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에는 영어로 공고를 올리는 곳이 별로 없기 때문에 영어로 올라오는 곳은 다 읽어보는 편이다. 처음 이 공고를 봤을 때도 시니어 디자이너를 구한다고 되어 있지만 영어로 돼있길래 그냥 클릭해봤다. 일한 지 이제 2년 반 정도 지났기 때문에 시니어는 아직 부족하고 미드 쪽으로 찾고 있었다.
공고를 보니 복지도 괜찮아 보이고 무엇보다 회사 분위기가 인터내셔널 해 보이는 게 마음에 들었다. 자격 요건을 보니 시니어를 뽑는데 경력이 최소 5년이라고 되어있었다. 아니 시니어 찾는데 경력 요구가 5년밖에 안 된다고? 쌩 신입이라도 최대 경력 5년 요구하는 곳까지는 넣어봐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한 번 넣어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지원했다. 심지어 커버레터가 옵션이어서 커버레터도 안 적었다.
현재 일하는 회사도 계속 공고가 보이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지원했다가 붙었는데 최종까지 간 이 회사도 그런 경우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현재 일하는 곳은 한 번의 면접만 보고 오퍼를 받았는데 이 회사는 여러 가지 단계를 거쳐야 했다. 사실 면접이 한 번인 경우는 굉장히 드물고 여러 단계를 거치는 게 보다 일반적이다.
독일 부동산 회사 시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 면접 단계
1️⃣ HR팀의 스크리닝 콜
2️⃣ 헤드 디자이너 면접
3️⃣ 과제 면접
4️⃣ 팀 면접
5️⃣ 오퍼
스크리닝 콜부터 오퍼까지 약 한 달 정도 걸렸다.
1. HR의 스크리닝 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독일어로 어쩌구 저쩌구 얘기했다. 무슨 말 하나 했는데 들어보니 지원한 걸 보고 연락했다는 등의 얘기였다. 다 듣고 내가 독일어가 부족해서 그러는데 영어로 이야기할 수 있냐고 하니 바로 영어로 이야기했다. 함부르크에서 3년 정도 산 걸 보고 독일어를 할 줄 알거라 생각했단다 😂지원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하며 회사 소개도 하고 왜 자기들이 지금 채용을 하는지 이런저런 얘기를 해줬다. 이걸 스크리닝 콜이라고 불러도 될지.. 딱히 기술적인 질문은 없었고 기본적인 질문들만 했다. 한 10분 정도 이야기를 했고 마지막에는 다음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안내를 해주며 마무리를 했다.
💡 받은 질문
- Tell me about yourself
- Why are you leaving the current job? What is your current work situation?
- What are your salary expectations?
나중에 연봉 협상에 관해서는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이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이 단계에서 벌써 희망 연봉을 말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서 범위 정도는 물어보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해당 질문에 지금 연봉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이른 것 같고 이 일과 회사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다 정도로 답변했다. 그러니 자기도 이해한다며 희망 연봉은 단순 의례적인 질문이었다며 알았다고 했다.
2. 헤드 디자이너 면접
바로 스크리닝 콜 다음날 바로 연락이 와서 헤드 디자이너와 면접을 하고 싶다며 일정을 잡았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서 다들 온라인으로 면접을 보고 있어서 여기도 당연히 온라인이었다. 회사마다 쓰는 프로그램은 다른데 ZOOM을 쓰는 곳도 있고 Google Meet을 쓰는 곳도 있다. 면접 전에 해당 프로그램으로 미리 스크린 쉐어라든지 면접을 보는 것처럼 연습을 해보는 걸 추천한다.
한국과 달리 독일에서는 면접 전에 해당 면접관이 누군지 미리 알려주는 게 일반적이다. 직책과 이름을 알려주기 때문에 미리 구글링을 하며 조사해볼 수 있다 😄얼굴도 미리 봐놓으면 면접 때 좀 떨린다. 면접관 정보 이외에도 면접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니 이런저런 준비를 해라고 알려주는 곳이 있는 반면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 곳도 있다. 이 회사도 뭘 준비하라는 말은 없었기에 포트폴리오에서 2개를 골라서 발표용 PPT를 만들어 놨다.
면접은 생각보다 캐쥬얼한 분위기라서 좀 덜 떨렸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했던 프로젝트 한 번 얘기를 해보라길래 PPT를 준비해왔다고 하며 발표를 했다. 이 면접관은 내가 발표한 두 가지 프로젝트 중에 한 프로젝트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며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질문들은 주로 디자인에 관한 것보다는 어떻게 일하는지 위주였다.
💡 받은 질문
- How is your daily?
- How you work with designers?
- How you work with developers? What program do you use?
- How do you present the work?
- Why do you want to leave the current company?
- What was your role in this project? How is the process of this project?
- How did you create the Design System?
- What do you expect from the team?
- Why do you think you are a good fit for the senior position?
경력이 이제 2년 반 정도밖에 되지 않은 디자이너가 시니어 포지션에 지원해서 그런지 왜 내가 시니어에 맞다고 생각하는지와 같은 질문을 했다. 솔직하게 어차피 지원하는 데는 돈이 안 들고 지원하면 너네가 내 포트폴리오 보고 시니어에 맞는지 아닌지 판단할 거라고 생각해서 지원했다고 대답했다. 나중에 Arne에게 이 말을 해줬더니 굉장히 자신감 없어 보이는 답변이라고 했다 😂
면접관은 주니어와 달리 시니어는 단순 디자인만 하는 게 아니라 이 디자인을 가지고 다른 팀을 설득하며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질문 위주도 디자인보다는 어떻게 일하고 다른 팀들과는 어떤지 물어본 것 같았다. 자기는 경력 같은 건 신경도 안 쓰고 자기가 보기엔 내가 시니어 역할을 충분히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조차도 의문일 정도로 굉장히 긍정적인 답변을 주었다. 위의 질문 외에도 희망 연봉을 물어봤는데 스크리닝 콜에서 답변했던 것처럼 좀 더 진행이 된 다음에 연봉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오케이 했다.
다음 단계인 과제를 진행하고 싶은데 두 가지 방법이 있다며 나에게 고르라고 했다. 첫 번째는 일반적인 과제처럼 내주고 기한 내에 내가 완성된 디자인을 제출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약간 실험적인 방법이다. 과제를 내주지만 디자인을 완성하는 게 아니라 준비만 해서 면접 날짜를 잡고 실시간으로 어떻게 디자인을 하는지 보여주는 방법이다. 첫 번째 방법이 덜 스트레스받고 마음이 편안하겠지만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오픈마인드를 보여주기 위해서 실험적인 방법을 골랐다. 과제는 메일로 보내주겠다며 면접을 마무리했다.
3. 과제 면접
과제는 특정 퍼소나가 주어지고 이 퍼소나를 위해서 프로덕트를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였다. 과제 면접까지는 일주일 정도의 주어졌는데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거의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Arne가 멘탈을 잡아준 덕분에 무사히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실시간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Whiteboard Challenge랑 비슷해서 어떻게 하는지 사전에 팁을 좀 찾아봤다. 피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별 다른 분석 없이 바로 디자인에 들어가는 것과 아무 말 없이 디자인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디자인을 하기 전에 Usability Research를 충분히 했고 디자인을 할 때마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야기를 하고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계속 질문을 던졌다.
프로그램은 실시간 작업이 가능한 Figma를 사용했고 이야기를 하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 1시간 40분이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면접관은 내가 디자인하는 과정들을 보면서 굉장히 자기 팀과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피드백을 주었다. 과제 면접이 마지막 단계였기에 마무리를 하며 희망 연봉이 어떻게 되냐며 물었다. 이에 나는 회사에서는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냐고 물었고 답변해준 연봉이 내가 생각했던 범위에 맞는 연봉이라 나도 오케이 했다. 면접관이 지금 현재 연봉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봤지만 독일에선 한국처럼 이전 연봉을 제출해야 할 의무도 없어서 현재 연봉은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
마지막으로 연봉도 이야기를 했으니 HR에서 연락을 줄 거라고 하며 마무리를 짓나 싶었는데 이 날 했던 과제를 마무리해서 같이 일하게 될 팀원들에게 보여주는 건 어떠냐고 물었다. 아직 끝난 게 끝난 게 아니었다..😭그렇게 또 팀 면접 일정이 잡혔다.
4. 팀 면접
부활절 휴일이 껴있어서 과제 면접 2주 후로 팀 면접이 잡혔다. 이전 면접에서는 어떻게 진행될지 안 알려줬는데 팀 면접에서는 미리 알려줬다. 10분 정도 소개를 하고 10분은 포트폴리오에서 한 프로젝트 발표, 10분은 과제 발표, 마지막 10분은 Q&A 이렇게 진행됐다. 사실상 거의 합격한 거나 다름없어서 편하게 보고 싶었지만 계약서 받기 전까지는 언제든 틀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하고 연습했다. 다행히 부활절 연휴가 길어서 그동안 과제 퀄리티를 좀 높일 수 있었다.
팀 면접에는 나를 제외하고 6명 정도 들어왔고 디자이너도 있고 PM도 있었다. 포트폴리오 발표를 했는데 엄청나게 디테일한 질문들이 들어와서 좀 당황했다. 더 물어볼 뻔했지만 다행히도 시간이 없어 과제 발표로 넘어갔다. 과제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발표를 했고 질문들도 평이했다.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대로 그들도 똑같이 생각을 하고 있었고 별 다른 특이한 질문은 없었다. 다만 과제가 실시간으로 2시간 안 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와이어프레임을 기대했는데 내가 완성된 디자인을 들고 와서 좀 놀랐다고 했다. 원래는 40분 예정이었지만 질문도 많이 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더 길어져 약 1시간 정도 소요됐다. 이후에는 팀원들끼리 얘기를 하고 싶다고 해서 나는 먼저 나왔다.
5. 오퍼
팀 면접 이후로 내가 나간 다음에 무슨 얘기를 한 걸까, 질문에 대답을 잘 못 했는데 내가 시니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런 잡생각을 하면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다. 되게 시간이 오래 지난 거 같은데 바로 다음 날 오후쯤 헤드 디자이너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퍼를 메일로 곧 보낼 거라며 오퍼는 얘기했던 대로 @#$@#%#$ 일거라고 이야기했다. 전화를 끊고 5분 정도 지나서 메일로 최종 오퍼를 받았다. 드디어 계약서를 받아서 너무 신났다.
주말 동안 Arne와 함께 계약서를 읽었는데 Arne는 정말 괜찮은 계약서라고 했다. 내가 봐도 그랬다. 리모트 근무에 대해 자세히 적혀있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인터넷 비용도 주는 등 코로나로 인해서 업데이트된 계약서처럼 보였다. 30일 휴가에 연봉도 괜찮고 계약서도 좋아 보이지만 아직 다른 한 곳도 거의 합격하고 연봉 협상만 놔두고 있는 곳이 있었기에 바로 답장을 하진 않았다. 드디어 한시름 놓았다 😁
'독일에서 > 디자이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 취업 :: 독일 회사의 복지는 어떤게 있을까 (0) | 2021.04.15 |
---|---|
독일 취업 :: 모빌리티 회사 프로덕트 디자이너 면접 (10) | 2021.04.13 |
독일 취업 :: 독일에서 괜찮은 회사를 찾아보자 (10) | 2021.04.05 |
독일 취업 :: 디자이너 영문 이력서 만들기 (CV, Lebenslauf) (7) | 2021.03.31 |
독일 취업 :: 독일 기술직 이력서 (Lebenslauf) 쓰는 법 (8) | 2021.01.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