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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읽고

책 :: 디지털 미디어와 소외, 최선욱

by Hyedy 2020. 8. 5.

항상 책을 제목과 목차만 보고 고르다 보니 예상했던 내용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 이번에 읽은 최선욱의 디지털 미디어와 소외도 최근 관심이 있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과 관련이 있을 줄 알고 고른 책인데 이 책에서는 그와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소외의 의미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어떤 환경, 집단,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에서 분리되거나 배제되는 현상이다. 두 번째는 타인에게 자신을 빼앗긴 경우, 타인이 주인이 되고 자신은 대상이 되는 경우, 타인이 자신의 삶을 소유하는 경우를 말한다. 내가 기대했던 소외의 의미는 첫 번째이지만 이 책에서는 주로 두 번째 소외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여러 학자들의 이론들이 등장하지만 그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마르크스의 소외 이론이다. 마르크스는 인간이 능동적인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고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능동적이고 창의로워야할 노동의 의미가 사라져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소외된다고 주장한다. 많은 현대인들에게 노동은 이제 자아실현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수단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하고 싶었던 일이고 재미있지만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디지털 미디어와 소외, 최선욱 ©교보문고

 

디지털 미디어는 우리의 삶에서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나만 하더라도 일어나서 밤사이 쌓인 메시지, 각종 소셜 미디어의 소식들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유튜브의 영상을 보는 등 일과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미디어가 가져다주는 혜택에 가려져 개인 정보 문제, 중독, 고립 공포, 정보 격차 등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선 간과하기 쉽다. 

 

위에서 언급된 고립 공포(FOMO, fear of missing out)란 '네트워크로부터 이격 되는 순간 모두가 공유하는 정보로부터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인간의 불안함'을 말한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인스타그램이 떠올랐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할 때면 항상 무한 스크롤에 손가락만 까딱하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 앱 특성상 내가 선택한 콘텐츠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검색 기록, 내가 봤던 콘텐츠에 따라서 광고도 그렇고 피드도 내가 흥미로워할 만한 것들로 가득 채워진다. 이렇게 꾸역꾸역 나에게 들이미는 정보 과잉에 피로감을 느꼈고 그 날로 탈퇴를 결심했다. 

 

탈퇴를 하기 전 들었던 감정이 바로 고립 공포다. 남들 다 하는 인스타그램. 나만 하지 않아서 내가 뭔가를 놓치게 되지 않을까. 남들 다 인스타그램으로 네트워킹하는데 나만 소외되는 거 아닐까 하는 걱정이 조금 들었다. 하지만 1년이 넘게 지난 지금 인스타그램을 탈퇴한 것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을 탈퇴한 시기는 블로그를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수동적으로 공급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인스타그램보다 내가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고 원하는 정보만 볼 수 있는 블로그가 훨씬 더 나에게 맞다. 인스타그램에서 유용한 정보, 인맥 등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보다 나는 더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이제 그 시간을 조금 더 생산적인 일에 쓰고자 노력 중이다. 

 

디지털 미디어가 확산됨에 따라 오프라인 세계와 온라인 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오프라인의 친구들이 곧 소셜 미디어, 메신저의 친구들이고 더 나아가서 온라인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기도 하고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디지털 미디어의 여러 가지 현상에 대해 알게 되고 이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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