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읽고25 책 :: 잔류 인구, 엘리자베스 문 오랜만에 너무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프로젝트 헤일메리, 유령해마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다. 구병모의 소설들처럼 나이가 지긋한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도 참 좋아해서 더욱 재밌게 읽었다. 젊은 남녀, 중년과 노년의 남성이 주인공인 작품들은 엄청나게 신선하지 않은 이상 다 식상하게 느껴져 중년, 노년의 여성 이야기에 더 끌린다. 특정 나이대가 되면 ‘어머니’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에서 어떤 새로운 캐릭터일지 궁금하다. 소설 속에서도 특히 이 부분을 자주 다룬다. 이주 후 40년 가까이 콜로니에서 살아온 오필리아는 재봉틀 일에도 능숙하고 정원도 잘 가꾸며 요리 실력도 좋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늙고 힘이 없는 노인, 자식과 아들을 보내고 정신이 나간 여자로 대한다. 언젠가 인터넷.. 2024. 1. 20. 책 :: 모두 거짓말을 한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오랜만에 서평을 올린다. 2022년에도 책을 읽긴 했지만 서평을 올릴 기력이 없었다. 2023년을 맞이하여 올해 첫 책을 읽으면 서평을 올리리라 다짐을 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난 책이 너무 실망스러워 올리지 않았다. 두 번째 책은 재밌었지만 딱히 할 말이 별로 없는 책이었고 그래서 세 번째로 읽은 ‘모두 거짓말을 한다’로 올해 첫 서평을 적는다. 첫 번째 책은 ‘훔쳐보는 여자’였고 두 번째는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다. 매번 제목으로 책을 고르는데 이번에는 제목보다는 홍보 문구에 더 이끌려 이 책을 골랐다. ‘미국 대선과 브렉시트를 예견한 유일한 데이터‘. 트럼프가 당선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을 숨겼던 샤이 트럼프들이 많았다고 들었다. 딱히 자세히 찾아보진 않았는데 이것도 데이터로 다.. 2023. 1. 19. 책 :: 천 개의 파랑, 천선란 많이 들어본 책이라 언제 한 번 읽어봐야지 싶었다. 천 개의 파랑이 뭘까. 다소 애매한 제목 때문에 궁금하긴 했지만 그렇게 궁금하진 않았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이 아주 찰떡이다. 천선란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서문부터 마음에 드는 한 구절이 있다.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꾼다.’ 막연하게 ‘그래 지구가 동물들에게도 살기 좋은 곳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아주 멋진 문장이다. 인터넷에서 봤던 이런 짤이 생각났다.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동물을 보는 시각이 달라져서 너무 신기하다. 예를 들면 반려동물이라든지 동물 복지라든지 예전보다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모든 걸 빨리빨리 하는 한국이라 안 좋은 점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2022. 2. 7. 책 :: 귀신나방, 장용민 (+앞부분 스포) 재밌다고 추천이 많길래 읽어본 장용민의 '귀신나방'. 별생각 없이 사람도, 배경도 한국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외국인들의 이름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찾아보니 장용민 작가의 다른 책도 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야기는 브로드웨이의 한 뮤지컬 극장에서 오토 바우만이라는 자가 열일곱 살 소년을 살해하면서 시작하는데, 바우만은 범행이 너무 명백한 나머지 사형 선고를 받는다. 그는 형을 집행하기 며칠 전 한 기자를 만나게 해 달라 요청한다. 그 기자를 만난 바우만은 자기는 죽여야 할 사람을 죽인 거라며 그 소년은 히틀러라는 뜬금없는 말을 한다. 가끔씩 책을 읽다가 내 이름이 등장하거나 독일이 나오거나 아니면 함부르크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너무 반갑다. 그런데 이 책은 아예 히틀러가.. 2022. 1. 31. 📚 2021 독서 결산 📚 2022년이 된 지 거의 한 달이 다 돼가는데 이제야 2021 독서 결산을 한다. 2020년에 비해서 책을 적게 읽기도 했고 읽다가 만 책이 많이 보인다. 날짜를 보면 이직을 기점으로 독서량이 현저히 줄어든 게 보인다 😂 한동안 이직하고 너무 정신없고 지쳐서 책도 많이 못 읽었는데 이제 수습기간도 끝나서 다시 책을 많이 읽어봐야겠다. 2021년 책 중에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을 꼽으라면 문목하 작가의 '유령 해마'와 '2020년 젊은작가상 수상모음집'이다. 문목하 작가는 '돌이킬 수 없는'으로 알게 되었는데 너무 재밌게 읽어서 유령 해마도 읽게 되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문목하 작가다. 내게 전혀 친숙하지 않은 개념이라서 초반엔 살짝 이게 뭘까, 어떻게 상상해야 할까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너무.. 2022. 1. 29. 책 :: 디자이너, 서른 나이가 한국만큼 중요하지 않은 독일에 살다 보니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30살이라고 한다.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고 어영부영 살아온 것 같은데 벌써 30살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갓 20살이 되었을 때 4,5살만 많아도 너무 어렵고 어른 같아 보였다. 시간이 흐르고 내가 어렵게 생각했던 그 나이 때가 되었을 때 깨달았다. '별 거 아니구나.' 시간이 흘러 나이만 먹었을 뿐 그리 특별한 것도 없는데 왜 그렇게 어려워하고 벽을 쳤는지 모르겠다. 만으로 하면 30세까지 조금 남았지만 한국 나이로 치면 곧 서른이라고 하니 이 책 제목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디자이너, 서른』은 서른 살이 된 디자이너들의 인터뷰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디자이너들은 과연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어떻게.. 2021. 6. 17. 책 :: 세 여자, 드로 미샤니 세 여자는 이스라엘 작가 드로 미샤니의 작품으로 세 여자가 등장하는 심리 스릴러다. 세 여자 모두가 동시에 등장하는 것은 아니고 세 챕터로 나뉘어 있는데 각 챕터마다 한 명씩 등장해 그 여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첫 번째 여자는 오르나. 전남편과 이혼 후 정신적,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여성이다. 전남편의 바람으로 인해 이혼을 하게 되었는데 이혼 후에도 새로운 가족을 꾸리며 잘 살아가고 심지어 자신의 아들까지 그 가족의 구성원으로 데려가려고 하는 걸 보면서 오르나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마치 오르나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심리 묘사가 사실적이다. 오르나는 이혼 후 아들과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면서도 조금만 비틀어지면 무너질 것처럼 힘들어한다. 자신에게는 쓰레기 같은 전남편이지만 자식에게는 .. 2021. 5. 14. 책 :: 푸투라는 쓰지 마세요, 더글러스 토머스 '푸투라는 쓰지 마세요'라는 제목을 본 순간 뭐지? 내가 모르는 뭔가 있나 싶었다. 신기하게도 현재 일하는 회사의 폰트도 푸투라여서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읽어보았다. 제일 궁금했던 왜 푸투라를 쓰지 말라고 하는지는 첫 챕터에서 바로 말한다. 푸투라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폰트다. 그러니 푸투라를 쓰려면 심사숙고해서 제대로 쓰길 바라며 자신이 없으면 아예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푸투라는 꽤 오래된 폰트였다. 1920년대가 그 시작이라니 엄청 오래되었다. 디지털로만 써서 몰랐는데 금속 활자로 찍을 때부터 90년 넘게 사랑받은 서체였다. 서체의 기원에 대해서 딱히 관심 가져본 적 없고 뭔가 미국에서 만들어진 폰트일 거라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푸투라의 근원지는 독일이었다. .. 2021. 5. 13. 책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충격이다. '세상의 절반이 여자인데 이렇게 여자를 배제시킬 수가 있다고? 이게 말이 되나?' 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든다. 사소한 불편함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다니. 일부러 여자를 배제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인류의 반인 여자를 포함시키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자기 일이 아니라 이건가. 많은 약들이 남자를 대상으로 실험이 되었기에 여자에게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단다. 이건 뭐 그러면 여자를 대상으로도 실험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냥 내버려 두는 건가? 딱히 강제하는 법도 없고 여성을 포함해서 실험을 하게 되면 시간과 비용이 더 드니까 소비자의 반을 무시하고 진행한다는 게 어이가 없다. 만약 내가 디자인을 한다는데 타깃.. 2020. 12. 5.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