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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읽고

책 :: 고래, 천명관

by Hyedy 2020. 3. 16.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언젠가부터 자극적인 것들에 중독이 되었다. 인터넷 서핑을 할 때 대부분의 시간을 사진만 대충 훑어보고 유튜브를 봐도 짧은 영상들 몇 개만 보고 만다. 심지어 영상을 보는 것도 답답해서 배속으로 재생해서 볼 때가 있다. 이러다가 정말 글을 못 읽게 되는 거 아닐까 아무 생각 없이 살게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아무 의미 없이 스크롤을 내리며 사진만 보던 인스타그램도 탈퇴하고 블로그를 하며 글도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즘은 책을 읽으려고 노력 중이다.

 

예전엔 박완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좋아했는데 오랜만에 책을 읽으려니 읽을 책을 고르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물론 예전에 읽었던 책들도 거의 잊어버려 다시 읽어도 되지만 새로운 책을 읽고 싶어서 사람들이 추천하는 리스트를 검색해봤다. 그리고 독일에서 한국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 그 해당 도서가 구글 플레이스토어 북 혹은 전자도서관에 있는지도 찾아보고 있으면 그제야 그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빌린 두 번째로 책이 천명관의 <고래>다. 첫 번째 책은 정문정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다. 첫 번째 책 리뷰를 올리고 싶었지만 너무 인용하고 싶은 구절들이 많아서 저작권 때문에 올리지 못했다. 그래서 두 번째로 읽은 천명관의 ‘고래’가 첫 번째 책 리뷰 글이 되었다.

 

 

Photo by  Todd Cravens  on  Unsplash

 

📌아래의 글에는 <고래> 줄거리 및 결말에 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찾아보니 책 두께가 너무 두꺼워 읽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다행히도 eBook으로 봐서 종이 책은 두꺼운 줄도 몰랐다. 어쩐지 읽어도 읽어도 아래쪽에 뜨는 퍼센트가 비슷하더라니 이제 이해가 된다. 나에게는 두께 때문에 읽기 힘들기보다는 초반에 스토리 이해가 조금 잘 안 됐다. 이 얘기하다가 다른 얘기하고 시간대가 바뀌기도 해서 대충 감으로 읽다가 초반을 지나니 몰입이 돼서 술술 읽혔다. 묘사가 너무 잘되어있어서 글을 읽으면 그 모습이 상상이 된다. 춘희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더 그랬다. 말도 못 하고 엄마에게 사랑도 받지 못해 더 딱한 아이라 그랬는지 교도소에서 괴롭힘 당하는 모습, 혼자 외롭게 벽돌을 만드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 더 짠했다.

 

왜 고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행복할 수 없는 걸까. 왜 단 한 명도 끝까지 행복한 인물은 없을까? 모든 인물들이 하나 이상의 결점을 가지고 있고 잘 풀리나 싶다가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다 읽고 나면 찝찝한 기분이 들어 천명관의 ‘고래’는 다시 읽을 일도 누구에게 추천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수상까지 한 작품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나와는 맞지 않았다. 특히 불필요한 성적 묘사가 좀 있어서 놀랐다. 예를 들면 춘희와 정서적으로 교감하며 잘 만나던 운전사가 춘희를 강간하는 모습은 전혀 뜬금없었다. 흔히 말하는 캐붕으로 앞에서 묘사된 성격과 전혀 다른 말투로 이야기를 하고 앞뒤 상황과도 맞지 않아 작가가 춘희를 불행하게 만들기 위해서 억지로 끼워 넣은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나중에 춘희가 그걸 그리워한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건 뭔지.. 어이가 없다. 작가의 의도가 어찌 되었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수상까지 한 작품에 이런 식의 묘사들이 존재하다니 실망스러웠다. 이후에 읽을 책들은 부디 이런 부분이 없으면 좋겠다.

 

 

 

고래

제1회 의 은희경, 제2회 의 전경린, 제3회 의 윤애순, 제5회 의 김영래, 제8회 의 이해경... 문학동네 소설상이 오랜만에 당선작을 냈다. 주인공은 지난해 여름 `문학동네 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천명관씨. 등단작 `프랭크와 나`를 제외하곤 아무 작품도 발표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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