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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 사는

독일 생활 :: 자전거 사고 (1) - 구급차 타고 응급실 가기

by Hyedy 2024. 5. 21.

때는 바로 며칠 전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바로 다음날이 노동절로 휴일이라 신나기도 했고 마라탕과 프로즌 요거트를 먹기로 한 날이라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었다. 마침 날씨도 어떻게 이렇게 딱 좋은지 따뜻한 바람에 자켓도 벗고 봄바람을 느끼며 달렸다. 그러다 갑자기 앞에 보이는 아마존 차량… 슬로우 모션으로 어? 왜 안 멈추지? 하는 순간 나도 핸들을 틀었지만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고 이게 뭐지 싶었다.


자전거 도로에서 맞는 방향으로 직진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차가 멈출 줄 알았고 보통은 멈춘다. 그런데 이게 뭐야? 땅으로 굴러 떨어지고 아 뭐지… 하는데 갑자기 땅으로 피가 후드득 떨어졌다. 당황스러웠는데 몸은 움직이지 않고 어리둥절. 사람들이 모이면서 웅성웅성 소리가 나고 괜찮냐고 물어봤지만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지나가던 여자분이 신고는 했냐 독일어는 할 줄 아냐 물어보더니 감사하게도 신고도 대신해주고 남자친구에게도 연락을 해주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어안이 벙벙했는데 여자분이 남자친구에게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지금 내 얼굴이 피범벅이 됐으니 빨리 여기로 오라고 하더라. 그제야 입술이 얼얼하면서 피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사고 당시에는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도 느껴지고 이게 뭐지 싶어서 계속 눈물이 났다.

이윽고 구급대원들이 도착했다. 응급처치 수업에서 들었던 것처럼 은박지 담요를 덮어주고 의식이 있는지 블랙아웃이 왔는지 이것저것 물어보며 머리부터 시작해서 다리까지 어디가 아픈지 체크했다. 다행히 헬맷을 쓰고 있어서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왼쪽에서 차가 박고 오른쪽으로 넘어져서 오른 무릎과 팔이 아팠다. 얘기하니 붕대도 감아주고 계속해서 괜찮다고 얘기해 줬다. 왜 계속 바닥에 누워있나 어리둥절했는데 지금 자기들 차로는 응급실에 이송을 못 해서 이따가 차가 오면 이동할 거라고 했다.

누워있다가 과호흡이 오면서 손발이 저리고 숨이 가빠졌는데 아주 침착하게 계속 이렇게 숨을 쉬라면서 도와줘서 좀 가라앉았다. 그 와중에 내 물건들은 어떻게 되나 싶었다. 내 소중한 프라이탁 가방 또 잃어버릴 순 없어 😭

🤕: 근데 내 가방이랑… 안경이랑 이런 건 어딨어??
👨🏼‍⚕️: 걱정하지 마 우리가 다 챙길게 헬멧, 지갑, 가방, 안경 다 여기 있어
🤕: (아 맞다 헬멧도 있었네) 그럼 내 자전거는 어떻게 되는 거야??
👨🏼‍⚕️: 경찰도 오고 있거든? 경찰이 알아서 할 거야
🤕: (믿어도 되나…) 알았어


Unsplash @Zhen H


드디어 이송할 구급차가 왔다. 아까 신고해 준 여자분이 남자친구가 여기로 오고 있는데 그럼 응급실로 바로 가는 게 낫겠냐며 감사하게도 이런 거까지 다 신경 써주셨다.

구급차에 누워있는데 바로 출발하는 것도 아니고 좀 어수선하더라 뭔 일인가 했더니 경찰이 온 듯했다.

👩🏽‍✈️: 집주소 뭐야? 신분증 있어?
🤕: 아 가방 아님 재킷에 있을 거 같은ㄷ… 아니다 집에 놔두고 온 거 같아 여권 사진 찍어 놓은 거 있는데 그거 보여줘도 괜찮아??
👩🏽‍✈️: ㅇㅇ


👩🏽‍✈️: (어떻게 된 건지 상황 사람들한테 물어봄) 너 자전거로 빠르게 달리고 있었어?
🤕: 아니 나 천천히. 나 빠르게 달리지도 못해;;
👩🏽‍✈️: 그럼 차는? 차도 천천히 오고 있었어??
🤕: 몰라 기억 안 나…
👩🏽‍✈️: ㅇㅋㅇㅋ

상황이 정리됐는지 이제 응급실로 출발했다. 구급대원들끼리 사이렌을 켜니 마니 얘기하다가 별로 응급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키지 않고 달렸다.

🤕.oO(이게 뭐야… 그냥 마라탕 먹고 싶었을 뿐인데)

옆에 앉아있던 구급대원이 헬맷을 쓰고 있어서 다행이고 이도 다 있고 크게 다치지 않았다며 상태가 엄청 나쁜 건 아니랬다. 하긴 교통사고면 더 크게 다칠 수도 있는데 이만한 게 다행이지. 구급차에 실려가는 경험도 해보고 신기했다.

👨🏼‍⚕️: 보험 카드 있어??
🤕: 없는데… 어딘가 찍어 놓은 게 있을지도… (구글 드라이브 뒤져서 서류 찾아냄) 여기!!
👨🏼‍⚕️: ㅇㅋ

구글 드라이브에 이것저것 다 저장해 놔서 다행이다. 어차피 공보험 가입은 되어있으니까 나중에 처리는 가능했겠지만 보나 마나 또 귀찮겠지. 한 15분 정도 걸려서 응급실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들어가기 전에 입구에서 잠시 대기하고 있는데 의사가 나와서 다친 곳을 보더니 입술 전문가(?)가 있는 다른 응급실로 가길 권유했다. 마침 남자친구가 이미 이 응급실로 와있어서 구급차를 타고 같이 다른 응급실로 달렸다.

의사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이번에는 사이렌을 켜고 달리더라. 신기하긴 했지만 이번이 구급차 체험 마지막이길… 한 15분 정도를 더 달려서 또 다른 응급실에 도착했다. 구급대원이 접수를 하고 방으로 나를 옮겨주곤 얼른 나으라며 갔다.

이때부터 시작된 기나긴 기다림. 사고 이후 한 1시간 조금 안 돼서 구급실에 도착했는데 나는 의식도 있고 뼈가 부러진 것도 아니라서 당연히 바로 치료받을 거란 생각을 하진 않았지만 엄청 오래 기다려야 했다.


❗️비상 상황을 대비해 휴대폰 비상연락망에 연락 가능한 사람 추가해 두기
❗️여권, 비자, 보험카드 사진으로 남겨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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