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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 디자이너

독일 워킹홀리데이 :: 지옥 같았던 암트에서의 7시간

by Hyedy 2018. 9. 15.

워홀 비자로 어디까지 일할 수 있는지 노동비자로 바꿔야 하는지 확실히 하려고 휴가를 내고 암트에 다녀왔다. 나는 아직 독어로 암트를 갈 수 있는 정도가 안 돼서 Arne도 같이 휴가 내고 같이 갔다. 지금 사는 지역의 관할 암트는 테어민을 받지 않고 아침 일찍 가서 번호표를 받는 식으로 운영이 되는데 홈페이지에는 아침 7시 이전에 와서 번호표를 받으라고 적혀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나중에 다시 얘기할 것이다.

 

아침 7시까지 가야하니까 우리는 6시쯤 일어나서 준비한 뒤 암트로 향했다. 여름이 지나 쌀쌀해진 날씨 탓에 춥기도 하고 배도 고프고 왜 암트는 테어민을 받지 않으며 왜 나는 유럽인이 아니라 이 고생을 해야하는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건 앞으로 닥칠 일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6시 50분쯤 도착했는데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그 덕에 우리가 받은 번호표는 43번이었다. 7시도 안 됐는데 내 앞에 42팀이나 있다니 말이 되냐 이게. 7시 30분부터 업무 시작이라 번호표를 받고 앉아서 기다렸는데 7시 30분이 되자 1-20번까지 들어오라고 했다. 우리는 43번이니까 세 번째 구간이다. 조금만 일찍 왔다면 두 번째로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많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나. 아무튼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려서 9시쯤 됐을 때 드디어 40-60번까지 올라가라고 해서 관련 층으로 이동했다.

 

 

도착해서 받은 번호표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42팀이나 내 앞에 있었다.

 

 

2시간이나 기다려서 해당 사무실로 들어왔을 때 나는 ‘와 암트가면 계속 기다리야 된다는데 맞네..기다리고 기다려야되네..그래도 기다려서 들어왔으니까 다행이다. 이제 베암터만나서 이야기하고 집에가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암트의 기다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무실 입구에서 줄서서 또 접수를 하고 41번이라는 번호표를 받았다. 40-60번대 들어오라고 했을 때 나는 이전 번호들의 업무가 다 끝나서 들어오라고 한 줄 알았다.

 

하지만 사무실 안의 대기실 스크린을 보니 여전히 10번 대 업무를 진행 중이었다. 내 번호는 40번대였으니 또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Arne랑 다음에 암트를 오게 되면 넷플릭스를 다운 받고 샌드위치를 챙겨오자고 할 정도로 너무 지루했다. 한참을 기다리다 1시 정도가 되서야 내 번호가 스크린에 뜨고 드디어 베암터를 만날 수 있었다.

 

 

두번째로 받은 번호표

 

 

이전에 암트에서 보낸 이메일에는 회사 계약서, 회사가 올렸던 구인 공고, 여권을 가져오라고 적혀있었지만 막상 오니까 비자 신청서도 적으라고 하고 사진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사진은 없다면 암트에서 찍을 수도 있지만 찍은 사람의 말에 의하면 머그샷처럼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 암트에 갈 때는 꼭 사진을 챙겨가도록 하자. 가져온 서류들을 보여주며 지금 내 상황에 관해서 이야기하니 워킹홀리데이가 뭔지 잘 모르는 눈치였다. 잠시 자기들 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며 나가서 있다가 스크린에 다시 번호가 뜨면 들어오라고 했다. 오랜 기다림 끝의 만남은 짧았고, 또다시 기다려야 했다. 

 

 

한 30분 정도 기다렸을 때 번호가 떠서 다시 들어갔더니 워킹홀리데이 비자로는 오래 일을 할 수 없고 일반 노동비자를 신청하라고 했다. 그래서 ‘그럼 지금 일하고 있는 건 어떻게 하냐, 무급 휴가를 내야 하냐’ 하니 그건 자기들이 알고 싶지 않다며 노동 비자만 신청하면 된다고 했다. 신청 후 2-3주 뒤에 노동청에서 허가가 떨어지면 메일이나 휴대폰으로 알려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졸업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미리 말해줬으면 준비해서 왔을 텐데 왜 이제야 말해주는지.

 

비자 신청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가서 졸업 증명서를 뽑아서 다시 암트에 가서 사무실 접수 줄을 서서 기다린 다음에야 서류 제출을 끝낼 수 있었다. 졸업 증명서를 가져다주면서 본 건데 나는 암트에서 새벽 7시까지 오라길래 한정된 인원만 받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접수를 더 받지 않으니 일찍 오라고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2-3시쯤 다시 암트에 갔을 때 계속해서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었고 줄도 거의 없었다. 어찌됐든 비자 신청을 했으니 됐다.

 

거의 7시간을 암트에서 보냈다. 우리는 이렇게 오래 걸릴지 모르고 끝나면 쇼핑하러가자했는데 끝나니 둘 다 너무 지치고 배고파서 밥만 먹고 집으로 와서 쉬었다. 암트 간다고 휴가를 낼 때 팀장이 하루 종일 휴가를 내야하냐 반차를 내도 되지 않겠냐 했는데 반차를 냈으면 기다리기만 하고 이도저도 못 할 뻔 했다. 가장 큰 문제였던 비자를 아직 해결한 건 아니지만 신청한 것만으로 나는 한시름 놓았는데, 그날부터 Arne는 매일 내 비자가 거절되면 어떡하나하며 걱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곧 알게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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