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1년에 최소 한 번씩 팀장과 함께 개별 면담(Feedbackgespräche)을 해야 한다. 한 해에 어땠는지 다음 해에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에 이야기하는 거라 원래 작년까지 다 마쳤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 팀은 인원이 많아서 늦어지다 보니 나는 새해가 돼서야 면담을 할 수 있었다.
*독일어로는 Feedbackgespräche이고 영어로는 Feedback Talks 혹은 Annual Talks라고 하는데 한국어로는 뭐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그냥 연말 개별 면담이라고 적는다.
졸업 후 첫 직장에 첫 면담이다 보니 뭘 이야기해야 할까 엄청 긴장됐다. 회사에서 면담을 위한 책자를 나눠줘서 봤는데 예상 질문이 엄청 많았다. 예상 질문대로 대답도 다 생각해놓고 면접 보는 것 마냥 Arne랑 전날까지 연습도 했다. 막상 당일이 돼서 면담을 해보니 별로 어렵지도 않았다. 왜 그렇게 긴장했는지. 대화 주제는 크게 아래와 같았다.
- 작년 한 해 어땠는가
- 회사에서 교육이라든지 바라는 게 있는가
- 교육 이외에 바라는 게 있는가
- 일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는가
- 독일에 계속 남을 건가
- 지금 연봉은 어떤가
그다지 어려운 질문들은 없어서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대답은 내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고 Feedbackgespräche의 가이드 책자에 있는 WWW-Modell에 맞춰서 대답하려고 노력했다.
Wahrnehmung:
Was ist meine Wahrnehmung der Situation, die frei von Interpretation ist (Beobachtung)?₩
Wirkung:
Welche Folgen hat das für mich und andere?
Wie habe ich die Situation erlebt? Was sind meine Gefühle und Bedürfnisse?
Wunsch/Impuls
Welchen Wunsch habe ich?
Was kann der andere konkret tun?
우선 xyz에 대해서 현재 어떠한 상황인지, 그리고 그게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렇게 이야기 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팀장이 먼저 연봉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 연봉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 응 나 작년에 이것도 잘했고 저것도 잘했고 어쩌고 저쩌고 그러니까 올려줘
👤: ㅇㅋ..그러면 한 이정도 올려주려고 하는데 어때?
👩🏻: ㅎㅎ그정도면 괜찮네
연봉 협상은 생각보다 쉽게 끝났다. 협상이 아니고 통보 수준이긴 하지만. 올려준다고 하는 액수에 더 달라고 해야 하나 싶다가도 아직 협상의 기술이 부족해서 속으로 ‘뭐라고 해야 하지…뭐라고 해야 하지??’ 당황하고 항상 알았다고 해버린다. 이미 알겠다고 한 거 그냥 만족하기로 했다. 독일에선 먼저 연봉 인상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연봉을 올리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어서 누구는 몇 년 동안 동결이라고 겁먹고 있었는데 먼저 이야기도 해주고 수월하게 끝나서 한시름 놓았다.
내 업무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했다. 따로 등급을 매기며 평가하는 것도 없었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분위기여서 너무 좋다고 하니 프로젝트 하나에 얽힌 이해관계가 얼마나 많은데 그걸 단순히 등급으로 나눌 수 있겠냐고 하더라. 그리고 등급을 매기는 자체가 굉장히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들어갈 텐데 그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걱정했던 것보다 면접이 순조롭게 끝나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제 편해진 마음으로 이사할 집을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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