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소식을 친구들에게 전하니 축하한다면서 연봉은 많이 올렸냐며 다들 궁금해했다. 독일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한 높은 연봉 인상률을 위해선 이직을 많이 한다. 현재 다니는 곳은 독일 회사치고 매번 꽤 높은 연봉 인상률을 보여주었는데 올해는 아직 별 다른 소식이 없어서 결국 이직을 결심하게 됐다. 최종 사인한 곳은 연봉만 따지면 20%정도 올랐고 보너스 까지 포함하면 거의 30% 정도 인상되었다.
1. 연봉 범위 정하기
이직 시 평균 연봉 인상률은 10-15% 정도라고 한다. 이 퍼센트에 맞춰서 희망 연봉을 정해도 좋고 리서치를 바탕으로 자기 만의 기준을 세워서 정해도 된다. 나는 이직을 하면서 미드 레벨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미드 레벨 프로덕트 디자이너 연봉 정보를 찾아보고 그걸로 대충 범위를 잡았다. 그다음으론 현재 회사에서 인상되는 것보다는 더 받아야 이직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최소 현재 회사에서 인상된 금액의 2배는 더 받도록 구체적인 좀 더 구체적인 액수를 정했다.
희망 연봉을 말할 때 딱 구체적인 액수를 말하기보다는 범위로 말하는 게 좋다. 구체적인 액수를 딱 말하면 이 사람은 벌써 금액을 정해놓고 이직에서 돈이 가장 우선순위인 사람이라고 보일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는 희망 연봉을 말하면서 입에 발린 말이라도 “희망 연봉은 xyz이지만 협상 가능하다. 연봉에 대해 이야기하기 보다는 이 일과 회사에 더 알아보고 싶다” 이렇게 하면서 돈이 전부가 아니다는 느낌을 줘야 하기 때문에 범위로 말할 것을 추천한다.
그럼 범위는 어떻게 정해야 하느냐. 예를 들면 30,000유로를 희망할 경우 범위는 ‘적지도 많지도 않게 희망 금액이 중간으로 오도록 25,000유로 ~ 35,000유로로 말하면 좋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회사에서는 30,000유로가 아닌 25,000유로도 괜찮구나로 받아들인다. 그러니 30,000유로 ~ 40,000유로 이런 식으로 회사에서 최소 금액을 불러도 행복할 수 있도록 나의 희망 연봉을 범위의 최소 금액으로 둔다.
2. 희망 연봉 괜찮은지 확인하기
연봉 범위를 정했는데 이게 합리적인 연봉인지 아닌지 확신이 잘 안 들 수 있다. 특히 인터넷에 나온 연봉 정보들은 연봉이 적은 사람들보단 많은 사람들이 적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터넷 정보만을 바탕으로 희망 연봉을 정했다면 회사가 생각하는 연봉과 다를 가능성이 높다. 이때 내 희망 연봉이 적절한지 파악하는 방법이 있다.
독일에서는 웬만한 구인 공고에 이력서, 포트폴리오 제출과 함께 희망 연봉도 적으라고 한다. 지원할 때 연봉 입력 칸이 없었다면 HR에서 면접 제의를 하면서 희망 연봉을 말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이 단계에서 연봉 얘기를 하는 것을 추천하진 않지만 희망 연봉에 확신이 없다면 내가 생각한 연봉을 한 번 던져본다. 그리고 그 이후에 별 다른 얘기 없이 다음 단계로 진행된다면 그 연봉이 적절하다는 얘기다. 이 방법은 이직 준비 초반에 쓰기 좋다.
3. 연봉 협상 최대한 미루기
희망 연봉이 적절한 것을 확인했다면 그 이후 다른 회사들과의 면접에서는 최대한 연봉 얘기를 미룰 것을 추천한다. 특히 HR과의 스크리닝 콜에서는 더욱 희망 연봉에 대해 말할 필요가 없다. 연봉 얘기를 일찍 할 경우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알아보자.
1️⃣ 회사의 예산보다 적은 연봉을 말한 경우 -> 왜 이렇게 적게 말하지? 능력이 별로인가? 우리가 사람을 잘못 봤나?
(이후 더 받을 수 있을 걸 알아도 초반에 적은 연봉을 이미 얘기했기 때문에 네고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
2️⃣ 회사의 예산보다 더 큰 연봉을 말할 경우 -> 너무 많은데? 그렇게 못 줘요.
(여기서 조율 가능할 경우도 있지만 아예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3️⃣ 적절한 연봉인 경우 -> 다음 단계로 무난히 진행된다.
희망 연봉을 일찍 말할 때의 좋은 점을 굳이 꼽자면 회사와 구직자 모두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이직을 급하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나는 구직자에게 그게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면접에서 얻은 것들을 통해서 다른 면접에서 훨씬 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디 가서 쉽게 얻을 수 없는 경험이다. 면접은 하면 할수록 는다.
그렇다면 면접을 다 진행하고 회사에서 나를 고용할 의사가 있을 때 연봉 협상 시나리오를 알아보자. 이 경우 일단 회사가 나를 원하는 걸 알기 때문에 연봉도 훨씬 자신감 있게 지를 수 있게 된다.
1️⃣ 회사의 예산보다 적은 연봉을 말한 경우 -> 땡잡았다.
2️⃣ 회사의 예산보다 더 큰 연봉을 말할 경우 -> 아 조금 많긴 한데 그래도 이 사람이 딱인데. (이미 면접을 보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기 때문에 회사는 최대한 맞추려고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봉 외에 다른 요소로 네고를 할 수도 있다.)
3️⃣ 적절한 연봉인 경우 -> 잘 됐네.
이와 같이 똑같은 말을 해도 시기에 따라 받아들이는 이미지가 다르기 때문에 연봉 협상은 회사가 나를 고용할 의사가 있는지 확실해지면 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번 이직 때 연봉을 물어볼 때마다 ‘지금은 너무 이르고 이 회사와 이 일에 대해 좀 더 알아본 다음에 연봉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렇게 말했는데 모두 다 동의했고 몇몇은 공감을 하면서 의례적으로 물어본 것뿐이라고 했다.
4. 연봉 협상하기
회사에서도 최종 면접까지 통과했다면 이제는 연봉 협상을 할 차례다. 연봉이 적힌 메일, 계약서를 받기 전까진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구두 협상 시에 금액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너무 범위에 벗어나지 않은 이상 '나도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정도로 긍정적인 대답을 준다. 그리고 확실한 오퍼를 받았을 경우 네고를 하면 된다. 신입이거나 포지션이 너무 달라서 연봉 감을 못 잡겠다면 회사에서는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때 대뜸 물어보기 보다는 적절한 이유를 대면서 물어본다.
5. 연봉이 정해졌다면 다른 걸로 네고하기
연봉이 마음에 들지 않다면 다른 오퍼와 비교를 하며 카운터 오퍼를 날려도 좋고 희망 연봉대로 오퍼가 왔다면 이제 마지막으로 연봉 외의 나머지 부분을 살펴본다. 연봉 외에 크리스마스 보너스가 있는지, 자기 개발비가 있는지 등등 물어보고 이 부분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 부분을 언급하며 네고가 가능하다.
본인의 경우에는 오퍼를 받은 곳이 자기 개발비가 따로 없는 곳이 있었는데 독일어 공부를 계속하고 싶고 현재 있는 회사에서 이렇게 지원을 해주고 있다. 그 회사에서 따로 해줄 수 있는 건 없나?라고 했더니 아직까지 그런 부분에 관련된 제도적인 부분은 없으니 대신 연봉은 2000유로를 올려주면 어떻겠냐고 했다. 이와 같이 연봉 외의 요소들로 다시 연봉 협상이 가능하다. 그래도 막상 연봉이 정해지면 ‘아 더 부를걸 그랬나’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모두 원하는 연봉을 얻길 바란다.
'독일에서 > 디자이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 취업 :: 경력직 UI/UX 디자이너의 이직 과정 및 결과 (9) | 2021.05.05 |
---|---|
독일 취업 :: 독일 취업에 필요한 마음가짐 (14) | 2021.04.28 |
독일 취업 :: 딥러닝 스타트업 프로덕트 디자이너 면접 (2) | 2021.04.15 |
독일 취업 :: 독일 회사의 복지는 어떤게 있을까 (0) | 2021.04.15 |
독일 취업 :: 모빌리티 회사 프로덕트 디자이너 면접 (10) | 2021.04.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