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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북미

미국 :: 즐거운 미국의 결혼식

by Hyedy 2019. 10. 12.

올해 초 Arne가 10년 전에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는데 당시 머물렀던 홈스테이 집의 친구가 결혼을 한다며 결혼식에 초대받았다. Arne는 갈까 말까 하다가 가면 나랑 가고 싶다며 나만 좋으면 같이 미국으로 갔다가 여행하고 캐나다도 여행하고 오자고 그랬다. 사실 미국은 별로 여행하고 싶은 나라는 아니었다. 

 

뉴욕이면 모를까 딱히 가고싶은 곳도 없고 별 흥미도 없었다. 그런데 고민하다가 Arne랑 제대로 된 휴가를 보낸 적도 없고 미국도 한 번쯤은 가보면 좋지 않을까 하고 알았다고 했다. 우리는 시카고에 도착해 며칠 여행을 하다가 결혼식이 진행되는 South Haven으로 갔다. 

 

우리가 도착한 날은 결혼식 전 날이었고 성당에서 예행 연습한 다음 신랑 측 가족과 함께 저녁 파티하는 곳으로 갔다. 골프장 근처 식당을 빌렸는데 이렇게 예쁘게 다 세팅이 되어있었다. 식당에서 해준 게 아니라 다 직접 준비한 거래서 깜짝 놀랐다. 음료는 딸기에이드랑 각종 술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저녁은 코스로 식전 빵부터 디저트까지 나왔다.

 

식사를 하는데 한 쪽에 걸려있는 TV에는 신랑 신부의 어릴 때 사진과 친구들과 찍은 사진들이 슬라이드 쇼로 계속 나왔는데 너무 귀여웠다. 신랑 사진 중에 Arne도 있어서 10년 전 Arne를 봤는데 지금이랑 똑같았다 🤣다른 한쪽에는 무대가 작게 마련되어 있었는데 초대받은 가족과 친구들이 노래를 부르거나 신랑 신부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했다. 신부 측 할아버지가 적어온 가사를 보면서 반주도 없이 노래를 부르는데 뭉클했다. 친구들도 나와서 얼마나 신랑 신부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결혼을 축하하는 말 등등을 하고 너무 감동이었다. 

 

다음날 결혼식 당일이 되었고 성당으로 갔다. 

 

 

 

들어가면 안내 종이를 주는데 들러리도 적혀있고 예식 순서도 나와있다. 

 

 

 

성당에서 세레모니가 끝나고 저녁을 먹는 장소로 이동했다.

 

 

 

들어가면 이렇게 안내판이 있는데 어디에 앉으면 되는지 나와있다. 

 

 

 

나와 Arne는 7번 테이블에 배정되었는데 옆에 보면 Denny 식구들도 7번 테이블에 모여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Denny 가족들이 누굴까 궁금해하며 앉아서 기다렸다. 

 

 

바로 옆에 준비된 웨딩케이크! 맛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먹어보니 촉촉하고 진짜 달고 맛있었다. 

 

 

 

밖에도 테이블이 준비되어있고 

 

 

 

안에도 준비되어 있는데 우리는 안 테이블을 받았다. 이 날 날씨가 좀 쌀쌀해서 안에 배정받은 게 다행이었다. 여기도 식당 측에서 준비한 게 아니라 신부 측 엄마가 준비했다고 했다. 이렇게 예쁘게 꾸미다니 대단하다. 

 

 

 

 

여기는 신랑 신부와 들러리가 앉는 테이블이다. 

 

 

 

 

식이 끝나고 배를 타고 갔던 신랑 신부가 다시 돌아왔다. 사람들의 환호와 함께 피로연이 시작됐다. 오늘은 동생과 가족들이 편지들을 읽었는데 신부 측의 동생이 울먹거리면서 편지를 읽는데 나도 울뻔했다. 

 

 

 

술은 원하는 대로 아무거나 먹을 수 있었고 식사는 치킨이나 연어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나는 연어를 골랐다. 따끈따끈한 연어 스테이크는 아니었지만 먹을만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Denny 가족은 할아버지 한 분이랑 다른 할아버지와 여자친구 할아버지 둘은 아마 형제인 것 같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의 아들과 아들의 약혼자였다. 나는 한국에서는 솔직히 어른들이랑 이야기할 기회도 별로 없었고 사근사근한 성격이 아니라서 그렇게 어른들과 잘 지내기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녁을 먹으면서 막상 이야기해보니 나이가 무색하게 이야기도 잘 통하고 너무 재미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할아버지였는데 IT 관련 회사에서 Agile Coach와 같은 일을 하셔서 내가 하는 UI 디자인에 대해서 좀 알고 계셨다. 너무 신기했다. 한국에서는 어른들이랑 이야기하면 회사는 어쩌고 결혼은 어쩌고 남자 친구는 어쩌고 진짜 불편한 이야기들만 잔뜩 해서 이야기하기 싫은데 이 날은 너무 즐겁게 이야기했다.

 

저녁을 먹고는 밴드 음악에 맞춰서 같이 춤도 추고 너무 즐거웠다. 독일에서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나이 상관없이 사람들이 같이 즐길 수 있다는게 너무 부럽다. 한국에서 내 친구들이 내 이모, 고모,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술 마시면서 놀 수 있을까? 상상도 안 되는데 여기선 그랬다. 

 

 

 

다음 날엔 신부 측 집으로 가서 브런치를 먹고 집에서 좀 쉬다가 신랑 가족들과 함께 보드게임 하면서 밤을 보냈다;; '무슨 모드게임이야;;'했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재밌어서 이거 진짜 재밌다고 하니까 나 하라고 선물로 보드게임 하나도 줬다 😆미국의 결혼식은 두세 시간 땡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갈 곳이 많아서 피곤하기도 했지만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술도 많이 마시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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