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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 디자이너

독일 워킹홀리데이 :: 독일 회사에서의 한 달

by Hyedy 2018. 8. 1.


입사 첫 날이 엊그제 같은데 일주일이 지나고 드디어 오늘로 한 달이 되었다. 매일 일 할 때 시간은 느리게 가서 퇴근 시간만 바라보지만 이렇게 돌이켜볼 때면 벌써 2018년의 반이 지나갔나 할 정도로 시간이 정말 빠르게 가는 것 같다. 한 달 동안 한 일을 요약해보자면 업무적으로는 App Rebrush, UX Review 이 두 가지, 업무 외적으로는 팀에 적응하기, 회사에 적응하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일하는 회사는 다양한 서비스를 어플, 웹, 프린팅 등을 통해서 보여준다. 그 중 하나의 서비스의 App을 Rebrush 하는 것이 내 첫 프로젝트였다. 굉장히 올드한 디자인이지만 주력 서비스가 아니라서 다들 내비뒀는데 갈수록 사용자들도 떨어지고, 리뷰도 별로 안 좋아져서 디자인 팀에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고쳐야 할 게 많았던 터라 더 많은 변화를 시도해볼 수 있어서 재미있게 작업했다. 한 3주 정도에 걸쳐서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수정했고, 디자인을 끝낸 후에 프로토타이핑으로 거창하진 않지만 프레젠테이션도 했다. 처음에 프레젠테이션을 한다고 해서 좀 긴장했었다. 대학교 다닐 때도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되면 남들 앞에 서야하고 말도 잘해야한다는 부담감에 항상 떨렸고 대본을 적고 외우는 등 엄청나게 준비를 했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왜 긴장했는지 모를만큼 별 거 없었다. 내가 했던 거 보여주고 이건 이래서 이렇고 저래서 저렇게 했는데 질문있냐? 이렇게 하면 끝이었다. 첫 프로젝트여서 그런지 '이게 나의 실력을 보여주는거야!!'라는 부담감에 더 열심히 했는데 다행히도 모두가 훨씬 좋다고 마음에 든다고 했고, 나중에 슬랙으로도 디자인한거 봤는데 어썸하다~~라는 칭찬을 들어서 기분이 째졌다. 계속 칭찬만 받다보니까 뭔가 당근과 채찍을 받아야 하는데 당근만 받아서 좀 불안한게 있었지만 '뭐 좋으니까 좋다고 하겠지'라고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를 끝내고 두 번째는 UX Review다. 첫 번째 프로젝트처럼 대대적으로 디자인을 수정하는 것은 아니고, 사용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product team에게 어떻게하면 좋을지 제안하는 것이다. 이 일은 지금도 계속 진행중이다. 독일에서 일하기 전에 항상 한국에서 일하는 것과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었는데, 디자인만 두고 보자면 별로 다를 바 없는 듯하다. 디자인 하는게 재밌어서 그런지 일하는 건 괜찮다. 가끔 어려운 일들이 있긴 하지만 절망적이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일들은 없다. 



일을 시작한 뒤로 자주 Arne에게. '일하는건 재미있고 어렵지 않은데, 사람들이랑 친해지기가 너무 어려워..'라고 하곤 했다. 나빼고 다 독일인인 독일회사이다 보니 초반에 친해지기가 조금 어려웠다. 그리고 나도 친구들과 항상 자연스럽게 친해졌지, 친해지려고 살갑게 다가가거나 한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놓이면 처음엔 소외감이 들고 '뭐야 나는 못 알듣는데..자기들끼리 재밌어보이네' -> '쟤네들이 계속 나한테 말 걸어줄 필요는 없지' -> '내가 먼저 말 걸어도 되자나 나는 왜 안 할까? 왜 살갑게 말 못 걸지?' 이렇게 결국 스스로에 대해 스트레스 받게 된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계속해서 가만히 있는 나에게 말걸어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 뒤로 뭔가 나한테 뭐 먹을래? 뭐할래? 어디갈래? 라고 물어보면 무조건 YES! 라고 하고 내가 먼저 커피마시러 가자~ 등등 내가 먼저 하기도 했다. 그랬더니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오늘 퇴근하며 팀장이랑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팀장이 "네가 이 팀에 합류해서 너무 좋아"라고 말해줬다......감격 😭적응하지 못 한다는 이유로 짤리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한게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한 마디가 더 크게 다가왔다. 앞으로 5개월 간 수습기간동안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일도 열심히 하고 독일어도 다음달부터 열심히 배워서 더 잘 적응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7월의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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