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도 하루하루가 무섭게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혹시나 밖에 나갔다가 감염이라도 될까 밖에 나간 게 언제인지.. 아마 토요일 아침에 슈퍼에 다녀온 게 마지막일 것이다. 일도 재택 근무로 하고 학원도 온라인으로 해서 계속 집에만 있었다. 어제도 집에서 일을 마치고 Arne가 퇴근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방에서 휴대폰이나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Arne가 퇴근하고 돌아왔다. 평소와 달리 한껏 신난 목소리로 나와보라며 나를 불렀다. 평소에 퇴근하면 반가운 마음에 달려 나가지만 어제는 귀찮아서 누워있었는데 뭔 일이 생긴 것 마냥 부르길래 나가봤다.
현관에 있는 Arne에 손에는 화려한 종이봉투 하나가 들려있었다. 무슨 일인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러자 Arne가 이 종이봉투가 집집마다 걸려있었고 아마 윗집에서 걸어놓은 것 같다고 했다. 정말로 현관문을 열어보니 다른 집에도 문고리에 봉투 하나씩 걸려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일이야..같이 꽂아놓은 카드를 보니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 달라고, 걱정이 많을 땐 티를 마시면 좋다고 적혀있었다. 이렇게 훈훈할 수가. 이 이웃은 예전에도 범상치 않았다. 한 번은 퇴근하고 바로 친구들과 놀다가 집에 늦게 들어왔는데 주방에 꽃다발 하나가 놓여있었다. Arne에게 이게 뭐냐고 물으니 새로 온 이웃이 며칠 전 집들이를 했다고 그때 시끄럽지 않았냐며 사과의 의미로 꽃다발을 가져다줬다고 한다. 아니 우리 시끄러운 줄 하나도 몰랐는데요... 너무 자상하신 거 아닌지..😭이때 받은 꽃다발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말려서 아직도 거실에 보관 중이다.
앞면엔 귀여운 그림을 그려서 뒷면에 글을 적어놨다. 독일이든 한국이든 이런 이웃 만나기 쉽지 않은데 이렇게 따뜻한 이웃을 두고 곧 이사를 가야 한다니 정말 아쉽다.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이웃도 있을 텐데 이 건물 모든 사람에게 선물을 주다니 대단하고 마음이 너무 따뜻하다. 정말 감동이야. 그리고 그것도 이렇게 예쁜 Kusmi Tea를 주다니!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텐데 혹시 Kusmi Tea에서 일하는 걸까? 🤔
받은 상자를 열어보니 이렇게 미니 틴 3개가 들어있었다. Kusmi Tea는 한 번도 마셔본 적 없는데 잘됐다. 독일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나날이 심해져 오늘 함부르크는 유치원과 학교 휴업을 4월 19일까지 더 연장한다고 들었다. 안 좋은 소식들만 계속 들려오는 와중에 뜻밖에 선물을 받으니 마음이 너무 훈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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