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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 이야기

독일에서 그리워하는 한국 음식들

by Hyedy 2020. 9. 25.

교환학생으로 6개월만 있을 때는 한식을 해 먹는 거라곤 라면이 다 였다. 그만큼 빵과 파스타, 고기만 먹고살아도 한국 음식이 전혀 그립지 않았다. 그 기억만 가지고 한식을 먹지 않아도 잘 산다고 오만하던 차에 1년, 2년이 지나고 이제는 한국의 자극적이고 매콤한 국물의 맛이 너무 그리워졌다. 

 

독일에선 외식비가 비싸서 집에서 많이 요리를 해 먹는다. 그 덕에 요리도 좀 늘고 한식을 위한 웬만한 재료는 독일에서도 다 구할 수 있어서 자주 먹던 음식들은 직접 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정 집에서 하기 힘든 음식들은 한식당에서 다 팔기 때문에 사 먹으면 된다. 짬뽕을 먹고 싶었는데 집에서 하기는 번거롭고 해서 미루고 있다가 최근에 서울 1988에서 먹었는데 한국에서 먹던 맛이 나서 너무 맛있게 먹었다. 

 

가끔씩 한국에선 찾아 먹지도 않던 음식이 뜬금없이 그리울 때가 있다.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나올 때만 나오던 묵사발이 갑자기 먹고 싶다든지 큰 집에서 제사 지낼 때 비빔밥에 넣는 무 볶음이라든지 이런 음식들이 먹고 싶을 때면 나조차도 어이가 없다. 독일에 있으니까 별 게 다 먹고 싶어 지는구나. 한국에선 별거 아닌 것들이 여기선 보기 힘드니까 더 그리워지나 보다. 

 

유행에 민감한 한국은 음식에도 유행이 있다. 독일 오기 직전에는 마라가 유행이었는데 요즘은 소위 말하는 할머니 입맛 팥, 인절미, 흑임자, 쑥 등이 들어간 유행인가 보더라. 어렸을 때부터 비비빅을 좋아했고 팥이 들어간 떡도 다 좋아하는데 먹어볼 수 없어서 너무 아쉽다. 각종 과자 회사에서 앞다투며 인절미, 흑임자 맛 과자를 파는데 나도 맛보고 싶어 죽겠다. 

 

한국에 가서 가장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보면 단연 회다. 쫄깃한 광어회. 연어, 참치는 여기서도 먹을 수 있지만 흰 살 생선을 회로 먹는 경우는 잘 못 봤다. 대부분 굽거나 튀겨서 먹더라. 회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왜 익혀서만 먹을까. 광어회도 그렇고 새우 회도 먹고 싶다. 

 

이런 그리움도 한철인지 요새는 덜 해졌다. 매일 밤 다음 날 먹을 음식을 기대하며 잠들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입맛도 없고 딱히 엄청나게 먹고 싶은 음식도 없다. 추워져서 그런가. 이제 독일도 여름이 다 가고 점점 추워지면서 날도 짧아지고 가을이 오고 있다. 곧 겨울이 되겠지. 독일의 겨울, 특히 북쪽에 있는 함부르크의 겨울은 너무 춥고 어둡다. 그래서 작년엔 너무 우울했는데 벌써부터 우울해지는 건가. 그래서 연말에 한국에 가서 좀 쉬고 오고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것도 안 된다. 올해 겨울은 어떻게 보내는 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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