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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 디자이너

독일 회사 생활 :: 회사 동료들이랑 같이 김밥 만들기

by Hyedy 2023. 2. 11.

지금 있는 팀 분위기도 좋고 사이도 너무 좋아서 팀 이벤트를 종종 한다. 거창한 건 아니고 베를린, 함부르크에 있는 팀원들이 다 같이 노래방을 가거나 뭘 만들어 먹거나 한다. 함부르크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베를린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리모트로만 보는데 이렇게 이벤트가 있으면 실제로 볼 수 있어서 반갑다. 예전에도 한 번 회사에서 김밥을 만들어 먹었지만 다른 팀에 있을 때 한 거라서 이 팀에서도 한 번 해야겠다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실행으로 옮겼다.

 

일단 회사에서 퇴근 후 저녁으로 만들어 먹고 가는 거라 일정을 먼저 정해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 한두 달 전부터 언제 시간이 되는지 투표를 올려서 날짜를 정한다. 이렇게 정해놔도 나중에 아프거나 다른 일정이 생겨서 못 오는 사람들이 생긴다 🥲 제일 친한 친구는 엄청 기대했는데 아파서 불참했다.

 

지난번에 같이 김밥을 말 때 소세지랑 참치마요 두 가지 버전으로 했는데 참치마요가 훨씬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이번엔 참치마요, 매운 참치마요, 비건 친구를 위해서 두부 이렇게 세 가지 버전으로 준비했다. 김밥은 자기가 넣고 싶은 대로 재료를 넣고 마는 거라서 비건 친구들이랑 하기도 좋다. 이전에도 부리토, 썸머롤 이렇게 자기가 원하는 대로 넣기 좋은 음식들로 같이 만들었다. 

 

베를린, 함부르크 이렇게 번갈아가면서 팀 이벤트를 하는데 이날은 함부르크 차례다. 일을 하다가 한 5시쯤에 다른 동료 하나랑 같이 장을 보러 갔다. 이날 김밥 재료는 다 독일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걸로만 넣었다. 원래는 단무지랑, 우엉, 맛살 이런 것도 넣어야 하지만 단무지랑 우엉은 독일 마트에서 구하기 힘들고 맛살은 거부감이 있을 것 같아서 생략했다. 

 

 

사실 참치마요 하나만 하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스파이시 마요라고 말했는데 다들 스파이시 마요 좋아!!!라고 해서 얼떨결에 하게 됐다. 재료비도 얼마 안 나왔다. 한 20유로인가 30유로인가? 장을 보고 와서 하나씩 재료를 다듬으면서 만들기 시작했다. 

 

 

 

 

요리하는 모습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으니 지나가면서 사람들이 뭐 하냐고 물어본다. 

 

👥: 너네 뭐 해??? 맛있는 냄새~

👤: 우리 김밥 만들어~!!

👥: 김밥??? 김밥이 뭐지??

👤: 스시 같은거야 코리안 스시~

👩🏻: 머라고?!?!?!?! 😤 스시랑 김밥은 엄연히 다르다고! 이거는 김밥이야

👤: ㅋㅋㅋ알았어 그럼 김밥이랑 스시랑 뭐가 달라?

👩🏻: 음 재료가 달라서 우리는 딱 보면 아는데, 보통 김밥은 재료 익히고 간 다 해서 들어가고 스시에는 날 거를 보통 넣어. 독일에서는 새우튀김이니 치킨이니 넣지만 원래 스시는 안 익힌 재료 넣어. 

👤: 오 알았어. 이거는 김밥! 스시라 안 할게 김밥!

 

 

독일에 나와있으니 너무 아쉬운 게 일본 음식은 자기들 이름을 그대로 쓰는데 한국 음식은 죄다 번역이 되어있을 때다. 그래도 요즘 음식은 한국 발음 그대로 표기를 하는 곳이 많아졌는데 재료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특히 떡볶이. "라이스 케이크와 피쉬 케이크가 들어간 매운 국물 요리야"라고 했을 때 나 같아도 살짝 첨에는 거부감이 있을 듯하다. 라이스 케이크는 뭐고 피쉬 케이크는 뭐야? 그래서 항상 떡! 어묵! 떡볶이! 이렇게 말을 하긴 하는데 아쉽다. 전도 마찬가지다. 코리안 팬케이크라고 하는데 그냥 해물파전! 김치전!이라고 하면 좋지 않을까. 오꼬노미야끼를 재패니즈 팬케이크라고 안 하잖아. 

 

 

재료를 다 손질해서 식탁으로 모였다. 김발이 집에 있긴 하지만 예전에 했을 때 없는 게 더 잘 말려서 안 가져왔다. 근데 동료들이 힘들어하길래 가져왔어야 했나 하고 살짝 후회했다. 

 

 

 

그렇지만 나는 잘 말았지! 😎

 

 

 

 

근데 밥이 고루 안 펴져 있어서 써니까 못 생겨졌다 😓 이날 인도 친구가 냄비밥을 했는데 물이랑 냄비 계산을 잘못해 가지고 밥이 설익어서 막 엄청 맛있다는 아니었는데 동료들은 맛있다면서 남김없이 다 먹었다. 심지어 매운 참치마요 좀 남았는데 밥 남은 거랑 해서 같이 먹더라. 다 먹고 정리하고 사 온 과자 먹으면서 보드 게임도 좀 하다가 들어갔다. 전에 회사 다닐 때는 이런 거 상상도 못 했는데 팀원들이랑 이렇게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다니 너무 즐거웠다. 심지어 한 명은 다음날이 애기 생일이라서 집 가서 머핀이랑 케이크 구워야 하는데 김밥 만들고 싶다고 참여했다. 감동이야 🥹 

 

팀 이벤트 너무 재밌어서 자주자주 하자고 했더니 또 다른 팀 이벤트가 잡혔다. 다가오는 팀 이벤트는 베를린에서 방 탈출이다~ 과연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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