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바로 Arne의 생일! 코로나로 외출도 못 하고 집에서 뭘 해 먹을까 하다가 처음에는 Arne가 보쌈을 해달라고 했다. 독일애들은 소스를 엄청 좋아한다. 고기를 먹을 때 스테이크가 아닌 이상 돼지고기는 항상 소스에 절여져 있거나 아님 소스에 아주 담가서 먹기 때문에 양념 없이 담백한 고기인 수육이나 보쌈을 안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고 해준 적이 없었다. 그래도 한국사람들은 다 좋아하니까 친구들이 오면 종종 했었는데 친구들 왔을 때 해준 거 뭐냐면서 자기 생일에 그거 해달라고 말했다.
그렇게 Arne의 생일에 수육을 해주기로 했는데 갑자기 마켓에서 홍합을 보더니 홍합이 먹고 싶다면서 메뉴를 바꿨다. 홍합이 요리하기도 훨씬 쉬운 것 같고 생일 당사자가 그렇다는데 당연히 나는 오케이 했다. 메뉴를 홍합으로 정하고 화이트 와인을 넣는 홍합 요리가 먹고 싶다며 레시피를 이것저것 찾아보더니 Arne의 최애 유튜버 Chef John 채널에서 홍합 레시피를 하나 찾았다.
Chef John의 Drunken Mussels 레시피인데 엄청 간단하다. 한국식 홍합찜이랑 비슷한데 차이점이 있다면 버터를 엄청 많이 넣고 쪄주는 거다. 재료도 간단하다. 홍합, 버터, 파슬리, 레몬, 화이트 와인, 마늘이 끝이다.
오늘 낮에 집 근처 해산물 가게에서 홍합을 사 왔다. 홍합은 독일어로 Miesmuschel(-n) 다. 두 팩에 10유로였다고 하는데 엄청 싼 거 아닌가? 독일엔 해산물이 비싸서 홍합도 좀 비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저렴했다.
양도 엄청 많다. 1팩에 1kg인가 그랬는데 Arne가 2팩을 사 왔다. 엄청 많아 보이는데 손질하면서 깨진 거, 죽은 거 골라내고 나면 좀 줄어든다.
그릇에 담았을 때 보이는 엄청난 양. 그렇지만 둘이서 다 먹었다.
사진엔 이미 냄비에 넣어버려서 없지만 마늘을 다져주고 다진 파슬리와 레몬 제스트를 준비해준다. 마늘을 볶다가 버터를 한가득 넣어주고 레몬 제스트도 넣어준다. 마늘이 익을 때까지 기다린다음 화이트 와인을 넣고 좀 기다렸다가 홍합을 넣어주고 열렸을 때 꺼내면 된다.
홍합이 익길 기다리면서 사온 바게트도 썰어준다. 겉에 뭐가 발려져 있어서 빵만 먹어도 맛있다. 홍합만으로 배가 부르려면 한 인당 3kg는 먹어야 하니까 빵도 꼭 같이 먹어준다.
다 익은 홍합들을 접시에 옮겨 담고 위에 파슬리를 뿌려준다. 레시피에는 파슬리도 같이 넣고 익히라고 하는데 파슬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데코용으로 위에만 올렸다. 정말 딱 익고 나서 바로 꺼내서 그런지 홍합 살이 엄청 부드러웠다.
👩🏻: 이거 뭐야? 왜 이렇게 부드러워? 덜 익은 거 아녀?
👱🏻♂️: ㄴㄴ아냐 입 열렸으면 다 익은 거 맞음
👩🏻: 엥.. 식감 너무 날 것 같은데.. 너 이때까지 홍합찜 먹은 거 이 식감이었음?
👱🏻♂️: ㅇㅇ
👩🏻: (충격)
냉동 홍합의 질기고 그 텁텁한 맛에 익숙해져 버린 나는 이런 신선한 홍합의 맛이 너무 낯설었다. 이럴 수가.. Arne는 고든 램지가 맨날 냉동 해물 질기다고 불평하는 거 못 봤냐면서 이게 진짜 홍합 맛이라고 한다. 아니 그럼 내가 이때까지 먹은 홍합은 뭐냐고~!!!!! 너무 부드러워서 어이가 없을 정도다. 다음은 혼자서 홍합을 좀 오래 익혀서 먹어봐야겠다. 아직은 이 홍합 식감에 익숙하지가 않다. 그렇지만 요리 자체는 너무 맛있었다. 특히 저 소스에 빵은 꼭 찍어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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