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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읽고

책 ::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박정훈

by Hyedy 2020. 8. 25.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실소가 나왔다. 어떻게 제목을 이렇게 지은 거야. 누가 이 책을 적었든 간에 꼭 읽어봐야겠다 생각하고 노트에 적어놨다가 이번 주말에 드디어 다 읽었다. 2019년에 출간된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은 오마이뉴스의 박정훈 기자가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써 온 글을 엮어낸 책이다. 박정훈 기자.. 어디서 들어봤는데 하고 글을 적어놨다는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니 내가 이미 팔로우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올린 글도 괜찮아서 종종 봤는데 글만 보고 이름은 안 봐서 이 박정훈 기자가 그 박정훈 씨인 줄은 몰랐다. 

 

보통 페미니즘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솔직히 여성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뼛속 깊이 공감할 남자가 몇이나 되겠나. 반대로 남자들의 문제들에 대해 그들이 느끼는 만큼 나도 공감을 못 할 것이다. 그래서 남자들이 이야기하는 페미니즘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예로 차별받는 아시아인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백인들이 공감하는 게 가능할까? 백인인 남자 친구와 이야기할 때 이 한계를 확실히 느낀다. 그는 단순히 그것이 옳지 않다는 건 알지만 딱히 분노하진 않는다. 자신에게 일어나지도 앞으로 일어날 일도 아니니 제3자로서 그 일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같은 아시안에 나에게도 이미 일어났던 일이고 앞으로도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직접 겪지 않더라도 다른 아시안들의 차별 사례를 볼 때 마치 내 일처럼 느끼고 분노하는 게 가능하다. 내가 느끼는 감정, 겪는 실존적인 차별들이 어떤지 Arne는 절대 온전히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자들을 비난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박정훈 ©YES24

 

위와 같은 이유로 책을 읽기 전에 작가가 남자인 것을 보고 망설였지만 제목이 심상치 않아서 계속 읽기로 했다. 내 걱정과는 달리 서문에서부터 박정훈 기자는 남자로서 이야기하는 페미니즘은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래서인지 페미니즘을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 '남자로서' 페미니즘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알려준다. 읽는 내내 내가 아니라 '남자가 읽어야 할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에 남성 독자를 향한 말로 쐐기를 박는다.

 

TV, 음악, 문학 등에 만연한 여성 혐오를 꼬집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알지?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이렇게까지 높은 관심과 공감을 보여준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너무 신기하다.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적은 글을 엮어서 그런지 한창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이 많이 나온다. 챕터마다 글이 그렇게 길지 않고 전반적으로 무거운 톤이 아니라서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남자라면 한 번 가볍게 읽어보길 추천한다.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단언컨대, 남성차별·남성혐오는 없다”여성혐오와 자기 연민으로 얼룩진 한국 남성 문화를 고백하며페미니즘으로의 연대를 외치다『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은 2018��

www.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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