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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 디자이너

독일 회사 생활 :: 이직 후 첫 출근 그리고 한 달

by Hyedy 2021. 9. 3.

8월에 첫 출근을 하고 어느덧 9월이 되었다. 첫 출근한 날부터 블로그에 글을 남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너무 정신없다 보니 이제야 이직 후기를 쓰게 되었다. 하루하루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아직까지도 정신이 없다. 이때가지 나는 대충 일을 해왔구나 싶을 정도로 이직한 회사는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고 동료들도 다들 배울 점도 많고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라서 이직하기를 너무 잘했다고 매일매일 생각한다.


설레는 첫 출근,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첫날에 재택근무로 온보딩을 할 것인지 오피스로 출근을 할 것인지 물어왔을 때 그래도 첫 출근인데 회사에 한 번 가보자 싶어서 오피스로 간다고 했다. 면접도 다 리모트로 진행되어서 출근 첫날 겨우 회사 건물을 찾아서 들어가려고 하는데 벨이 너무 최신형이라서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당황했다. 어떡하지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건물로 들어가던 사람이 문을 열어줘서 나도 냉큼 들어왔다. 회사가 있는 층에 도착해서 이제 어떻게 들어가지 벨은 어디 있지 찾고 있었는데 마침 또 문을 열고 들어가는 사람이 있어서 냉큼 들어왔다. 얼레벌레 사무실 진입은 성공했으니 이제 메일로 온보딩 관련 정보들을 주고받았던 HR 직원을 찾으러 갔다. HR 직원이 또 어딨는지도 몰라서 물어 물어 도착했는데 직원이 나를 보더니 놀랐다.

👱🏻‍♀️ : 앗 혹시 Hyedy? 벨 안 울렸는데 어떻게...?
👩🏻 : 다들 문을 열어주더라고~~ 그래서 뭐 그냥 들어왔어!


조금 일찍 도착해서 사무실을 이곳저곳 둘러봤는데 출근하길 잘했다 싶을 정도로 너무 멋있었다. 직원들이 한 10%만 출근을 해서 텅텅 비어있긴 했지만 마치 위워크에 있는 사무실인 것처럼 힙했다. 9시가 되고 다른 뉴비들도 다 도착해서 온보딩을 시작했다. 첫 시작은 기기 세팅 온보딩이다. 리모트로 시작하는 사람도 있어서 캠을 켜놓고 단계별로 같이 했다. 맥북과 아이폰을 지급받았는데 이전에 맥북 어떤 걸 갖고 싶냐고 하길래 16인치에 영문 키보드로 신청했다. 새 맥북을 받았는데 13인치만 쓰다가 16인치 쓰니까 화면이 아주 넓고 좋다. 아이폰은 아쉽게도 SE였는데 모든 직원들이 다 SE를 받는다고 했다. 앱 디자인할 때 기기에서 확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SE는 개인 폰이랑 화면 크기가 같아서 화면이 더 큰 폰을 받을 수 없냐고 했더니 알아보겠다고 했다. 기기 세팅이 끝나자 오피스 투어를 하면서 문은 어떻게 열고 들어오는지도 배웠다. 그다음 전반적인 회사 소개 온보딩을 마지막으로 첫날 온보딩이 끝났다.


다들 재택근무를 하지만 내가 첫날 오피스 출근을 한다고 하자 다른 디자이너들이 나를 환영해주기 위해서 다들 출근을 했다. 오전엔 온보딩 때문에 못 보고 점심때가 돼서야 처음 만났는데 다들 너무 성격도 좋고 재밌었다. 같이 일하게 될 디자이너한테 점심 뭐 먹냐고 하니까 회사 바로 근처에 한식집 있다면서 자기는 매번 비빔밥을 먹는다고 했다. 나도 말로만 들어보고 한 번도 간 적 없는 한식당이 회사 바로 근처에 있었다. 너무 좋아 ❤️ 첫날 점심 먹고 대략 디자이너는 어떻게 일 하는지 프로세스만 파악하고 같이 맥주 마시면서 이야기하다가 퇴근했다. 첫날부터 맥주라니 너무 분위기 좋은 거 아니냐고~ 좋은 회사로 이직을 한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다.


행복한 첫 출근 이후로 회사 다른 팀들 온보딩 세션 들으랴 디자인 프로세스 파악하랴.. 또 애자일 하게 일하기 때문에 디자인 팀만 있는 게 아니라 개발자, PO, QA 등등 다른 사람들과 함께 구성된 팀이 또 있어서 여기서도 어떻게 일하는지 파악하랴 너무 정신이 없었다. 말로만 애자일한게 아니라 진짜로 너무 체계가 잘 잡혀있었다. 지난 3년 동안 얼레벌레 일했구나.. 이제라도 제대로 일할 수 있게 적절한 시기에 이직했다 싶었다.


일할 때는 다른 디자이너와 매일매일 페어링 하면서 업무를 파악하고 노트 받아적느라고 바쁘고 이것저것 계속 공부하다 보니 퇴근 후에는 진이 다 빠져서 뭘 할 생각도 안 들었다. 이제는 그래도 파악해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는 대충 알겠다. 근데 회사 내부적으로 약자를 엄청 많이 쓰는데 이건 언제쯤 익숙해질런지 모르겠다. DO는 Drop off, BA는 Billing address, DDS는 Delayed stop station 이런 식으로 평소에 전혀 쓸 일 없는 약자들이 많이 쓰이는데 매번 새로운 약자가 등장할 때마다 물어본다 😢 이런 거 물어볼 때마다 너무 바보 같고 민망하다. 그래도 다들 좋은 팀원들이라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렇게 일 하다 보니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최근에 좋은 피드백을 하나 받았다. 이직한 회사는 Figma를 쓰는데 이미 디자인 시스템이 다 갖춰져 있어서 거기서 계속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다. 근데 이 업데이트하는 방식에 조금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어서 내가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컴포넌트를 만들어서 쓰는 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봤다. 이 방식이 처음 만들 때는 손이 많이 가지만 한 번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업데이트할 때 엄청 쉽게 할 수 있는 방식이다. 다들 너무 좋다고 해보자고 긍정적인 답변을 주었는데 그중 한 명이 너무 따뜻한 말을 해줬다.

👩‍🦱 : 우리 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피드백을 받다니 너무 대단하다 ❤️ 이미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바꾸자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의견을 내줘서 고마워. 이 아이디어에 대한 얘기가 전에 있었는데 마땅한 방법을 못 찾았었거든. 네가 제안한 방식으로 하면 완벽할 것 같아
👩🏻 : 히히 다른 디자이너들처럼 나는 지금 엄청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니라서 이런 아이디어도 제안할 수 있었어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환경이 달라지다 보니 더 열심히 배우고 공부도 하면서 삶을 열심히 살아갈 의욕이 생겼다. 재택근무를 하니까 출퇴근 시간도 없고 일찍 일어나 공부하고 퇴근 후 공부할 수도 있다. 재택근무 만세 🙌 모르는 걸 물어볼 때마다 너무 바보 같다는 자괴감이 들긴 하지만 다들 처음엔 그렇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뻔뻔하게 물어보고 많이 배우려고 노력 중이다. 1년 뒤에는 부디 다른 디자이너들처럼 능숙하게 일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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