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에서 / 디자이너

독일 취업 :: 어쩌다 독일로 오게 됐을까 (2)

by Hyedy 2019. 10. 19.

어쩌다 독일로 오게 됐을까 (1) 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독일 취업 :: 어쩌다 독일로 오게 됐을까 (1)

며칠 전 독일 워킹홀리데이에 관하여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 질문을 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왜 '독일'로 워킹홀리데이를 오게 된 것이냐였다. 나는 아직도 내가 독일에 살고 있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그 시..

hyedy.tistory.com

 

함부르크 가을 학기로 교환학생을 왔는데 기대를 안 하고 와서 그런지 아니면 기억이 미화된 건지 생각보다 너무 괜찮게 보냈다. 아니면 학생 때니까 그럴 수도 있다. 은행 계좌 여는 것부터 시작해서 비자받는 것까지 학교에서 다 도와줬으니. 무엇보다 제일 좋았던 건 기숙사 근처에 마트가 두 군데나 있는데 매일 그 마트에 가서 구경하는 거다. 과일도 싸고 식료품이 너무 싸서 하루에 두 번 간 적도 있다.

 

서울에서 자취할 때는 요리는커녕 매번 편의점 음식만 먹었는데 여기서는 슈퍼에 가서 장 봐서 요리해서 먹는 게 소소한 낙이었다. 타지 생활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는데 나는 별로 그런 게 없었다. 같이 교환 학생 온 친구들만 봐도 고추장부터 시작해서 한식 재료들을 다 가져와가지고 맨날 한식을 해 먹는다고 그랬다. 이런 사소한 것부터 해서 여기에서 사는 게 잘 맞는다고 느꼈다. 하지만 나는 졸업도 안 한 교환학생이었으니 다시 돌아가야 했고 그렇게 함부르크에서 6개월을 지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친구들도 만나고 졸업 전시 준비를 하면서 보내다 보니 1년이 금방 지나갔다. 졸업 전시도 무사히 마치고 이제 취업을 준비해야 할 때였다. 나는 교환학생 후 졸업 전시 때문에 학기가 꼬여서 동기들보다 1년 늦게 졸업 전시를 했다. 그래서 내가 졸업 전시를 준비할 때 동기들은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취업을 해야 할 때가 되니 이미 취업 준비를 하고 동기들이 정말 대단하게 보였다. 디자이너는 일단 뽑는 곳도 많지도 않고 자소서는 기본이고 디자이너인데도 각종 시험에 포폴까지 준비해야 했다. 일단 뽑힌다고 해도 인턴이니 뭐니 하면서 서류 합격 이후 최종 합격까지 거의 6개월이 걸렸다. 나중엔 친구들도 다 잘 풀렸지만 다들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도 걸렸다. 옆에서 보면서 나는 도저히 이렇게 할 자신도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런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서 해외 취업을 찾아봤다. 교환 학생 당시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한 번이라도 살아봤던 독일이 그래도 편하지 않을까 하고 찾아봤는데 독일 워킹홀리데이가 있었다. 캐나다처럼 워홀 비자받기 어려운 나라와 달리 독일은 신청만 하면 대부분 발급해주는 것 같았다. 구글에 디자이너 독일 해외 취업으로 검색해봤다. 그랬더니 일단 자료도 별로 없고 부정적인 말이 대부분이었다. 독일에서 학위도 없고 경력도 없고 독일어도 못 하는 외국인을 누가 고용하겠냐며 댓글들이 주르륵 달려있었다. 

 

 

 

당시 나는 졸업 전시는 했지만 학적 상 졸업은 안 된 상태였고 졸업한다고 해도 석사도 박사도 아닌 학사 졸업생이었다. 맨날 그런 글들을 검색해서 보면서 '진짜 안될까? 안 뽑아 주려나? 한국에서 일을 하고 경력을 쌓은 뒤 가야 하나?'하고 고민했다. 근데 그냥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해 보기로 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든 다 된다. 얼마나 잘 되냐가 문제지만 어떻게 되긴 다 된다. 한국에서 일을 하게 되고 더 나이가 들면 한국을 떠날 때 잃을 것, 포기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질 것 같아서 미루지 않고 바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막상 독일로 워킹홀리데이를 와보니 인터넷에서 본 것과는 달리 모든 게 다 잘 풀렸다. 경력도 없고 독일 학위도 없는 사람을 누가 고용하냐는 말과는 달리 여러 군데에서 면접도 보고 오퍼도 받아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다. 그리고 여기 와서 알게 됐지만 꽤 많은 한국 디자이너들이 독일에 있었다. 인터넷엔 왜 그렇게 부정적인 글들만 많았던 걸까? 혹시나 그런 글들을 보고 걱정하고 시도조차 안 하는 사람들이 생길까 봐 검색하면 내 글이 나오도록 블로그도 더 열심히 하게 됐다.

 

어쩌다 보니 독일에 와서 일하면서 살고 있지만 후회는 없다. 독일❤️ 유럽❤️이런 환상 없이 그냥 어찌어찌하니까 독일에 와서 살게 된 거라 더 그럴지도 모른다. 가끔 길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도 당하고 아직 독일어를 못 해서 이해 못 하는 게 많지만 이런 단점을 커버할 정도로 좋은 점도 많다. 특히 저녁이 있는 삶을 살면서 여유롭게 요리를 하는 것도 좋고 수직적인 문화가 없는 독일 회사에서 자유롭게 일하며 눈치 보지 않고 30일이나 되는 휴가를 쓸 수 있는 것도 좋다. 

 

그렇다고 꼭 독일이 베스트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자신과 맞는 나라가 있으니 해외 취업을 준비하며 나라를 고를 때는 2주 이상 그 나라에 머물러 보면서 어떤지 파악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번 휴가 때 캐나다를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다. 거기선 영어도 통하고 다양한 인종들이 많아서 확실히 타지인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덜했다. 만약 교환학생을 캐나다로 갔다면 지금쯤 캐나다에서 살고 있을 수도..?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