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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 디자이너

독일 회사 생활 :: 6개월 수습기간 후 감동의 피드백 🎉

by Hyedy 2022. 2. 23.

이것도 도시마다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함부르크에 있는 많은 회사들이 수습기간 6개월을 두고 있다. 지난 8월에 시작했으니 1월 말에 수습기간이 끝났다. 수습기간이 6개월이라고 하면 너무 긴 것 같은데 벌써 6개월이 지났다니. 독일은 한국과 다르게 수습기간이라고 월급을 적게 준다거나 하지 않아서 쉽게 잘릴 수 있다는 것만 빼면 별 다른 것도 없다. 

 

쉽게 자를 수 있고 그만둘 수 있다지만 '에이 뭐 잘리겠어?' 싶은 심정으로 회사를 다녔는데 연말에 한국에 다녀오고 친했던 동료에게 잘 지내냐고 물어봤더니 자기 잘렸다고 했다. 갑자기?.. 이유를 물어보니 회사와 맞지 않아서 그랬다라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 당시 나도 아직 수습기간이었기에 덜덜덜.. 이 동료와는 다른 팀이었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사람들과 잘 지내는 듯했기에 더 충격적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거나 자를 때 3개월이라는 기간을 보통 두지만 수습기간에는 얄짤없다. 바로 짐을 싸서 나가야 하는데 이 동료도 그런 케이스였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통보를 받고 짐을 싸서 바로 기기를 반납하고 나갔다고 했다. 

 

이 얘기를 동거인에게 했더니 나도 이제 수습 기간이 끝나가는데 계속 일을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면담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전에 회사에서는 딱히 공식적인 면담은 없었고 나한테 계속 일하고 싶냐고 물어봐서 그렇다고 하니 그렇게 되었다;; 이 회사에서는 어떤지 몰라서 같이 일하는 다른 디자이너한테 물어봤다. 

 

👩🏻 : 나 1월 말에 수습기간 끝나는데 면담 같은 거 해야 하나? 프로세스가 어떻게 돼??

👤 : 그런 거 없는데?! 그냥.. 넘어가면 된 거야

👩🏻 :..? 그래..?

 

전에 회사와 마찬가지로 이 회사도 별 다른 절차는 없었다. 심지어 수습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우리 팀 매니저는 휴가 기간이 었기 때문에 말할 틈도 없었다. 그렇게 수습 기간이 무사히 끝나서 자축하고 지냈는데 휴가에서 돌아온 매니저와 Monthly 1:1이 잡혔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다른 얘기할 거 없냐고 물어보더라. 이때다 싶어서 얘기했다. 

 

👩🏻 : 나 1월 말에 수습기간 끝났는데~ 아무것도 없더라?! 원래 아무것도 없어?? 심지어 너는 휴가 중이었잖아 있지도 않았어

👤 : ㅎㅎㅎㅋㅋㅋ맞아 그랬지 그러게 뭔가 있어야 할 거 같은데;;; 근데 우리는 당연히 네가 패스할 거라고 생각해서 아무 말도 없었던 거야!!

👩🏻 : ㅋㅋㅋㅋ그건 알지만~~ 그래도 오피셜 하게 뭔가 있으면 좋겠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 : 오키오키 그럼 내가 네가 같이 일했던 동료들한테 피드백받아올게! 

👩🏻 : 땡큐❣️

 

 


 

 

몇 주후 피드백 미팅이 잡혔다! 여기저기서 피드백을 받았다면서 가져왔는데 아주 감동..🥺 익명이었지만 누가 적었는지 알 것 같은 피드백도 있었다. 

 

첫 번째 피드백은 전에 회사에서도 정말 똑같이 받았던 피드백이다. 뭐든지 빨리 배우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지 않고 바로 시작한다고. 나는 딱히 그런 걸 모르겠는데 다들 이렇게 일 하지 않나?! 😂 걱정했는데 팀원들이랑 합도 잘 맞는 거 같다고 느끼나 보다. 잘됐다 잘됐어. 세 번째는 정말 모르는 게 많아서 궁금할 때마다 계속 물어봤는데 그래서 이런 피드백을 남겨준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가장 놀랐던 'Always having the user in mind' 정말로?!?! 👀 내가?!?!?! 노력하고 있지만 어렵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라서 이런 피드백을 받으니 너무 신기했다. 

 

 

Awesome food pics라니 🤣 휴가 다녀와서 먹은 사진만 올리고 매번 베이킹 한 걸 올려서 그런가. 더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은 서포트하는 역할보다 내 토픽을 맡아서 하는 거인데 새로운 팀으로 옮기자마자 하고 있으니 이 부분은 벌써 됐고 나머지는... 내가 항상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다 🥲 굳이 나서서 이야기하고 그런 게 체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이 부분도 더 많이 하면 좋겠다고 한다. 예를 들면 2주마다 있는 회사 발표에서 디자인 결과를 발표한다든지..? 

 

그저께 있던 회사 발표에서도 몇 부분을 맡아서 발표를 했는데 매니저가 너무 잘했다고 했다 🙈 나 정말 긴장했는데 몰랐냐고 하니까 자기 전~혀~ 몰랐다며 너무 잘했다고 계속 이렇게 하면 된다고 했다. 대학교 1학년 때 발표하는 게 너무 떨려서 마지막 순서에 하겠다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200명 앞에서 이렇게 발표를 무사히 하다니.. 감격이다 감격이야. 끝으로 아무도 나를 계속 고용하는 데에 있어서 'NO'라고 하지 않았고 나랑 같이 일해서 너무 좋다고 했다 💛 앞으로 자괴감이 들 때마다 힘을 얻으러 이 피드백들을 보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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