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취업 :: 모빌리티 회사 프로덕트 디자이너 면접

사실 이 회사는 예전 독일에 막 왔을 때도 지원 후에 인터뷰를 제의가 왔었는데 이미 현재 회사에 합격하고 계약서에 서명을 했던 터라 인터뷰를 거절했었다. 이때는 이 회사가 서비스를 준비하는 단계여서 뭔 일을 하는지도 되게 추상적으로 적어놨고 회사에 대해 잘 몰랐다. 이후 회사는 서비스를 런칭하고 몇 번 써봤는데 너무 좋았다. 관심이 가서 회사를 더 찾아봤더니 자본도 탄탄하고 좋은 거 같아서 뒤늦게 아쉬워했다.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항상 왜 면접을 안 봤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면서 '여기서 일하고 싶다' 생각만 했는데 마침 프러덕트 디자이너를 뽑는다는 공고가 있었다. 사실 이 회사가 채용 공고를 내서 놀랐다. 현재 코로나 때문에 타격을 받아서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상황이라 어려울 줄 알았는데 채용 공고가 꽤 많았다. 프러덕트 디자이너 공고가 올라온 건 12월로 시간이 꽤 지났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올라와있다고? 이게 뭐지 싶었다. 이미 뽑았는데 까먹고 안 내린 건가? 하는 의심도 들고 아님 그냥 보여주기 식으로 올린 건가? 싶기도 했다. 

 

지원하는 데는 우리나라에서 자소서를 쓰는 것처럼 여러 가지 질문이 있어서 가볍게 지원을 하진 못 하고 지원할지 말지 지켜봤다. 그러다 3월이 됐다. 링크드인에서 이전까지 공고를 봤을 때 아무런 connection이 없었는데 갑자기 한 명이 connection으로 떴다. 이 회사에서 같이 일하다 다른 곳으로 이직했던 디자이너였다. 뭐야 뭐야 무슨 일이야. 다른 회사로 옮긴 지 1년도 안 됐는데 벌써 또 이직을 하다니? 

 

연락하면 너무 뜬금없으려나 고민하다가 궁금해서 결국 연락을 했다. 알고 보니 이직했던 회사에서 코로나 때문에 짤리고 이 회사로 이직을 한 것이었다. 이 회사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너무 너무 좋다면서 이야기하길래 나도 지원해볼까라고 하니 지원하면 자기가 내 얘기 좋게 해 주겠단다😆 그리고 내가 공고가 왜 이렇게 오래된 거냐 했더니 자기도 그거 때문에 물어봤단다. 자기가 합격하고 나서도 공고가 안 내려가고 계속 있길래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아예 채용을 하나도 안 했어가지고 올해 다시 채용을 많이 하려고 계속 올려놨단다. 한 사람만 뽑는 게 아니라 여러 명 뽑으려고 공고를 계속 올려둔 거라고 하니 말이 된다. 의문도 다 풀렸겠다 바로 지원을 했다.

 

독일 모빌리티 회사 프로덕트 디자이너 면접 단계

1️⃣ 디자인 리드 & 프로덕트 디자이너 면접

2️⃣ 팀 면접

3️⃣ HR 면접 + 오퍼

 

면접부터 오퍼까지는 약 한 달 안되게 걸렸는데 부활절 휴일이 껴있어서 오래 걸렸다. 없었으면 훨씬 빨리 오퍼 받았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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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자인 리드 & 프로덕트 디자이너 면접

지원을 하고 꽤 빨리 HR에서 면접을 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모든 게 여유로운 독일에서는 지원하고 까먹어 갈 때쯤 답변이 오는 곳도 있기 때문에 빠른 답변에 좀 놀랐다. 보통 면접 일자도 언제가 괜찮냐면서 조율을 하는 편인데 여기는 이 날 이 시간 괜찮냐면서 이미 Google Meet 링크까지 만들어서 보낸 걸 보고 굉장히 일처리를 빨리 하는구나 싶었다. 마침 미팅 시간도 괜찮아서 문제는 없었다. 딱히 뭘 준비할 필요는 없고 just come as you are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연히 포트폴리오 발표를 할 거라고 예상하고 준비했다. 

 

이전에 다른 디자이너에게 이 회사 면접 어땠는지 물어봤는데 굉장히 캐쥬얼했다고 말해줬다. 자기도 엄청 긴장했는데 이야기 좀 해보니까 긴장할 것도 없고 너무 분위기도 좋았다고 하길래 나도 좀 긴장을 덜 했다. 아무리 편해도 미팅인데 하는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아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편안 분위기였다. 디자이너 두 명이 들어온다길래 어떻게 진행되려나 했는데 아주 물 흐르듯이 이야기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 30분 정도 수다를 떨었다. 

 

💡 받은 질문

- Tell me about yourself.
- What brings you to Hamburg?
- What do you do for fun? 
- What do you think about our product?
- Can you work with Figma?
- What are your salary expectations?

 

디자인 관련 질문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많은 나라들 중에 왜 독일, 그리고 다른 도시도 아니고 함부르크에 사는지 관심 있어했다. 30분 넘게 이렇게 이야기하다가 일한 것도 보여주면 좋겠다고 해서 발표를 했다. 딱히 디자인 관련해서 어려운 질문도 없어서 조금 의외였다. 이 회사 프러덕트의 디자인이 굉장히 잘 되어 있어서 깐깐하게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희망 연봉도 물어봤는데 다른 면접과 마찬가지로 연봉은 나중에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니 오케이하고 면접은 마무리되었다. 

 

 

2. 팀 면접

이전 면접 분위기가 너무 좋았는데 그들도 그렇게 느꼈는지 다음 날 바로 다음 단계인 팀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왔다. 이전 면접이 월요일이었는데 팀 면접은 그 주 바로 목요일로 잡혔다. 이 주에 수요일과 금요일에 다른 면접이 있었는데 어떻게 알고 딱 빈 목요일로 일정을 잡는지. 운명인가? 이번에도 바로 일정을 잡아서 Google Meet 주소까지 주길래 오케이 했다.

 

몇 명이 들어올 줄은 몰랐는데 한 6명 정도 들어왔다. 6명 모두 디자이너다. 이 회사에 좋은 점이 디자이너가 엄청 많고 CDO (Chief Designer Officer)가 있다는 것! 😃 CDO 있는 회사는 정말 보기 드물다. 그만큼 회사도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디자이너들이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초반에는 자기소개를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별로 어려울 것 없었다. 한 40분 정도 지났나? 나도 이제 좀 편안한 마음으로 말을 하고 있었는데 면접을 진행하던 디자이너가 이제 마무리하려고 하니까 질문 있으면 하라고 그랬다. 굉장히 케쥬얼한 질문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편안히 있었는데 질문들이 훅 들어왔다. 

 

💡 받은 질문

- Why are you leaving the current job?
- What is your favorite project and why?

- What kind of project you would like to do at xyz?

 

충분히 예상 가능한 질문이지만 너무 편안히 마음을 먹었던 탓일까 좀 당황해서 횡설수설 주절주절 답을 했다. 이후 이것 때문에 엄청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3. HR 면접 + 오퍼

디자이너 면접 이후 바로 다음날 결과를 알려줬기 때문에 팀 면접도 빠르게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목요일에 면접을 봐서 금요일 하루 종일 메일을 새로고침 했으나 연락이 없었다. 혹시나 뭔가 실수를 한 게 아닐까.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잘하지 못해서 탈락한 건가 하면서 주말 내내 또 불안에 떨었다. 이직 과정을 계속 공유하는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한테 이야기를 하니 HR에서도 금요일에 일 하기 싫어서 그런 것일 거라며 다음 주에 연락이 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친구가 했던 말이 맞았던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정말로 월요일에 바로 연락이 왔다. 팀 인터뷰에서도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며 마지막으로 연봉, 복지 등을 이야기할 마지막 면접이 잡혔다. 이 면접은 사실 면접이라기보다는 거의 최종 합격한 거나 다름없고 연봉이 맞을지 확인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메일에서 희망 연봉을 물어봤고 마지막 단계라서 내 희망 연봉을 말했다. 특정 금액보다는 이 범위를 생각하고 있다고 보내며 flexible 하다고 덧붙였다. 면접은 부활절 휴일이 껴있어서 거의 2주 뒤로 잡혔는데 2주 내내 이 회사 생각만 했다. 

 

드디어 HR과의 마지막 면접을 봤다. 여기 회사 사람들은 왜 이렇게 다들 친절한지 회사 복지가 뭐가 있고 수습 기간 상관없이 고용되자마자 바로 쓸 수 있고 이것저것 1시간 내내 말해줬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지금 회사 노티스 기간이 어느 정도이고 일 시작을 언제부터 할 수 있는지 이런저런 얘기들. 어느 회사에서 이렇게 디자이너 한 사람 고용하는데 한 시간이나 들여서 복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단 말인가.. 너무 감동해서 제발 연봉도 내가 생각하는 연봉이어라 속으로 빌었다 🥺

 

시간이 거의 끝나갈 때쯤 마지막으로 연봉을 얘기하자며 금액을 얘기해줬는데 내가 부른 범위의 최대치였다. 사실 최대치도 아주 살짝 넘긴 연봉이었다. 이 연봉도 팀의 다른 디자이너들이랑 비교를 했을 때 비슷한 금액이라고 하더라. 사실인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만족할만한 금액이다. 연봉도 괜찮다고 하니까 그럼 얘기했던 거 메일로 적어서 보낼 테니 다음날까지 이대로 계약서 적으면 될지 말해달라고 했다. 면접 때 말했던 대로 바로 메일로 오퍼가 왔다. 이렇게 두 회사의 오퍼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