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책을 찾다가 피터 스완슨의 책이라길래 고민도 안 하고 바로 읽었다. 주인공으로 부부인 헨과 로이드 또 다른 미라와 메슈 이렇게 나오는데 이전에 읽었던 『비하인드 도어』와 비슷하다. 『비하인드 도어』에서는 부부 한 쌍이 주인공이고 다른 부부가 조연이었다면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에서는 헨과 옆집 사는 남자 메슈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인 헨은 판화 작가로 남편 로이드와 교외로 막 이사를 와서 작업도 하면서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새로운 동네에서 사람들도 알아갈 겸 간 파티에서 옆집에 사는 부부인 미라와 메슈를 만난다. 이후 옆집 부부에게 초대를 받아 밥도 같이 먹고 집 구경을 하던 중 헨은 메슈의 서재에서 무언갈 발견하고 하얗게 질린다. 바로 더스틴 밀러가 죽은 살해 현장에서 없어진 펜싱 경기 트로피다.
헨은 집으로 돌아와 로이드에게 메슈가 죽은 더스틴의 트로피를 가지고 있는 게 수상하다며 메슈가 더스틴을 죽인 것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로이드는 말도 안 된다며 오히려 헨에게 트로피를 제대로 본 게 맞는지 추궁한다. 헨의 말이 맞다면 수상하게 여길 법도 한데 로이드는 헨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왜냐면 헨이 정신병으로 인해서 약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다정하고 착한 남편인 줄 알았던 로이드는 알면 알수록 헨을 가스라이팅 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주인공인 헨을 미쳤다고 생각하고 헨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마냥 마치 환자를 돌보듯 헨을 대한다. 그리고 헨이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고 정신병 때문에 헨이 망상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를 볼 때 남들 다 아는데 주인공만 모르는데서 오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이 답답함을 느끼면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무리 친해도 약점을 말하지 말아야 하는구나. 아픔은 공유하면 줄어든다고 하지만 그거도 그 당시에나 그렇지 지나면 나에게 어떻게 돌아올지 모른다. 상대방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헨과 로이드는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인데도 로이드가 헨의 과거 때문에 헨이 미쳤다고 보는 것만 봐도 그렇다. 남들의 조언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앞으로도 나의 상처와 약점은 혼자만 간직할 테다.
메슈는 근처 고등학교의 선생으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메슈에게는 골칫덩어리 동생이 하나 있다. 어린 시절 변태 사이코패스 아버지와 가스라이팅을 당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메슈와 리처드는 각자 다른 성격으로 자라게 된다.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메슈는 아버지 같은 남자들은 다 죽여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아버지를 포함한 남자들을 혐오한다. 반면 동생인 리처드는 어머니는 죽어 마땅했다며 어머니를 가스라이팅하고 여자를 혐오하던 아버지 같은 남자가 되었다.
책장을 넘기다 멈칫했던 게 여성 혐오자인 리처드가 나올 때마다 남작가 특유의 노골적인 묘사가 나온다. 이전 책에서는 그렇다 할 불쾌한 부분 없이 너무 재밌게 읽었기에 조금 찜찜해도 넘기며 다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이와 같은 묘사가 얼마나 리처드가 쓰레기였음을 보여주기 위해 꼭 필요했던 것인지 단순히 스토리만을 위해 사용된 것인지는 다 읽은 지금도 확신이 없다. 아마 이 작가의 다음 책을 읽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초반부터 일단 다 까놓고 시작하기 때문에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해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재밌게 본 드라마인 더크 젠틀리처럼 당시 읽을 때는 별생각 없이 넘어갔던 부분들이 하나하나씩 풀릴 때마다 ‘아 그래서 그렇구나’하며 다 이해가 되었다. 깔끔한 마무리에 내용도 재밌어서 피터 스완슨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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