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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 이야기

창피하지 않은 디자인 하기

by Hyedy 2020. 12. 10.

📌이 글은 '열등감이 들 때' 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열등감이 들 때

새로운 브랜드 런칭을 위한 디자인 시안 발표가 있었다. 내 디자인과 다른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발표했는데 다들 다른 디자이너의 시안이 더 좋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다른 디자이너의 디자인

hyedy.tistory.com

 

지난번 발표에서 모두가 나의 디자인이 아닌 상대 디자이너의 작업물을 좋아하는 걸 보면서 창피함과 열등감을 느꼈었다. 이미 발표 전 작업물을 봤을 때부터 내 거보다는 다른 쪽꺼 고르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무시하고 발표해버린 결과다. 하지만 어쨌거나 두 시안 모두 더 진행해보자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하기로 했다. 초반엔 도저히 의욕이 없었다. 어차피 다른 시안을 그렇게 좋아했으니 내가 두 번째 시안을 만들어놔 봤자 그들이 좋아했던 다른 시안으로 할 거 아닌가 그러면 나는 시간 낭비만 하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 하다가 며칠이 지났다. 결국 내린 결론은 일단 상대방 시안이 선택된다고 하더라도 발표할 때 쪽팔리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 종일 스트레스받으면서 어디 내놔도 창피하지 않을 자신 있는 디자인 시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매번 겪어왔지만 왜 계속 까먹을까? 내 눈에 보기 좋은 게 남들 눈에도 보기 좋고 내 눈에 별로인 건 남들 눈에도 별로다. 왜 그걸 까먹고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하면서 타협을 했을까.

 

그렇게 고민 끝에 만들어 놓은 디자인 시안을 보니 내 마음에도 일단 들고 계속 보다 보니 '이거 할 만하겠는데?' 싶었다. 드디어 대망의 두 번째 미팅이 잡히고 발표를 했다. 첫 미팅 때만 해도 당연히 다른 시안으로 가겠다 싶었는데 발표를 마친 후 내 시안 쪽으로 의견이 좁혀졌다. '와 이게 되네' 싶었다. 결국 내 시안과 다른 시안의 일부를 합쳐서 새로운 디자인을 구성하기로 했지만 이만하면 행복한 결과다. 첫 번째 미팅에서는 색깔 조합, 폰트도 다른 시안이 더 마음에 든다고 했지만 오늘 발표 이후에는 내 시안의 색과 폰트가 이 더 좋다고 했다.

 

디자인을 할 때 '이 정도면 됐지' 싶을 때가 있다. 그 디자인은 나도 보여주기가 어딘가 좀 찜찜하고 사람들 반응도 그저 그렇다. 하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갈 경우의 나도 자신 있게 디자인을 보여주고 사람들 반응은 그 배로 좋다. 그 한 발 더 나아가 생각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그냥 대충 해버리자는 유혹에 넘어갈 때도 많다. 이제는 이 사실을 잊어버리지 않고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을 계속해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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