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동안 페이스북에서도 그렇고 디자이너 커뮤니티에서도 클럽 하우스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클럽하우스는 새로 등장한 오디오 기반의 소셜 미디어 앱으로 기존의 유저의 초대를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는 다소 폐쇄적인 커뮤니티다. 심지어 지금은 iOS밖에 없어서 안드로이드 유저들은 초대해준다고 해도 가입을 못 한다. 갖기 힘들수록 더 매력 있게 보이는 탓인지 심지어 초대장을 사고팔기도 한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길래 나도 궁금해서 다운 받아봤다. 운이 좋게도 바로 초대가 되어서 이용을 해보았는데 생각보다 별 특별한 것이 없어서 실망했고 무엇보다 앱이 너무 불친절했다. 클럽하우스를 처음 이용하고 받은 느낌은 ‘고급진 버전의 토크온’이다. 토크온은 네이트에서 만든 게임을 하는 유저들을 위한 음성 기반 서비스이다. 음성 기반이라는 점이 디스코드와 비슷하지만 채널을 직접 찾아야 하는 디스코드와 달리 토크온은 한 군데에 다 모여있다. 여러 가지 게임 채널이 있고 그 안에 들어가면 같이 게임을 할 사람들을 구하는 방이 있으며 그 안에서 음성과 채팅을 통해 같이 게임을 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이 게임을 위해 이용하긴 하지만 단순 수다를 위한 채널도 있다.
작년에 재택근무가 길어지고 사람들과의 소통이 그리웠을 때 토크온을 이용해봤다. 가뜩이나 한국이 그리웠던 참에 한국 사람들과 한국어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한창 사용했는데 재미는 있지만 휘발성 정보와 인간관계 덕분에 사용한 이후에 ‘남는 게 없다’는 점이 너무 시간을 낭비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점점 멀리하고 현생에서 재미를 찾으면서 이제는 더 이상 쓰지 않게 되었다.
게임 유저가 대부분인 토크온과 달리 클럽하우스는 디자이너, 개발자가 천지에 널렸다. 다양한 나라와 분야에서 일하는 능력자들을 정말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확실히 시간 낭비를 했다는 죄책감은 덜하다. 토크온에서는 독일에서 산다고 하면 ‘니까짓 게 뭔데 독일에서 산다는 거야? 거짓말하지 마’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라 굳이 독일에서 산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클럽하우스에는 독일은 물론이고 유럽, 미국 등 다양한 나라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아 딱히 이 부분에 대해선 자기소개처럼 다들 가볍게 말하고 넘어간다.
개인적으로는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별로 끌리지 않는다. 정말 정보를 얻길 원했다면 유튜브, 팟캐스트 등 다양한 곳에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지 굳이 방 검색도 안 되는 클럽하우스에서 찾지는 않을 것이다. 온라인의 인간관계, 쏟아지는 정보들에 피로감을 느껴서 인스타그램을 탈퇴한 나로서는 클럽하우스도 오디오 기반이라고 해도 벌써부터 피로감이 느껴져 알람을 다 꺼놨다. 유일하게 매력적이 었던 건 ‘독일사는 한녀들’, ’K-장녀들’, ‘유럽의 외노자들’ 같은 방에서 한국인들과 한국어로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계속 사용한다면 심심할 때 이런 방 위주로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클럽하우스의 치명적인 단점으로는 인터페이스가 너무 불친절하다는 것이다. 미니멀하고 깔끔하게 만들어서 예쁜 디자인이긴 하다. 하지만 무슨 기능인지 클릭해보기 전까진 알 수 없는 요소들이 많고 한 번 더 확인이 필요할 법한데도 터치 한 번 만으로도 되는 기능들이 꽤 있다. 클럽하우스에 지인들을 초대했더니 다들 하나 같이 쓰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이 점이 쓰다보면 익숙해져서 스냅챗처럼 클럽하우스의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을진 몰라도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하고 싶은 나로서는 좋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다.
코로나로 많은 부분이 디지털화되면서 단순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사람들을 타겟으로 만들었던 서비스들이 그 범위 밖의 사람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휴대폰으로는 소셜 미디어만 쓰던 엄마가 교회 예배드릴 때 써야 한다며 줌을 어떻게 쓰는 거냐고 물었다. 줌이 서비스를 만들 때 과연 50대 가정 주부인 여성을 타겟에 넣었을까?
클럽하우스의 접근성 측면에서 공감이 가는 아티클을 하나 읽었다. 클럽하우스에서도 신경을 쓰고 있는지 최근 업데이트 접근성 향상 부분에 VoiceOver 기능을 개선했다고 나와있다. 클럽하우스는 아직까지 베타 버전이니 이 부분은 앞으로도 충분히 업데이트 가능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너무 기대를 많이 한 탓인지 아직까지 그렇게 매력을 느끼진 못 했다. 하지만 유로 서비스도 생긴다고 하고 업데이트할 부분이 많은 것 같아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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