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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읽고

책 ::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신미경

by Hyedy 2020. 4. 13.

뿌리가 있긴 있는데 요즘은 어디에 뿌리를 내려할지 고민이다. 어디에 뿌리를 내리든 일단 뿌리가 튼튼하면 어디에서든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신미경의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에서는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면 좋은지 작가 자신만의 방법을 소개한다.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하는 것 그리고 생각하는 방식까지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이건 내 삶에도 적용할만하겠다 싶은 것들이 꽤 있었다. 이전의 책들이 생각거리만을 남겨줬다면 이 책은 생각뿐만이 아니라 할 거리도 남겨주었다.

 

 

할 거리 첫 번째, 보통 하루 전에 다음날 해야 할 리스트를 작성한다. 그 리스트는 예전부터 즐겨 쓰던 Agenda앱을 이용해서 쭉 적는다. 여기에 신미경 작가는 리스트를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으로 나누어 적으라고 한다. 이로써 우선순위를 정할 수도 있고 하고 싶은 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니 부담감이 줄어든다. 잘 풀리는 날에 하고 싶은 일까지 모두 끝냈더니 그 날은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까지 끝내다니’라는 기분으로 성취감이 더 커졌다.

 

할 거리 두 번째, 한국 주변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한 적은 없지만 유럽은 거의 다 가봤는데 여행지를 방문할 때마다 남들이 흔히 모으는 마그넷, 엽서, 잔을 모았다. 하지만 택배 분실, 이사 등등의 이유로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남아있는 건 하나도 없다. 왜 굳이 그런 고생까지 해서 쓰지도 않을 걸 모았을까 하는 회의를 느껴 미국, 캐나다 여행을 갔을 때도 딱히 기념품으로 사 온 게 없다. 여기에 작가는 이탈리아 여행을 가서 마그넷, 엽서 등을 사 오는 대신 겪었던 것 중에서 좋았던 그들이 레몬을 활용하는 문화를 가져왔다고 한다. 너무 낭만적이다. 나도 여행을 간다면 이제 그들의 문화 하나를 우리 집에 들여야겠다.

 

마지막 할 거리, 작가는 마음을 다쳤을 때면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고 되뇐다고 한다. 남들과 비교하기보다는 어제의 나 자신과 비교하며 나날이 더 발전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내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조금 차이점이 있다면 ‘나는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이지만 작가는 이미 더 좋아지고 있다고 믿는다는 점이 다르다. 설령 어제보다 오늘이 더 좋지 않더라도 저렇게 말하면 기분이 좀 나아지려나. 이게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는 해봐야 알겠다. 여기까지가 할 거리고 생각거리들이 남았다.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신미경 @YES24

 

 

어른이 된 보상으로 선택의 자유가 생겼다. (중략) 남들의 통제를 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특권. 무책임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다가 결국 아프고 후회하는 일이 생겨도 내가 저지른 일이라 아무도 탓할 수 없다는 점이 어른이 되어 마음대로 산다는 것의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 같다. 

내가 왜 그간 고통스러웠는지 알겠다. 미성년자일 때는 최소한의 선택지만을 가졌다. 그 선택조차 온전히 내가 원하는 것으로 하려면 부모님의 의견에 맞서 싸워야 했다. 원하는 학과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울고불고 싸웠던 날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그간 싸웠던 게 무색하게도 한도 없는 자유가 나에게 주어졌다. 그 자유는 내 삶에 천천히 스며들지 않았다. 그 자유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성인이 되기만을 기다리면서 쌓이고 쌓이다 성인이 되자마자 쏟아져 나왔다. 모든 것을 다 선택해야 하는 삶이 너무 피곤하다. 요새의 나는 선택의 자유 속에 허우적대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되는 대로 살고 싶은데 그것마저 선택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니 산다는 건 정말 피곤하다.

 

 

작가는 제철 재료들을 이용해 요리를 하면서 부엌에서 계절의 흐름을 느낀다고 한다. 나는 집에 있는 많은 식물들과 함께 계절의 흐름을 느낀다. 항상 히터를 틀어놓으니 집 온도는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식물들은 안을 벗어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봄이 왔음을 더 빠르게 느끼나 보다. 겨울 동안 마치 죽은 것 마냥 있던 식물들이 날씨가 조금 따뜻해졌다고 새잎을 낸다. 아직도 살아있구나. 다행이다. 식물을 키운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디가 아프다고 말해주지도 않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린다. 그 앓는 과정에서 눈치라도 채면 다행이련만 조금이라도 늦어버리면 이미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이렇게 보낸 식물이 한두 개가 아니다. 새잎이 나는 걸 보고 나니 귀엽기도 하고 식물들이 살아있다는 게 느껴져서 더 잘 돌봐주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변함없이 조금씩 방황하고 궤도를 바꾸며 살아가는 중에 작게라도 열망하는 것이 있다면 삶이 무료해지는 법은 결코 없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재택 근무에 슈퍼도 Arne가 다녀오니 산책 말고는 딱히 밖에 나갈 일이 없다. 작가 말대로 계속 변화가 없는 궤도인 집에만 있다 보니 밖을 돌아다닐 때 보다 훨씬 쉽게 무료해진다. 가뜩이나 지루한 궤도에 열망하는 것도 없다. 그나마 요즘 다시 시작한 그림 그리기와 책 읽기 덕분에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것들이 내가 열망하는 것이 될 수 있을까. 진득이 좋아하는 것이 없어서 항상 뭔가에 빠져있는 덕후들을 보면 좀 부러웠다. 올해는 내가 열망하는 것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일상의 좋은 루틴을 쌓아가는 건흔들리는 마음에 돌담을 쌓아올려 자기를 지키는 일나는 나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불행하게만 느껴지는 삶을 당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에 있다. 모닝 스트레칭, 퇴근 후 나만의 샤워 의식, 달밤에 피아노 연습, 일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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