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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 디자이너

독일 취업 :: 어쩌다 독일로 오게 됐을까 (1)

by Hyedy 2019. 10. 19.

며칠 전 독일 워킹홀리데이에 관하여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 질문을 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왜 '독일'로 워킹홀리데이를 오게 된 것이냐였다. 나는 아직도 내가 독일에 살고 있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그 시작은 대학교를 다닐 때다. 그때의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꺼렸다. 항상 가던 곳만 가고 먹던 것만 먹고 그랬다. 그러다 우연히 나이가 들수록 왜 시간이 더 빠르게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지에 관한 글을 읽었다. 

 

The theory states that time passes faster when we are in a set routine when we aren't learning anything new, when we stay stuck in a life pattern. The key to making time slow down is to have new experiences.

...

Don't just float through life. Do different things as often as you can. Learn something new. Try something new. Go somewhere new. Push yourself. Set a goal, even a silly goal, and work to achieve it.

출처: https://www.inc.com/jeff-haden/science-says-time-really-does-seem-to-fly-as-we-get-older-this-is-best-way-to-slow-it-back-down.html

 

어릴 땐 모든 것이 다 새롭다. 그 새로운 것들이 시간을 조각조각 내지만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은 점차 없어지고 익숙한 것들이 많아진다. 그러니 기억할 만한 것도 없어지며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나처럼 이렇게 익숙한 것만 하고 살면 시간만 빠르게 느끼다가 죽을 것 같아서 새로운 것들을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 혼자 여행을 가기로 했다. 나는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스타일도 아니고 어디 멀리 가는 것도 싫어서 여행은 진짜 싫어했다. 특히 여행은 모든 게 다 새로운 것들이니 더 싫었다. 그래도 이왕 새로운 걸 도전해보기로 한 거 새로운 것 투성이를 해보기로 했다 

 

다들 유럽으로 해외여행을 가는데 처음부터 유럽까지 가기는 좀 그래서 서울에서 먼 부산으로 혼자 여행을 갔다. 2박 3일이었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부산에서 버스를 탔는데 그냥 기분이 너무 묘했다. 같은 한국에서 그냥 버스를 탄 것뿐인데 부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게 다 신기하게 보였다. 부산 여행은 성공적으로 마쳤고 또 다른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그 다른 도전은 바로 교환학생이다. 근데 6개월이라니 좀 너무 긴 거 아닌가 싶어서 교환학생을 갈까 말까 고민했다. 그래서 그러면 한 번 여행을 해보고 결정하자! 해서 유럽 여행을 준비했다. 이때는 휴학하고 여행 관련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할 때였는데 내가 유럽 여행을 간다고 하니까 직장 동료들이 이것저것 계획을 다 짜줬다. 원래는 2주 정도만 가려고 했는데 휴학도 했으면서 비행기 값 아깝다고 4주나 다녀오라고 해서 '그런가..?'하고 한 달 유럽 여행으로 계획을 바꿨다. 

 

유럽 여행 초반에는 혼자 밥 먹는 것도 어색했고 주문하는 것도 모든 게 다 어색했다. 그러다 2주 정도 되니까 혼자도 잘 돌아다니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면서 '유럽 혼자 여행도 괜찮은데??' 생각이 들만큼 재밌었다. 이때 프랑스, 독일, 스페인, 스위스, 이탈리아 이렇게 다녀왔는데 스위스랑 이탈리아가 너무 좋았다. 스위스의 맑은 강에서 노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 진짜 여기에 살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이탈리아는 밀라노를 다녀왔는데 밀라노 대성당 앞에서 피자 한 조각을 먹으면서 성당을 감상하는데 너무 아름답고 피자도 맛있어서 '또 여기 살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

 

 

 

 

유럽 여행을 다녀오고 살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던 곳도 있어서 6개월 정도면 살만하겠다 싶었다. 이 때는 막 학기를 남겨두고 있었는데 추가학기만 아니면 교환 학생을 다녀올 수 있대서 준비를 시작했다. 교환 학생으로 가고 싶었던 곳은 밀라노와 스위스! 둘 다 딱 학교가 있었다.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스위스는 학생을 진짜 조금만 뽑는대서.. 아름다운 스위스를 뒤로 하고 밀라노로 지원을 했다.

 

서류를 넣고 면접 당일이 돼서 면접을 보는데 캐주얼한 분위기의 다대다 면접이었다. 별 얘기 안 하고 '유럽에 가봤냐' 이런 어렵지 않은 질문들을 받았다. 면접관 앞에 면접자들의 서류가 요약되어 있길래 흘겨봤는데 나와 같이 밀라노로 지원한 사람들 중 4학년에 학점이 거의 4.5에 가까우며 토플도 100점인 사람이 있었다. 그걸 보면서 '아.. 난 떨어지겠구나' 싶었는데 진짜 떨어졌다 😞

 

불합격 소식에 우울해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학교 측에서 이탈리아는 떨어졌지만 독일의 학교 중에 빈자리가 나서 연락했다고 혹시 독일도 관심 있냐고 물어봤다. 생각해본 적도 없는 독일이지만 이 때는 그냥 교환학생을 가고 싶어서 당장 간다고 했다. 바로 간다고 하니까 그래도 일단 생각해보고 다음날 연락을 달라고 했다. 나는 그 날 하루 생각하는 척을 하며 다음날 아침이 돼서 바로 가고 싶다고 메일을 보냈다. 

 

이때만 해도 내가 독일 어디로 갈지 몰랐다. 일단 가겠다고 했을 때 대충 독일에 대해서 찾아보니 북쪽은 날씨도 안 좋고 물가가 비싸서 남쪽이 좋다고들 했다. 그래서 아 제발 남쪽으로 가면 좋겠다 했는데 학교는 함부르크에 있다고 했다. 왜 하필 물가도 비싸고 날씨도 안 좋은 함부르크일까 했지만 일단은 교환학생을 가고 싶어서 나는 그렇게 함부르크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 이야기는 어쩌다 독일로 오게 됐을까 (2) 로 이어집니다. 

 

독일 취업 :: 어쩌다 독일로 오게 됐을까 (2)

어쩌다 독일로 오게 됐을까 (1) 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독일 취업 :: 어쩌다 독일로 오게 됐을까 (1) 며칠 전 독일 워킹홀리데이에 관하여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 질문을 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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