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워킹홀리데이 :: 독일 회사 근로 계약서 쓰기

최종 합격 통보는 이번 달 초에 받은 거 같은데 계약서를 받은 지는 얼마 안 됐다. 보내준다 보내준다 해서 기다렸는데.. 알고 보니 인사팀에서 몇 가지 체크할 것들이 있어서 며칠 전에야 보내서 겨우 받았다. 독일의 계약서를 본 건 두 번째인데, 첫 번째로 거의 일할 뻔했던 회사에서는 독일어/영어 두 가지 버전을 줘서 나도 읽을 수 있었지만, 이번 회사는 독일어 버전밖에 없다고 해서 그냥 독일어로 받았다. 계약서는 총 11장이었고, 이 계약서를 다 타이핑해서 번역해야 하나 했는데, 스캔 후 텍스트로 변환 및 번역까지 해주는 어플이 있어서 유용하게 썼다. 

 

 

 

 

https://itunes.apple.com/kr/app/%EC%8A%A4%EC%BA%94-%EB%B0%8F-%EB%B2%88%EC%97%AD-%ED%85%8D%EC%8A%A4%ED%8A%B8%EB%A1%9C-%EC%82%AC%EC%A7%84%EC%9D%84-%EB%B3%80%ED%99%98%ED%95%98%EA%B3%A0-90-%EA%B0%9C-%EC%9D%B4%EC%83%81%EC%9D%98-%EC%96%B8%EC%96%B4%EB%A1%9C-%EB%B2%88%EC%97%AD%EC%9D%84/id845139175?mt=8

 

 

위에 링크로 가면 다운 받을 수 있고, 하루에 10장 제한이 있긴 하지만 독일어 스캔도 아주 잘돼서 일일이 타이핑하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았다. 그래서 번역된 근로 계약서를 살펴봤는데, 한국에서 정식으로 이렇게 자세한 계약서를 쓴 적이 없어서 비교를 못 하는 게 아쉽다. 그냥 중요한 것들만 말하자면 계약 기간(+수습 기간), 급여, 근로시간(+초과 근무), 휴가(+병가),  저작권 등이 있었다. 

 

 

 

|        계약 기간        |

 

독일에는 무기한으로 계약하는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보통 정규직은 그렇지 않나? 아무튼 그런데 나는 비자가 끝나는 날인 내년 3월까지다... 무기 한일 줄 알았는데! 근데 면접 때 비자 끝나고도 여기서 비자 도와주면 계속 있을 거냐 라고 했던 걸로 봐서는 비자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는 걸로.. 그리고 워킹홀리데이 풀타임으로 얼마나 일할 수 있는지는 인터넷에서 말도 다 다르고 외국인청에 물어봐도 잘 모르길래 암트에 계속 물어보는 중이다. 

 

또 6개월 수습기간이 있는데, Arne의 경우에도 6개월 수습기간이 있다. 독일은 한 번 고용하면 자르는게 힘들어서 6개월 동안 수습기간이 있는데 이 기간에는 자르는 게 쉽다고 한다. 아무 이유 없이 회사도 나를 자를 수 있고 나도 '그냥 그만둘래' 하고 나올 수 있는 기간이라고 한다.. 근데 나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입장 아닌가..? 그리고 계약서에 따라서 6개월 수습기간 동안 월급의 몇 퍼센트만 받고 끝나면 더 받는다 / 6개월 수습기간이 지나면 월급을 더 올려준다(Arne의 계약서..부럽) 라는 조항이 있기도 한다는데, 나는 근데 아무 말이 없으니 그냥 그대로 인듯하다.

 

 

 

|       급여        |

 

별로 특별할게 없는 부분, 한국의 계약서도 그런진 모르겠지만 연봉이 아니라 월급으로 적혀있다. 매달 얼마를 받는지! 연봉 협상을 할 때도 매달 얼마를 받을 거다라고 달 기준으로 얘기해줬다. 보너스 얘기도 적혀있는데, 항상 주는 건 아니고 가끔 줄 수 있다고 적혀있다. 

 

특이한 게 빚 관련 조항도 있다. 만약 내가 빚이 있고 안 갚을 때 은행에서 회사한테 '얘 빚 안 갚고 있으니까 월급에서 차감할게, 남은 월급만 걔 줘라'라고 할 수도 있는데, 계약서에서 은행에서 그렇게 해도 회사는 그냥 '월급 너한테 다 준다. 은행에 안 줄 거임'이라고 적혀있다. 빚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흥미로웠다. 

 

 

 

|        근로 시간        |

 

근로 시간은 다른 회사랑 마찬가지로 주 40시간이다. 독일에서는 보통 8시-8시30분 혹은 더 이전에 출근을 하고 5-6시 사이에 퇴근을 하는 듯하다. 9시만 넘어도 지하철에 사람이 별로 없다. 한국은 어차피 야근을 할 테니 늦게 출근하는 걸 선호하지만 독일에서는 일찍 출근, 일찍 퇴근해서 하루를 더 길게 쓰는 걸 선호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Arne말로는 초과 근무를 해도 돈으로 주는 회사는 잘 없고 초과 근무한 만큼 다른 날 일찍 간다든지 쓴다고 했다. 초과 수당을 주는 곳은 정말 큰 회사가 아닌 이상 별로 없다고.. 그런데 내 계약서에는 주당 근로시간의 15%까지의 초과 근무는 돈으로 준다고 적혀있다!! Arne가 이거 정말 좋다고 했다~~ 근데 애초에 15%면 주당 6시간인데, 그렇게 초과 근무할 일이 별로 없을 거라고;;;;ㅎㅎ  뭐 근무해보면 알겠지..! 

 

 

 

 

|        휴가        |

 

드디어 휴가! 가장 궁금했던 휴가는 1년에 30일이다. 이전에 스튜디오는 26일이었는데 30일이면 1주일이나 더 많은 휴가다~ 독일의 법정휴가는 20일이고 회사에서 추가로 주는 휴가가 10일로 총 합쳐서 30일. 쓰는 순서는 법정 휴가를 먼저 쓰고 그 다음에 계약서 상 휴가를 쓰는 순이다. 그리고 아플 경우는 개인 휴가를 쓰는 게 아니고 그냥 안 나와도 된다. 그런데 아픈 기간이 3일 이상이면 서류를 내야 된다고 적혀있다. 그리고 아파서 그 해에 일도 못하고? 휴가도 못 쓰고? 이해가 잘 안 됐는데 이런 경우에는 작년 휴가를 일정 기간 동안 쓸 수 있다. 법정휴가의 경우는 15개월 동안 추가로, 계약서상 휴가는 3개월 동안인가 그렇다. 

 

그런데 Arne는 6개월 수습기간동안 휴가를 쓰는 게 눈치 보여서 안 쓴다고 한다. 회사가 좀 보수적인 곳이라서 다들 6개월간은 잘릴까 봐 몸 사리는 분위기라고... 나는 잘 모르겠다. 근데 딱히 쓸 일도 없을 듯. 연말에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오면 쓰려나.. 

 

 

 

 

 

나머지는 별로 특별할 거 없는 저작권은 다 이회사에 가는 거도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사인 한 뒤 회사로 보냈다. 하루나 이틀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받으면 메일 보내준다고 했다. 벌써 28일이라니.. 백수의 삶도 얼마 남지 않았다... 첫 직장이라 떨리기도 하고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