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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 디자이너

독일 취업 :: 딥러닝 스타트업 프로덕트 디자이너 면접

by Hyedy 2021. 4. 15.

최종까지 간 면접 후기들만 먼저 글을 남겼는데 당연히 떨어진 면접도 있다. 함부르크 디자이너 슬랙에 구인 글을 올리는 채널이 있는데 거기에 내가 자주 쓰는 서비스 회사에서 디자이너를 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서비스를 너무 좋아하고 매일 쓰고 있기 때문에 공고를 보는 순간 '제발 여기 되면 좋겠다.' 싶었다. 회사는 딥러닝 관련 스타트업인데 규모를 봤을 때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성장을 했고 앞으로도 더 성장할 가능성이 많아 보였다. 그리고 일단 서비스 자체가 누가 봐도 괜찮다. 

 

이 회사에 제대로 지원을 해봐야겠다 싶어서 커버레터도 아주 정성을 들여서 적었는데 왜 이 회사에 지원하고 회사의 프로덕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적다 보니 무슨 러브레터 보내는 줄 알았다. 위치가 함부르크는 아니지만 Remote-first인 곳이었기 때문에 지원했다. 

 

서류를 넣은 지 바로 다음날인가 엄청 빨리 답장이 왔다. 회사에서 보낸 것치고 굉장히 캐주얼한 말투로 포트폴리오도 좋고 나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으니 면접을 보자며 면접 스케줄 제안과 함께 희망 연봉을 알려달라고 했다. 이게 바로 성공한 덕후의 기분일까. 기분이 째졌다.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회사에서 일하게 될 수 있는 것일까 싶었다. 돈을 받았기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 회사를 좋아하고 애정을 가지고 디자인할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더 신났다. 

 

구직 활동을 시작한 후 첫 면접이어서 어떻게 말할까 아주 고심해서 보냈다. 보통은 이렇게 면접도 전에 희망 연봉을 말하지 않는 편이지만 내가 세운 희망 연봉이 적절한지 아직 감이 안 잡혔기에 이 정도면 괜찮을지 테스트하는 용으로 희망 연봉도 범위를 적어서 보냈다. 바로 다음날 인사 담당자는 스케줄 확정과 함께 Zoom 링크를 보내주었다. 희망 연봉에 대해서 별 말을 하지 않는 걸 보고 이 정도면 괜찮구나 하고 감을 잡았다. 

 

딥러닝 스타트업 프로덕트 디자이너 면접 단계

1️⃣ 리드 디자이너 면접

2️⃣ 과제 면접

3️⃣ 팀 면접

4️⃣ 임원 면접

 

단계는 이렇게 있다고 들었지만 리드 디자이너 면접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지는 모른다. 


1. 리드 디자이너 면접

구직 활동 후 첫 면접이라 팬미팅을 기다리는 기분으로 며칠 내내 머릿속으로 면접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잠도 못 잤다. 그렇게 잠도 못 자며 기다리던 면접 당일이 되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중대한 발표를 앞둔 것처럼 심장이 쿵쿵 내려앉고 긴장해서 배도 아프고 그랬다. 면접 일정을 잡으며 포트폴리오에서 2-3개 정도 프로젝트를 뽑아서 발표를 하면 좋겠다고 해서 2개 프로젝트 PPT를 준비했다.

 

내 포트폴리오에는 총 4개의 프로젝트가 있어서 어떤 걸 골라야 하나 고민했다. 4개의 프로젝트 중에 한 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던 비교적 자유로운 프로젝트이고 나머지 3개는 회사에서 한 작업이다. 비주얼만 봤을 땐 자유롭게 한 프로젝트가 더 마음에 들어서 이걸 보여주어야 하나 싶었는데 발표를 하면서 얘기할 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회사에서 진행했던 메인 프로젝트 2개를 발표하기로 했다. 

 

면접은 온라인이었고 Zoom으로 봤다. 리드 디자이너는 가벼운 자기소개와 함께 회사 소개를 해주었고 디자인 팀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왜 디자이너를 새로 뽑는지,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도 자기소개를 했는데 이후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바로 포트폴리오를 보자고 했다. 

 

애플리케이션 리디자인과 CMS 리디자인 사례를 발표를 했는데 생각보다 엄청 디테일하게 물어봤다. 예를 들면 홈 화면에서 이 콘텐츠가 왜 들어갔는가, 유저들이 이것을 원하는지, 원하면 그건 어떻게 알아냈는지, 어떻게 확신하는지 등등 대학교로 돌아가서 아주 제대로 크리틱을 받는 기분이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에 우수수 질문이 쏟아졌고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 질문을 별로 안 하는 걸 보면서 끝이구나 싶었다. 이전에 여러 군데 면접을 봤다면 준비가 좀 되었을 텐데 첫 면접이라 더 당황하며 횡설수설했다. 

 

왜 이직을 하려고 하는지, 왜 이 회사에 지원했는지,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런 흔하게 볼 수 있는 질문들은 전혀 하지 않았다. 내가 어떤 디자이너이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디자인을 했고 이 결과물은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인지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후 다른 디자이너들의 면접과 비교해봐도 이 면접이 제일 힘들었다. 처음을 힘들게 경험하고 나니 준비가 더 잘되어서 다른 면접들을 좀 더 수월하게 봤을지도 모르겠다. 

 

면접 이후 내가 봐도 아니다 싶었지만 '탈락시킬 거면 다음 단계가 뭔지 알려줬을 리 없어!!'라고 행복 회로를 돌리며 불안감을 애써 무시하려고 했지만 며칠 뒤에 탈락 메일을 받았다. 너무 좋아하는 서비스라 꼭 가고 싶는데 아쉬웠다. 그래도 이 기회를 통해서 다음 면접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감을 잡았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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