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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읽고

책 :: 모두 거짓말을 한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by Hyedy 2023. 1. 19.

오랜만에 서평을 올린다. 2022년에도 책을 읽긴 했지만 서평을 올릴 기력이 없었다. 2023년을 맞이하여 올해 첫 책을 읽으면 서평을 올리리라 다짐을 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난 책이 너무 실망스러워 올리지 않았다. 두 번째 책은 재밌었지만 딱히 할 말이 별로 없는 책이었고 그래서 세 번째로 읽은 ‘모두 거짓말을 한다’로 올해 첫 서평을 적는다. 첫 번째 책은 ‘훔쳐보는 여자’였고 두 번째는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다.

매번 제목으로 책을 고르는데 이번에는 제목보다는 홍보 문구에 더 이끌려 이 책을 골랐다. ‘미국 대선과 브렉시트를 예견한 유일한 데이터‘. 트럼프가 당선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을 숨겼던 샤이 트럼프들이 많았다고 들었다. 딱히 자세히 찾아보진 않았는데 이것도 데이터로 다 알고 있었다니. 또 다른 사례들은 뭐가 있을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믿지 말고 행동하는 것을 믿어라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모든 유저들의 사용 패턴을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일부 사용자들을 모아 유저 인터뷰나 설문조사를 하는데 항상 이 문구를 염두에 둔다. 예를 들면 서비스를 이용한 손님들 중 팁을 주는 비율이 줄어들어 문제를 알아보고자 인터뷰를 한다면  ‘평소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팁 주나요? 준다면 얼마나 주나요?’라고 물을 것이다. 사용자들은 실제로는 팁을 주지 않더라도 인색한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 팁을 자주 많이 준다고 대답을 꾸며낼 수도 있다. 항상 인터뷰 전에 솔직한 대답을 부탁하지만 우리가 거짓말 탐지기를 놓고 인터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 진실일지는 장담 못 한다. 그래서 질문을 할 때도 최대한 평향적이지 않게 질문을 하려고 노력한다.


세스는 많은 데이터로 예측하고 분석했던 많은 예들을 보여주는데 의문이 드는 한 예시가 있다. ’폭력적인 미디어를 감상했을 때 그것이 실제 폭력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라는 가설을 두고 세스는 폭력적인 영화가 상영되었던 시기에 폭력 사건이 얼마나 일어났는지 비교를 했다. 놀랍게도 영화가 상영된 시기에는 폭력 사건이 줄었다고 한다. 세스는 이에 대해 폭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그 시간에 술집이 아닌 영화관에 있었기 때문에 범죄가 덜 일어났다고 하는데 이걸 폭력적인 미디어가 범죄를 유발할 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 경우 폭력적인 영화를 보고 직후 일어난 경우만을 고려한 것이지 몇 주 뒤, 한 달 뒤 일어난 범죄에 대해서는 폭력적인 미디어 때문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대리만족이 되어서 당시에 폭력성이 줄었을 수도 있고 이후 찬찬히 계획을 하느라 늦게 실행에 옮길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역시 데이터를 다룬 책답게 A/B 테스팅에 관해서도 짧게 이야기한다. 페이스북을 예로 들며 A/B 테스팅을 통해 앱을 더 중독적으로 만든다며 부정적인 면을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물론 모든 테스트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일부 테스트는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중독적으로 만들어 앱에 많은 시간과 돈을 쓰게 할지가 목표일 것이다. 예전 넷플릭스에서 보다만 소셜 딜레마가 생각난다. 생각난 김에 다시 봐야겠다. 소셜 미디어가 중독적으로 설계가 되어있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세상과 단절되긴 싫어 절충안으로 소셜 미디어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팟캐스트에서 들은 하나의 팁으로는 인스타그램에서 남의 스토리와 피드를 보기보다는 자기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이다. 가물가물한데 눈팅만 하는 사람들에 비해서 업로드 위주로 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고 했나. 아무튼 눈팅만 하는 것은 정서에 좋지 않다고 했다. 사족이지만 이때 눈팅을 영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배웠다. Lurking!

데이터를 분석하기 전에 가설을 세우는데 인간이 만드는 가설은 즐거움을 줄 수도 스스로를 고문할 수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내가 ㅇㅇ를 했다면 지금 어땠을까?” 따위의 가설을 바탕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다. 본인은 이게 즐거움보다는 고문이라고 생각한다.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대해서 ”이랬으면 달랐을까?“ 하는 식의 질문을 전혀 도움 되지 않고 후회만 쌓일 뿐이다.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고 배운 것들로 미래를 대비하면 된다고 생각의 꼬리를 자른다.

인간의 삶은 단 한 번뿐이다. 우리가 내린 결정 중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나쁜지 결정할 수 없는 이유는 주어진 상황에서 한 가지 결정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여러 가지 결정을 비교할 수 있는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삶이 없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위로가 되는 말이다. 인생은 비디오게임이 아니다. ‘만약에’도 없고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다른 시나리오로 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항상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걸 알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인드로 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기가 쉽지가 않다.

마지막으로 믿을 수 없는 예시 하나가 있는데 간당간당하게 좋은 학교에 진학한 사람과 아쉽게 떨어진 사람들을 졸업 후 비교해 봤을 때 성공정도에 별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뱀의 머리보다는 용의 꼬리가 낫다고 생각하는 본인으로서는 믿기지가 않는다. 이 외에도 세스는 주식 시장은 데이터로 분석 가능한지 등등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통계라고 얘기하는 사주에 대해서도 세스가 분석해 주면 좋겠는데 말이다.

데이터 분석가는 생각보다 더 재미있는 직업이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하다니. 세스가 어릴 적 영감을 받았다는 ‘괴짜 경제학’도 읽어봐야겠다. 꼭 데이터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아도 가볍게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올해도 부지런히 책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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