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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 디자이너

독일 회사 생활 :: 첫 출근과 끝 없는 온보딩

by Hyedy 2023. 7. 23.

드디어 휴가가 끝나고 7월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됐다. 시작 전부터 여러 가지 소식들로 인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시작하니까 그런 걱정을 할 시간도 없이 일하기 바쁘다. 본사는 베를린에 있지만 함부르크에 거주하고 있어서 출근 첫날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한 달 전부터 인사팀에 메일을 보냈는데 첫 출근 1주일 전까지 아무런 답이 없어서 매니저한테 연락을 했다. 신기했던 게 아직 일하기도 전인데 매니저가 계속 어떻게 지내냐고 커피챗하자고 연락도 주고 해서 입사 전부터 이미 내 매니저인 기분이었다. 링크드인으로 매니저와 연락을 했는데 엄청 빨리 답장을 주면서 자기가 알아보겠다고 했다. 곧 출근인데 노트북도 안 받아서 이건 어떻게 되냐고 물어봤는데 이거는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고 인사팀에서 해야 한다고 하더라. 6월 마지막주에 드디어 인사팀에서 연락이 왔다.

👤:ㅎㅇㅎㅇ 곧 입사하는 거 축하해 너무 기대된다. 근데 혹시 기기는 다 받았어?
👩🏻: …? 아니;;; (노트북 어떻게 받는 거냐고 물어봤는데 답장도 안 주더니 노트북 받았냐니?? 황당하구만)
👤: 그래?? 그럼 너 주소 알려줘 우리가 보내줄게
👩🏻: ㅇㅋㅇㅋ 이거야 고마워 그리고 나 노트북은 맥북 큰 거 말고 작은 걸로 영문 키보드로 받고 싶어


메일을 보내고 기기가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았다. 바로 다음 주에 시작을 해야 되는데 어떡하지? 내 개인 노트북을 써야 하나? 개인 노트북은 마이크가 고장 나서 아이패드로 해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친구한테 말했더니 자기 전 직장에서도 그랬단다. 시작날까지 기기를 안 보내줘서 개인 노트북으로 온보딩했는데 일도 안 해도 되고 개꿀이었다고 했다. 덕분에 한시름 놓고 안 오면 뭐 어쩔 수 없지 이러고 있었는데 금요일 아침, 그러니까 입사 이틀 전에 택배가 왔다.



집주소 보낼 때 배달 일정 확인해야 하니까 휴대폰 번호도 같이 달라고 해서 줬는데 연락도 없이 금요일 아침 7시쯤에 갑자기 배달이 왔다. 설마 하고 나갔더니 맞았다 😂 그래도 일 시작 전에 받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영문 키보드랑 작은 노트북을 요청했을 때 답장이 없어서 내 요청 사항을 읽은 건지 아닌지 긴가민가 했는데 요청했던 대로 잘 왔다.




반짝반짝 M2 맥북 프로과 함께 웰컴 카드, 에코백, 노트, 팬 등등이 들어있었다. 노트북으로 작업할 때 작은 인치는 작업하기 작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웹을 하기엔 조금 작을 수도 있지만 앱 하기에는 충분하다. 웹디자인보다 앱디자인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 😏 그리고 어차피 재택근무하면서 모니터에 연결해서 쓸 거라서 들고 다니기 쉽게 작은 걸로 하길 잘했다. 14인치도 무겁긴 하지만 16인치 벽돌보다는 훨씬 가볍다. 노트북을 받자마자 미리 세팅을 해놓고 싶어서 켰는데 비밀번호가 걸려있더라. 0000, 내 이름, 회사이름 이런 거 다 해봤는데 안되길래 막힐까 싶어서 덮어놨다 😂


비밀번호는 언제 알려주려나 하고 있었는데 출근 하루 전날에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이메일을 받았다. 바로 시도했는데 뭔 일인지 비밀번호가 틀렸다고 나왔다. 내가 잘못한 건가 싶어서 친구한테도 이거 쳐보라고 했는데 안 됐다. 이건 뭐지 시작도 전부터 꼬이네 싶어 가지고 출근 첫날에 온라인 미팅을 들어가야 하는데 어떡하지 싶어 가지고 아이패드도 세팅하고 개인 노트북에 헤드폰 연결해서도 해보고 난리도 아니었다. 출근 당일 아침에 IT에 비밀번호가 안 맞다고 메일을 보내놓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도해 봐야지 했는데 웬걸 비밀번호가 풀리더라. 아마 제한 시간이 걸려있는 게 아닐까 한다.


10시 땡 해서 첫 미팅에 들어갔는데 나 빼고 다 출근해서 사무실에 있더라. 나 혼자 리모트라니 😂 이럴 거면 오라고 말해주지!!! 그래도 혼자 집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어서 그건 좋았다. 예전 회사에서 IT 온보딩을 할 때는 단계별로 이거 하고, 다음에 이거 하라고 알려줬는데 여기서는 메일로 보내준 설명서 보면서 각자 세팅해라고 하곤 그냥 알아서 하는 방식이었다. 나 혼자 또 리모트라서 허둥지둥하면서 겨우 설정했다.





친구한테 이번주 온보딩으로 가득 찼다면서 보여주려고 찍었던 사진이다 😂 월요일 오전에 미팅들은 개인 이메일로 받아서 비어있을 뿐이지 10시부터 가득 채워져 있었다. 금요일을 제외하곤 끝없는 온보딩이 펼쳐졌다. 전체적인 흐름은 이전 회사랑 비슷했는데 VSOP, 복지, 소프트웨어 온보딩이 있는 게 달랐다. DEI 온보딩도 신기했는데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를 말한다. 이거 말고도 Feedback 온보딩에서는 어떻게 하면 피드백을 잘 줄 수 있는지 이런 것도 배웠다. 온보딩만 하느라 일주일이 금방 지나갔다. 금요일에는 그 한 주 동안 배웠던 것들, 각종 공유됐던 문서들을 보면서 마무리했다.

두 번째 주도 비슷했다. 첫 주가 회사를 배우는 기간이었다면 둘째 주는 같이 일할 팀, 팀원들이랑 다른 디자이너들을 알아가는 주였다. 고맙게도 매니저가 첫 주는 나 바쁠 테니까 커피챗 잡지 말고 두 번째 주에 잡으라고 해줘서 여유롭게 커피챗을 했다. 30-45분 정도로 짧게 소개정도 하고 어떻게 일하는지 등등 얘기했다. 같이 일하게 될 팀에서도 어떤 일을 하게 될 건지 분기별 목표는 뭔지 등등 알려줬다.

다른 디자이너와 커피챗에서 내가 벌써 이제 곧 실무 할 거 같다고 하니까 자기는 새로 팀 합류했을 때 한 달 정도는 온보딩만 했던 것 같다고 아주 빠르다고 했다. 내가 들어간 팀이 빨리빨리 디자인해서 이게 먹히는지 테스트하고 유의미한 결과가 있으면 그거 반영해서 출시하고 1-2주 기준으로 일하는 팀이라서 빨리 실무에 투입된 듯하다. 할 거 없는 것보다 오히려 좋아!

이전 회사랑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고 새로 생긴 팀이라서 아직 정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었던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을 할 수 있어서 좋다. 같이 일하는 팀원들도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일을 정말 잘하는 게 보여서 배울 점이 많아 보인다. 가장 좋은 건 소통이 잘 되는 매니저다. 메시지를 하면 정말 빠르게 답장이 오고 매주 30분 정도 면담을 할 수 있는데 특히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뭐가 뭔지 아직 잘 모르는 부분들을 부담 없이 물어볼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 매번 ‘아 이거 너무 바보 같은 질문일 수 있는데…’ 이러면 ‘아니야 전혀 아니야 다 물어봐도 돼’라고 해서 아주 마음이 가볍다.

며칠 전 베를린 본사도 다녀왔는데 회사 건물도 너무 예쁘더라. 베를린에 살았다면 자주 출근을 했을지도 😏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허니문 기간이라서 다 좋게 보이는 건지 아직까지는 만족스럽다. 물론 완벽하진 않아서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다 해결 가능한 문제들로 보인다. 과연 3개월, 6개월 이후도 계속 만족스러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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