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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 사는

독일 생활 :: 이제 시작된 독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by Hyedy 2020. 3. 16.

한창 한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늘어나 떠들썩할 때 독일 사람들은 그다지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2주 전쯤 걱정스러운 마음에 DM에 가서 손 세정제를 살 때만 해도 손 세정제가 한가득 있었고 어학원 친구도 내가 손 세정제를 샀다고 하니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ㅋㅋ' 이렇게 반응했다. 마트에 가서 쌀과 파스타를 살 때도 한가득이라 한 두 봉지만 사 왔다. 독일인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는 다른 나라의 얘기였다. 

 

 

이때 회사에서도 별 다른 조치 없이 이 나라들(중국, 한국 포함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많은 나라들 리스트) 출장은 가지 말고 손 깨끗이 씻으라고만 했다. 큰 회사 행사들을 취소하고 손 세정제를 놔두고 건물에 방문객들 명단을 작성하는 등 좀 더 신경 쓴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별 다를 건 없었다. 하지만 저번 주부터 독일에서 확진자도 늘어나고 회사도 심각성을 느꼈는지 수요일부터 재택근무를 하라고 했다. 그럼 월요일, 수요일 가던 어학원은 어떻게 하나 싶었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일도 집에서 하는데 어학원 가려고 대중교통을 타는 건 아닌 것 같아 학원에 메일로 문의를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우리는 소수 인원으로 수업하기 때문에 괜찮다. 그러니 손을 깨끗이 씻어라.'였다. 괜찮을 리가 있나. 당연히 안 갔다. 이때만 해도 '내가 좀 오바했나?' 싶었는데 주말부터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금요일에 약속이 있어서 나갔는데 시내에 사람이 없었다. 서울로 치면 홍대역, 강남역 같은 곳에 사람이 현저히 줄었다. 지하철을 탈 때 문 열림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다 열렸다. 버스를 탈 때는 버스가 와서 항상 하던 것처럼 앞문으로 타려는데 문을 안 열어주고 뒤로 타라고 했다. 알고 보니 앞으로 타면서 표를 사고 버스 운전사와 이야기하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아지니 뒤로 타라고 적혀있었다. 

 

 

 

 

토요일 아침에 마트를 갔는데 이전까지만 해도 독일의 다른 도시에서 마트가 털렸다고 할 때 멀쩡하던 우리 동네 마트가 인터넷에서 보던 것처럼 쌀, 파스타, 밀가루 코너가 텅텅 비어있었다. 이 와중에 왜 다들 휴지는 하나씩 담는 건지 🤦🏻‍♀️

 

 

담고 줄 서서 계산을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카드로만 계산하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왤까? 첫 번째 이유는 아마 지폐가 더럽기도 하고 동전을 받으면 서로 접촉을 해야 하니 접촉 없이 알아서 카드를 꽂기만 하면 돼서 그럴 수도 있고 두 번째 이유는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 좀 더 빨리 진행되는 카드로만 결제하라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전에도 이런 문구가 없었던 걸로 봐서 첫 번째 이유뿐이지 않을까 짐작한다. 여기서 Aldi가 그렇게 퀄리티 좋은 마트도 아닌데 문구를 영어로도 적어놓다니 살짝 감동했다. 

 

 

 

 

쌀이랑 파스타도 더 사야 했고 고기도 사야 해서 에데카에 갔는데 사람이 엄청 많았다. Aldi보다 물건은 많아서 파스타나 쌀도 여기서 살 수 있었다. 근데 밀가루는 여기도 다 털려서 없었다. 다 담고 계산대로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기도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Aldi도 있었는데 여기는 영어로 적어놓지 않다니. 읽을 수가 없어 Arne에게 뭐라고 하는 건지 물어보니 Edeka는 매일 오지 말고 여유롭게 사는 걸 추천하고 올 때 온 가족이 함께 오지 말라고 적어놨다. 우리의 상황과 정확히 반대다 😂 우리 둘 다 와서 딱 이번 주 먹을 만큼만 담았는데.. 더 담을까 싶다가도 이미 줄 서있어서 그냥 왔다. 

 

 

 

새로운 주가 시작된 오늘 함부르크는 모든 학교, 유치원 문을 닫았다. 공공 기관은 다 닫는다고 주말에 들어서 그렇게 놀랍지 않았는데 그렇게 나보고 손만 씻으라고 하던 Goethe 어학원도 온라인 코스로 진행한다며 연락이 왔고 친구들이 다니는 Deutsch Akademie, Uns 다 닫았다고 들었다. 뒤늦게 함부르크 홈페이지에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공지를 봤는데 닫을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출처: https://www.hamburg.de/pressearchiv-fhh/13721230/2015-03-03-sk-massnahmen-corona-virus)

 

알고 보니 공공 행사가 아니더라도 인원에 상관없이 모임은 죄다 금지한다고 나와있다. 그래서 Goethe가 소수 인원이라 괜찮다고 하는 게 더 이상 안 먹혔나 보다. 영화관, 미술관, 전시회, 바, 클럽 등등 다 문을 닫고 밑에는 식당 관련 글도 있는데 테이블 간에 거리가 1.5미터 이상되는 곳만 열 수 있다. 문을 연다한들 가는 사람이 적지 않을까.. 아무튼 저번 주만 해도 별 걱정 없어 보이던 독일이 이렇게 패닉 상태가 되어서 갑자기 모든 걸 닫아버리니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는 것보단 나으니까 다행이다. 얼른 이 사태가 진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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