즘 새 집을 알아보는 중이다. 몇 군데 둘러보긴 했지만 영 좋은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러다 화요일에 지금 사는 곳에서 5분 거리의 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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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ne가 집주인 할머니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토요일까지 우리는 그냥 기다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Arne가 다음 날인 목요일에 우리가 어떻게 할지 다시 전화해주기로 말했다고 한다. 목요일에도 우리가 맘에 들었던 집이랑 계약할 거라는 보장도 없는데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자기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참..🤦🏻‍♀️

 

목요일이 되었지만 결국 우리가 맘에 들었던 집 부동산 중개인에게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메일도 답장 없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퇴근하기 전 Arne가 한 번 더 전화를 했는데 드디어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저희 xxx에 있는 집 보고 마음에 들어서 전화드렸어요.

👤: 아 거기는 제가 아니라 다른 직원 담당이라서요. 그분이랑 이야기하려면 오전 9시에서 12시 사이에 전화하세요.

 

 

하.. 집 보고 나서 9시 반 정도 됐을 때 바로 내가 중개인에게 바로 전화하자고 했다. 하지만 그러면 너무 속 보인다며 아침엔 바쁠테니 굳이 2시까지 기다려서 전화하겠다고 하던 Arne가 생각나면서 정말 짜증이났다. Arne는 이후에도 계속 오후에 전화를 했고.. 그러니 안 받을 수밖에..^^ 결국 우리는 목요일이 되도록 아무 소득이 없었다. 

 

👱🏻‍♂️: 나.. 이제 어떻게 해?.. 할머니한테 뭐라고 그래?

👩🏻: 아니 그니까 네가 애초에 왜 목요일에 다시 연락 준다고 했냐고~ 할머니 기다리실 테니까 그냥 전화해서 시간 더 달라고 그래

👱🏻‍♂️: 아냐.. 아무 소식도 없는데 그냥 또 전화하면 더 화나시지 않을까?

👩🏻: 할머니 이미 우리 싫어하실 듯 괜찮아ㅎㅎㅋㅋㅋ

👱🏻‍♂️: 더 싫어하실 거야ㅠㅠ 나는 진짜 루저다ㅠㅠ

 

 

결국 쫄보 Arne는 다음날 우리가 마음에 들었던 집 중개인한테 아침에 전화를 해보고 난 뒤에 할머니에게 전화를 하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9시가 지나고 Arne에게 전화하라고 메시지를 날렸다. 

 

👩🏻: 전화할 시간이다 전화하자!!

👱🏻‍♂️: ㅇㅋㅇㅋ 지금 한다

 

(10분 후..)

👩🏻: 뭐래 뭐래??

 

(10분 후..)

👩🏻: 뭐야 전화받았어?! 

 

(10분 후..)

👱🏻‍♂️: 대~~박 굿뉴스!!! 

 

 

오랫동안 답장이 없어서 일이 바쁜가 했더니 계속 그 중개인이랑 전화통화를 하던 중이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이야기할 수 있었던 중개인은 요즘 일도 많은데 같이 일하던 직원 두 명이 다 병가를 내서 엄청 바빴다고 한다. 우리가 보냈던 메일도 아예 보지도 않아서 Arne랑 전화통화를 하며 메일을 같이 열어봤다. 우리가 보낸 서류들을 보더니 좋다고 집주인한테 서류를 넘길거고 늦어도 다음 주 화요일까지 어떻게 할지 알려준다고 했다.

 

너무 분위기가 좋아서 이런저런 얘기 다 하고 이 집에 들어오면 가구 배치는 어떻게 할 건지 이런 얘기까지 했다고 한다 🤣여기서 얻은 교훈 하나.. 집 구할 땐 무조건 전화를 하자. 우리가 메일만 보내고 계속 기다렸다면 이런 답은 못 들었을지도 모른다. 이 날은 가뜩이나 금요일이라 기분이 좋은데 이런 좋은 소식 덕분에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었다. Arne도 이후에 할머니에게 연락을 드렸고 할머니는 알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금요일 저녁 퇴근하면서 Arne가 꽃을 들고왔다. 

👱🏻‍♂️: 짜잔~ 서프라이즈

👩🏻: 뭐야 뭐야 이거 뭐야 

👱🏻‍♂️: 집주인이랑 얘기했는데 우리랑 계약하겠대! 

👩🏻: 꺄아아ㅏ아아ㅏ아아아ㅏ

 

 

집주인은 우리 서류를 보고 오케이 했고 지금까지 월세를 밀리지 않고 냈다는 확인 서류(Mietschuldenfreiheitsbescheinigung)만 받아오면 계약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날도 딱 금요일이라 자축하며 맥주를 마시고 놀다가 잠이 들었다. Arne도 잘 잔줄 알았는데.. 다음날 Arne가 자기는 한 숨도 못 잤다고 했다. 

 

👱🏻‍♂️: 나 어제 한숨도 못 잤어

👩🏻: 왜?? 뭔 일 있음?? 넘 설레서 못 잤나?? 

👱🏻‍♂️: 응 근데 그 계약하는 집 말고 전에 말했던 그 넓은 집 우리가 계약할 수 있대 어제 새벽 2시에 연락 와서 한숨도 못 잤어ㅠㅠ너무 좋아서

👩🏻: 헐!! 

 

 

몇 주 전에 Arne의 친구의 친구가 집을 나간다고 했다. 그 집은 위치도 좋고 넓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집에 들어가고 싶다고 연락했는데 지금 사는 사람이 우리가 급하게 나가야 하는 사정을  Arne의 친구에게서 듣고 우리를 제일 우선으로 집주인한테 물어본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소식은 들을 수 없었고 친구의 친구라 재촉하기도 그래서 우리는 체념하고 다른 집을 알아봤다. 그런데 어제 그 집도 우리가 계약을 할 수 있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우리가 마음에 들었던 집 🏡

- 97

- 방 3개

- Warmmiete 1080

- 시내에서 환승 없이 약 30분

- 동네가 한적하고 슈퍼도 많고 너무 좋음

 

새로 연락받은 집 🏠

- 120

- 방 3개

- 오픈 키친

- Kaltmiete 1200

- 시내에서 환승 없이 10분

- 번화가

 

 

맨 처음 마음에 들었던 할머니 집도 정말 좋은 조건이었는데 더 좋은 집을 찾고, 이제는 그보다 더 좋은 집을 계약할 수가 있게 됐다. 믿기지가 않네. 집 찾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받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니. 이제 우리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Arne는 이미 두 번째 집에 꽂혔다. 일단 위치가 정말 좋고 그 위치에 이 크기에 이 가격은 절대 안 나온다며 나를 설득 중이다. 그런데 나는 첫 번째 집도 충분히 좋은 집인데 굳이 돈을 더 내고 불필요하게 넓은 집으로 가야 하나? 아직까지는 이 생각이다. 지금 사는 집이 74m²인데 더 적은 월세에 97m²이면 내 기준에 너무나도 좋은 집이다. 

 

두 번째 집은 거실 사진만 봤고 아직 실제로 보질 않아서 동네가 어떤지 집 상태는 어떤지 자세히는 모른다. 아마 그래서 더 그런가? 첫 번째 집은 직접 봤을 때 동네가 너무 좋고 집도 깨끗해서 한눈에 반해버렸다. 두 번째 집도 실제로 보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두 번째 집을 직접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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