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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보고

넷플릭스 :: 줄리 & 줄리아 (Julie & Julia, 2009)

by Hyedy 2020. 3. 1.

나온 지 꽤 된 영화인데 왜 이제야 봤을까? 앞으로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줄리 & 줄리아'라고 말할 테다. 실화에 기반한 영화라서 그런지 자극적인 것도 없고 잔잔하면서도 너무 공감이 되는 영화였다. 가뜩이나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더 이상 자극적인 영화는 보고 싶지 않았다. 

 

 

 

일단 계속해서 도전하는 줄리아가 너무 멋있다. 줄리아는 좋은 집에 살고 돈이 많다. 요리사를 안 쓰고 직접 요리를 한다고 하니 아버지가 화를 낼 정도로 돈이 많은데 요리를 그렇게 열심히 하다니. 돈이 많다면 그냥 취미로 할 법도 한데 요리를 굉장히 신중하게 생각한다. 흔히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그 좋던 것이 싫어질 수도 있다고 잘 생각해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줄리아한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나 보다. 엄청나게 긍정적이고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파워 긍정 에너지가 넘친다! 내가 만약 줄리아였어도 저렇게 열심히 살았을까? 편하게 적당히 살 수 있는데 뭔가를 열심히 할 마음이 들까? 잘 모르겠다.

 

 

줄리아는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줄리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평범하게 사는 직장인 줄리. 엄청나게 열심히 살아온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 무난한 캐릭터다. 엄마가 하는 말만 들어도 줄리는 뭐 하나 제대로 끝낸 적이 없다고 한다. 줄리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댓글 하나에도 기분이 좋아지고 요리를 하다가 잘 안 돼서 다 팽개치고 울다가 좋은 소식 하나에 금방 웃어버린다. 언제는 깨 볶듯이 좋다가도 남편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참 내 모습 같기도 하고 왠지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 같아서 보는 내내 '줄리가 잘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줄리처럼 뭘 해봐야 할까? 그러면 잔잔한 일상에 재미가 좀 생기려나. 

 

 

그리고 기억에 남는 귀여운 대사 하나. 기억해 놔야지

 

"You are the butter to my bread, and the breath to my life" 

 

 

📌 아래의 숨겨진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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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거의 끝날 때쯤 줄리는 줄리아에게 줄리의 블로그를 보여줬다는 기자의 전화를 받는다. 나는 그때만 해도 드디어 둘이 만나는구나!!! 워낙 긍정적인 줄리아여서 줄리와 둘이 만나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훈훈하게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전화를 끊은 줄리는  "Julia hates me"라고 한다. 대반전이다.

알고 보니 줄리아가 'hate'라는 단어를 쓴 건 아니지만 줄리아는 줄리가 요리를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아서 별로 안 좋아한다고 했다. 정말 의외다. 줄리아는 너무 긍정적인 캐릭터라서 세상을 다 아름답게만 바라보는 줄 알았는데 숨겨진 다른 모습도 있나 보다. 

 

영화를 다 보고 너무 궁금해서 왜 줄리아는 줄리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했을까 찾아봤더니 줄리아에게 줄리의 블로그를 처음 보여준 당사자인 Russ Parsons 이 직접 쓴 글이 있었다. 

 

줄리아와 꽤 친한 사이였던 Russ Parsons는 줄리의 블로그를 발견하고 줄리아에게 읽어보라고 줬다. 그런데 줄리가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 말이 없자 Russ Parsons는 어떻게 생각하냐며 물어봤다. 그러자 줄리아는 이렇게 대답했다. 

 

"Well, she just doesn’t seem very serious, does she?"

 

사실 줄리는 줄리아의 레시피를 따라 하긴 했지만 완벽하게 한 것은 아니고 몇 가지 재료를 구하기 힘들면 안 넣기도 하고 어떤 날은 망하는 날도 있고 굉장히 현실적이었나 보다. 줄리아는 자신이 힘들게 몇 번이고 테스트해서 8년 동안 만든 레시피를 가지고 줄리가 그런 식으로 요리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 듯하다. 그래서 줄리는 줄리아가 Serious하지 않다고 한 말한 것이다. 

 

궁금증이 풀렸다. 줄리아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후 줄리 또한 거기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잔잔하게 끝이 나서 더욱 이 영화가 좋아졌다. 

 

Russ Parsons의 글 보러 가기 👉 https://www.latimes.com/food/la-fo-calcook12-2009aug12-stor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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