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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읽고

책 ::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by Hyedy 2020. 4. 20.

주말이 오면 알차게 쓰자고 매번 다짐하지만 주말이나 평일이나 별 다를 거 없이 많은 시간을 흘려보낸다. 토요일도 이삿짐 조금 싸고 저녁 먹고 넷플릭스 보고 나니 벌써 밤이 되었다. 다음날에는 뭐라도 해보자고 다짐하며 잠들었지만 일요일도 별반 다를 거 없이 느지막이 일어나 씻고 아침 먹고 세상 돌아가는 거 좀 보니 벌써 점심때가 되었다. 주말에 끝나기 전에 뭐라도 해보자 하고 읽을 책을 골랐다.

 

평일에 읽던 책이 따로 있긴 하지만 주말에는 재밌는 책을 골라서 깔끔하게 다 읽는 게 좋아서 소설책을 둘러봤다. 오늘도 제목이 마음에 드는 한 책을 골랐다. 피터 스완슨 저 노진선 역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다. 처음엔 죽어 마땅한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다 읽고 나니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죽어 마땅한 사람이 아니라 죽여 마땅한 사람인지 이해가 된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각기 다른 네 사람의 시점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전개된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술을 마시던 테드는 우연히 릴리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들이 타야 할 비행기가 연착이 되면서 계속 이야기를 하다가 남에게 쉽게 하지 못할 이야기도 방금 만난 모르는 사람이기에 오히려 더 쉽게 터놓게 된다. 성공한 사업가로 남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테드는 일주일 전에 아내와 살기 위해 짓고 있는 집에서 아내의 바람을 목격했다. 릴리가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테드는 죽이고 싶다며 농담을 한다. 이에 릴리는 너무나도 진지하게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죽이자고 한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저 노진선 역 ©리디북스

 

초반에는 현재의 테드와 과거의 릴리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나오는데 지루할 틈이 없다.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릴리의 과거는 현재의 릴리가 왜 지금과 같은 성격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집에 잘 오지도 않는 아빠, 히피와 같이 자유로운 엄마, 부모님이 데려오는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살아야 했던 릴리를 보면서 애를 낳기만 하면 부모가 되는 게 아니라 부모도 부모 자격이 있어야 부모라는 말이 생각났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내 편일 거라는 믿음을 줘야 할 부모인데 자신의 부모를 믿지 못하고 무덤덤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릴리가 짠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이야기들이 릴리를 한층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준다.

 

릴리는 말한다. 세상에 사람들은 언젠간 다 죽기 마련인데 어차피 죽을 사람을 좀 더 일찍 죽이는 것뿐이라고. 그런 나쁜 사람들이 살아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것이고 사회에 암적인 존재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살면서 한 번쯤은 죽어 마땅한 사람들을 생각해봤을 것이다. 요즘 들어 특히 범죄자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한다. 최근에 이슈가 된 N번방 사건만 봐도 그렇다. 인간이 그랬다고는 믿기지 않는 그들이 저지른 짓을 보면서 제발 산소가 아까우니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릴리는 그들을 ‘죽여’ 마땅하다고 생각해 직접 실천으로 옮기는 캐릭터다.

 

간간히 나오는 유머들에 실소가 터지기도 하고 각기 다른 시점으로 전개가 될 때 타이밍을 어떻게 그렇게 잘 끊는지. 다음 장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궁금해하며 정말 재밌게 읽었다. 미란다가 왜 테드를 두고 바람을 폈을까 계속 궁금했는데 미란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그 이유를 알았다. 이 부분이 어이가 없기도 하고 제일 웃겼다. 릴리만큼이나 미란다도 입체적이고 재미있는 캐릭터다.

 

요새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대부분 재밌게 읽긴 했지만 다시 읽고 싶던 책은 없었는데 이 책은 나중에 또다시 읽고 싶을 만큼 재미있다.

 

 

 

📌 아래의 더보기에는 결말에 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보기

쳇, 미란다, 브랜드를 철저한 계획 속에 죽여버린 릴리답지 않게 너무 허술하게 킴볼 형사를 처리해서 의아했다. 또 릴리는 그로 인해 조사를 받게 되어서 일이 커지나 했더니 킴볼 형사가 스토킹을 했던 것으로 일단락되며 급하게 끝나는 감이 있다. 이야기가 갑자기 끝나 어리둥절하기도 했고 책도 영화도 항상 깔끔하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걸 좋아해서 열린 결말을 보고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옮긴이의 말에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걸 보니 열린 결말도 나쁘지 않았다. 알고 보니 부모님이 이미 손을 써놨고 이제 호텔이 들어와서 아예 릴리의 과거는 들킬 일이 없다고 행복 회로를 돌려본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당신은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거예요.”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는 소설이 있고미친 듯이 넘어가는 소설이 있는데 이 작품은 후자다! _<마리끌레르>미국에서 가장 까다로운 서평그룹 굿리즈 평점 4.01!출간 전 서평단 300명이 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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