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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 이야기

영화 기생충에 대한 독일인들의 반응 🐛

by Hyedy 2020. 3. 12.

한국에서는 그래도 영화를 꽤 자주 봤던 것 같은데 독일에선 정말 안 본다. 일단 독일 영화는 독일어로 더빙된 게 대부분이다. 내가 독일어가 좀 된다면 아무데서나 봐도 되겠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기에 오리지널로 상영해주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게 까지 찾아가서 보고 싶은 영화도 없어서 아마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쥬라기 월드인가. 

 

하루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다른 직원이 나보고 기생충을 봤냐고 물었다. 이때만 해도 오스카 상을 받기 전이고 한국에서만 한창 난리 났을 때라 '얘가 어떻게 알고 봤지?' 했는데 알고 보니 한국영화 광팬이었다. 영화 자체를 좋아하긴 하는데 독일 영화는 안 좋아하고 😂미국 영화나 한국 영화 위주로 보는 것 같았다. 

 

👩🏻: 네가 한국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네. 나는 영화 잘 안 봐서 기생충도 안 봤어. 한국 영화 본지 정말 오래야

🧔🏻: 헐 나 한국 영화 완전 좋아해~~ 기생충도 완전 재밌음

👩🏻: 그래? 그럼 한국 영화 또 뭐 봤어? 괜찮은 거 있어?

🧔🏻: 최근에 본 것 중에 젤 괜찮았던 건 '버닝!' 나는 한국 영화 수준 진짜 높다고 생각해 너무 좋아

 

 

기생충을 하도 극찬을 하길래 한 번 봐볼까 했는데 다음 추천 영화가 버닝이라길래 취향이 나와 왠지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안 봤다. 그러다 기생충이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어 오자 나도 이제 조금 궁금하기도 하고 Google Play Movie에 떴길래 한 번 봤다. Google Play Movie에서 영화 기생충 다운로드는 6,500원 대여는 2,500원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다. 

 

 

기생충 - Google Play 영화

전원백수로 살 길 막막하지만 사이는 좋은 기택(송강호) 가족. 장남 기우(최우식)에게 명문대생 친구가 연결시켜 준 고액 과외 자리는 모처럼 싹튼 고정수입의 희망이다. 온 가족의 도움과 기대 속에 박사장(이선균) 집으로 향하는 기우.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의 저택에 도착하자 젊고 아름다운 사모님 연교(조여정)가 기우를 맞이한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 뒤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play.google.com

기생충은 예상치 못 한 전개들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다 보고 나서 이런 의미였다며 사람들이 하나하나 분석해놓은 걸 보는 재미도 있었다. 영화를 볼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에 많은 의미들이 있었다. 그래서 한 번 더 봐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서 기생충이 오스카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완전 화제가 되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딱히 독일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오스카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이후 독일 사람들에게서도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위의 직원은 약간 한국 영화 더쿠 느낌이 나서 그때까지만 해도 마이너 한 장르를 파는 사람들에게만 인기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Arne도 나에게 영화 기생충을 아냐며 물어봤다. 전혀 한국 영화에 관심 없던 Arne마저 기생충을 알고 궁금하게 만들다니 오스카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게 많은 영향을 끼쳤나 보다. 

 

🧔🏻: Yeahhhhh 오스카 상 받은 거 봤어? 

👩🏻: 당연하지 👍

🧔🏻: 그래서 나 또 다른 직원들이랑 보러 가려고!!! xx랑 oo랑 yy도 같이 가기로 했어

 

 

🧔🏻는 아주 한국 영화 전도사다. 나보다 한국 영화를 더 좋아하고 더 전파한다. 점심을 다 같이 먹을 때 🧔🏻와 한국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또  다른 한국 영화 더쿠를 발견했다. 그는 이미 유명한 영화는 다 봤더라. 한국 영화 더쿠들에게 제일 기본은 올드 보이다. 그도 올드 보이는 기본으로 봤고 심지어 택시 운전사도 봤다고 한다. 내가 그거 실제 있었던 일이고 역사랑 관련된 거라고 하니까 자기도 다 안다고 찾아보았단다. 자기 친구들이랑 매주 금요일마다 한국 영화의 밤이라고 해서 매주 한국 영화를 보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 영화가 이렇게 사랑받다니! 신기하다. 

 

그리고 또 맨날 나랑 같이 점심을 먹는 직원이 자기도 친구랑 기생충을 보러 갈 거라고 했다. 정말 의외였다. 비슷한 예를 들자면 독일과 전혀 관련 없는 우리 엄마가 갑자기 상 받은 독일 영화를 친구랑 보러 가는 느낌? 평소에 전혀 한국에 관심 없던 사람들마저 한국 영화를 보게 만들다니 대단하다. 다른 직원도 기생충이 무슨 영화냐며 봤냐며 관심을 보였다. 

 

 

기생충을 또 보고 온 🧔🏻는 이제 짜파구리에 관심을 가졌다. 

 

🧔🏻: Ram Dong 이거 어떻게 만들어? 내가 집에서 할 수 있는 거야? 아니면 추천해줄 만한 식당 있어?

👩🏻: ㄴㄴ 그거 네가 집에서 인스턴트 라면 2개로 만들면 돼. 이거야 (짜파게티+너구리)

🧔🏻: 아 근데 혹시 저거 하나 해산물 들은 거야?ㅠ 나 해산물 별로 안 좋아해

👩🏻: 흠 그러면 이거로 먹어봐 (불닭볶음면+짜파게티)

 

 

 

주말에 불닭게티를 해먹은 🧔🏻는 너무 만족한 나머지 며칠 동안 회사에서 점심으로 불닭게티를 만들어 먹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거 기생충의 그 요리라면서 먹어보라고 추천하고 다녔다 🤣독일 사람들이 매운걸 잘 못 먹어서 너무 맵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입에 잘 맞았나 보다. 내가 독일인에게 불닭게티를 알려주는 날이 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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