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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읽고

책 :: 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Behind Closed Doors)

by Hyedy 2020. 4. 11.

오늘은 Easter 전 Good Friday로 공휴일이지만 셀프 격리로 인해서 할 것도 없고 책이나 읽을까 하고 찾아봤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이 있지만 자기 계발서라서 오늘은 좀 재밌는 책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고른 책이 바로 <비하인드 도어>다. 아무런 정보 없이 어디서 본 추천 댓글 하나로 비하인드 도어를 골랐다. 오랜만에 읽는 스릴러 소설이라서 너무 기대됐다. <비하인드 도어>는 초반부터 긴장감이 가득하다. 첫 챕터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 든다.

 

 

비하인드 도어 (Behind Closed Doors) 원서 커버

 

📌아래의 글에는 <비하인드 도어> 줄거리 및 결말에 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인 그레이스는 많은 상대와 연애를 했음에도 다운증후군 여동생 때문인지 결혼을 하지 못 했다. 하지만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백마 탄 왕자 같은 잭을 만나고 심지어 결혼 후에 다운증후군이 있는 여동생도 같이 살아도 된다는 그의 말에 그레이스는 그와의 결혼을 결심하고 둘은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사이코 패스 잭의 끔찍한 계획이었다. 사실 잭이 원하는 것은 그레이스가 아니라 그레이스의 동생 밀리였다. 그는 그레이스를 사랑하지도 않고 역겹다며 성관계도 가지지 않지만 오직 다운증후군이 있는 밀리를 학대하고 싶어 그레이스와 결혼을 한 것이다.

 

잘생기고 직업도 좋고 매너도 좋고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였던 잭은 결혼 후 본색을 드러내며 기숙학교에 있는 밀리를 집으로 데리고 오기 전까지 그레이스를 시시때때로 괴롭힌다. 그레이스도 탈출을 몇 번 시도했지만 잭이 워낙 치밀하게 설계해놓은 탓에 오히려 그레이스만 미친 사람이 되기도 하고 ‘네가 이렇게 하면 밀리는 무사할 것 같냐’와 같이 밀리를 빌미로 삼아 협박하며 그레이스를 미치게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잭은 가정폭력을 당하는 여자들을 변호해주는 정의로운 사람이며 아내를 끔찍이도 생각하는 가정적인 남자다. 그레이스도 가끔 자신이 본 사이코패스 잭의 모습이 꿈을 꾼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지하실에 갇힐 때면 그게 꿈이 아님을 깨닫는다.

 

과거 초반에 계속 당하고 거의 포기한 그레이스도 밀리를 잭과 함께 사는 집으로 데려와야 할 때가 정말로 얼마 남지 않자 조금씩 용기를 낸다. 이후 그레이스는 잭의 속임수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그 기회를 활용하기 시작한다. 결국 그레이스는 잭의 술에 수면제를 넣는 데 성공하고 그레이스를 그렇게 괴롭히던 지하실에 그를 가둬놓는다. 안에는 손잡이가 없어 밖에서만 열 수 있는 지하실에서 그는 약물 과다 복용도 아닌 탈수로 사망한다. 그레이스가 겪은 고통에 비하면 새 발의 피겠지만 그나마 고통스럽게 죽어서 위안이 된다.

 

소설 내내 잭과 그의 친구 부부들이 등장하는데 그중 한 사람인 에스터는 유일하게 잭과 그레이스가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걸 눈치챈 사람이다. 솔직히 나였으면 아예 눈치를 못 챘을 것 같은데 그걸 눈치챈 에스터도 대단하다. 에스터의 도움으로 그레이스가 탈출에 성공하나 싶기도 했지만 초반에 조금 수상해했을 뿐이지 딱히 다른 물증도 없어서인지 별 다른 일을 하진 않는다. 그래서 잭을 처리하는 일은 온전히 그레이스의 몫이었고 그걸 해냈다. 그 과정에서 마치 내가 그 일을 하는 것 마냥 긴장됐는데 잭이 죽었다는 소식을 보자 ‘그렇게 쉽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마음이 편해졌다.

 

소설의 마지막에 에스터는 그레이스에게 밀리의 방이 무슨 색이었냐고 물어본다. 잭이 밀리에게 보여준 방은 밀리가 좋아하는 노란색으로 꾸며진 방이었지만 그건 단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방일뿐이다. 밀리가 진짜로 가게 될 방은 온통 핏빛으로 물든 지하실의 빨간 방이다. 벽에는 그레이스를 협박해 그린 끔찍한 그림들이 걸려있고 밀리를 고문하기 위해 만든 방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잭이 갇혀 죽은 그 방이다.

 

잭은 이전에 그레이스와 함께한 그의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그레이스가 자신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지 않자 무언의 협박으로 밀리의 방은 빨간 방이라며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걸 기억하던 에스터는 밀리의 파티 때 노란색인 밀리의 방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고 눈치를 챈 것이다.

 

모든 걸 눈치 챈 에스터는 이후 경찰과의 있을 진술을 대비해 그레이스의 알리바이를 완성시켜 준다. 과연 에스터가 정말 그레이스를 위해서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줬을까 아니면 완벽해 보이던 그레이스가 끔찍이도 불행하단 걸 확인한 후 자신이 낫다는 일종의 우월감을 느끼며 동정으로 도와줬을까. 이전에 묘사된 에스터의 모습을 생각하면 후자에 가깝다. 이런 사람들이 현실에 옆에 있으면 너무 피곤하다. 내 불행을 기뻐하고 내 행복을 온전히 축하해 주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어쨌든 사이코패스 잭은 죽었고 그레이스는 그 비싼 집을 팔고 잭이 남긴 돈으로 밀리와 행복하게 살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읽는 내내 사이코 패스의 잭이 벌이는 일의 묘사가 너무 생생하고 그레이스가 느꼈을 감정이 너무 잘 느껴져서 괴롭지만 술술 읽히기도 하고 결말도 깔끔해서 마음에 든다. <비하인드 도어>는 B. A. 패리스의 2016년작 장편 스릴러 소설로,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데뷔작이 이렇게 재밌다니. 다른 책들도 조만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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