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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 디자이너

독일 취업 :: 독일 취업에 필요한 마음가짐

by Hyedy 2021. 4. 28.

한 번 해본 구직 활동이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본격적으로 이직을 준비한 건 2월부터이니 거의 두 달 정도 걸렸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길게만 느껴졌던 시간이 고작 두 달이라고 하니 굉장히 짧게 느껴진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내가 너무 부족한 거 아닐까, 뭐가 잘못된 걸까, 이직을 할 순 있을까, 앞으로 커리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수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돌이켜보니 그렇게 스트레스받고 자책할 필요는 없었지 않나 싶다.

 

이번 이직으로 취업 준비에는 잘 준비된 서류, 포트폴리오도 중요하지만 멘탈 관리의 중요성도 뼈저리게 느꼈다. 특히 나처럼 외국에 나와있고 코로나로 사람들이 많이 만나지 못할 경우 멘탈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다행히도 같이 취준 하는 친구가 있어 이직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공유했고 이 친구가 많은 힘이 되어 주었다.

 

또 다른 힘이 되어준 사람은 일면식도 없이 포트폴리오를 위해 온라인으로 결성된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이 모임은 해외 취업을 위한 여성 디자이너 슬랙에서 만들어졌다. 같이 모여서 포트폴리오 작업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에 별 기대 없이 뭐라도 해보자 싶어서 참여하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은 시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준비하고 있고 원하는 게 비슷하다면 같이 하자는 답변이 돌아왔다. 여기서 ‘아 나는 시니어는 좀 아닌데..’싶어 살짝 고민을 했다. 그래도 뭐라도 같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까이면 어쩔 수 없지라는 마인드로 철판 깔고 시니어는 아니지만 괜찮다면 같이 포폴 작업하고 싶다고 보냈다. 의외로 주최자는 쉽게 나를 받아주었고 그렇게 이 모임은 시작되었다. 뭐라도 해보자라는 적극적인 마인드가 생각지도 못 했던 좋은 결과를 불러일으킬 때가 많다.

 

모임을 통해 매주 서로 포트폴리오 피드백도 해주고 면접, 과제 경험을 공유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끝이 정해지지 않은 구직 활동은 혼자 하면 지치기 쉽다. 길어질지도 모르는 구직 활동이기에 지치지 않고 갈 수 있도록 마음 맞는 사람들과 모임을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내 포트폴리오, 커버레터, CV가 왜 탈락했는지 회사는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통해서 혹시 탈락 원인이었을지도 혹은 탈락 원인이 될지도 모르는 것들을 보완할 수 있다. 그리고 좋은 부분과 어떻게 하면 더 향상할 수 있을지 등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탈락 메일로 바닥까지 떨어졌던 내 자신감도 회복시킬 수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외출할 기회도 없고 한국어로 이야기할 일도 없어서 오랜만에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이 모임이 너무 재밌었다. 

 

서류를 넣으면 답은 딱 두 가지다. 합격, 불합격. 무응답 같아 보여도 언젠가 답장을 준다. 이번 독일에서 구직 활동으로 또다시 한번 독일의 속도를 깨달았다. 2월 초에 두근대는 마음으로 지원했던 곳에서 3월 말에 늦게 연락해서 미안하다며 인사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었다고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왔다. 또 다른 2월 초에 지원했던 회사에서는 4월 중순인 지금 며칠 전에 면접 보자고 연락이 왔다. 지원 후 썸 탈 때 상대방 답장만 기다리는 거 마냥 메일함을 새로고침하며 왜 답장이 없을까 전전긍긍하고 혹시나 내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걸까 자신감이 쭉쭉 떨어졌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감정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본인이 봤을 때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을 하면 되는 것이고 지원한 회사에서 연락이 없다면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그러려니 해야 한다. 주식 매수 후 묻어두는 것처럼 지원 후 잊어버리는 게 가장 정신 건강에 좋다.

 

잊어버리는 것도 안되고 이전에 받은 탈락 메일에 자신감이 바닥을 뚫고 들어가서 잠을 못 자겠다면 이 문구를 떠올린다.

 

"If you don’t appear to believe in yourself and what you’re worth, why should they?"

- Cynthia Shapiro, What Does Somebody Have to Do to Get a Job Around Here?

 

나 자신도 안 믿는데 다른 사람이라고 믿어줄 리 있나. 이유도 모른 채 탈락한다면 그 회사와 맞지 않는 것일 뿐이고 이유를 안다면 보완해서 다른 회사와의 기회에서 더 잘하면 된다. 자기 자신을 덜 의심하고 더 믿어주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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