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독일에 올 때 별 생각 없이 왔다. 다들 말하는 헬조선 탈출이니 이민이니 계획하고 온 게 아니라 한국에서 취업할 자신도 없고 이제 갓 졸업해서 해외로 가도 잃을 것이 없으니 그냥 도피차 온 것이다. 그런데 요즘 따라 내가 독일에서 계속 살 수 있을지, 차라리 한국에 있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첫 번째로 독일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비자를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워홀비자를 가지고 있고 워킹비자를 신청해놓은 상태인데 아직 별문제는 없지만, 그냥 비자를 신경 써야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다. 거절당할지 어떻게 될지 모르고 마냥 기다려야 하니까. 신청한지 3주나 지났는데도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두 번째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니하오 소리를 들을 때마다 한국으로 가고 싶다. 작고 동양인 여자라 그런지 몰라도 종종 듣는다. 뭐라고 해주고 싶다가도 그 순간 니하오하고 쌩하니 가버리기 때문에 내가 열 받을 때면 그 자식은 이미 가버리고 없다. 문득 생각해보니 이런 발언을 했던 사람들은 다 남자였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대체 왜? 가끔 어떤 사람들이 니하오라고 하는게 인사하는 거 아니냐, 동양에 관심이 있어서 친해지려고 그런 거 아니냐는 헛소리를 하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네가 어디에서 왔든지 상관없고 나에겐 동양인이 다 같은 동양인이니 ‘니하오’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그렇게 해석 하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여기에 관해서 누가 동양인에게 지나가며 니하오 하는건 지나가던 고양이한테 그냥 ‘야옹’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고 그냥 ‘야옹’이다. 마지막 고민은 과연 독일에 살면서 늙어서까지 잘 살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다. 지금 받는 월급에서 세금 떼고 전세 개념도 없고 월세가 비싼 함부르크에서 월세가 나가면 사실 모을 수 있는 돈은 별로 없다. 그래서 과연 노후 대비를 할 수 있을 것인지, 나이가 들어서 외국인으로서 디자인이 아닌 다른 일을 하면서도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이제 겨우 취업해놓고 벌써 미래 걱정을 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한국에 있으면 미래에 대한 윤곽이라도 잡힐 텐데 여기서는 감도 안 잡힌다.
그렇다고 해서 ‘독일은 이제 별로고 한국에 가고 싶다!’ 이것도 아니다. 그저 이와 같은 고민을 요즘 자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독일에 온 지 딱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제 독일의 좋은 점들은 익숙해져서 당연하게 여겨지고 불편함과 걱정들만 남은 게 아닐까 한다. 예전에 독일에 교환학생으로 왔을 때는 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하지도 않았고 놀기만 했다. 그리고 작은 고민을 했다 한들 6개월 즈음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그때와는 심경이 아주 다르다. 앞으로 과연 6개월 뒤에는 또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안 좋은 것들보다 좋은 것들을 더 생각하며 지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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