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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 먹고

👩🏻‍🍳 오트밀로 김밥 해먹기 (귀리밥, Hafer)

by Hyedy 2021. 6. 24.

독일 생활에 적응하다 보니 밥을 정말 안 먹게 되었는데 그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좋은 밥솥이 없다. 밥을 한 번 해놓고 보온을 해놔도 맛이 달라지지 않는 밥솥이 있는 반면 보온이 최소한의 온도 유지만 해주는 밥솥이 있는데 후자가 내 밥솥이다. 그래서 매번 밥을 먹을 때 그때그때 밥을 한다. 그러면 밥을 지어놓고 얼려놓으면 되지 않냐 할 수 있는데 일단 최근 전자레인지를 구매하기 전까진 냉동밥을 데울 수 있을 만한 게 없었다. 플라스틱 용기를 별로 쓰고 싶지 않은데 그러면 냉동실에도 괜찮은 유리 용기를 사야 한다. 냉동밥 하나 먹자고 유리 용기들을 또 사야 한다니 플라스틱 용기와 달리 괜찮은 유리 용기는 싸지도 않다. 그냥 안 먹고 말지. 이게 두 번째 이유다. 마지막 이유로는 흰쌀밥이 그렇게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해서다. 같이 섞어 먹으려고 잡곡도 샀는데 섞어 밥을 지었더니 잡곡은 덜 익어서 식감이 좋지 않았다. 제대로 된 잡곡밥을 하려면 밥을 미리 불려놔야 하는데 너무 귀찮다. 배고파 죽겠어서 밥솥이 밥 짓는 것도 못 기다릴 판에 밥을 불려야 한다니 안 먹고 말지. 이러한 이유로 작정하고 비빔밥, 김밥을 하는 게 아니면 밥을 안 먹게 되었다.

그래도 몇십 년 넘게 밥을 먹어온 한국인으로서 가끔 밥이 그리울 때가 있었는데 그때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밥 대신 오트밀을 먹을 수 있다기에 이때 오트밀을 처음 접했다. 아무것도 몰라서 슈퍼에서 오트밀인 Hafer가 적혀있는 걸로 사서 오버나이트 오트밀을 해 먹어 봤는데 나쁘지 않았으나 쌀로 디저트를 만든 Milchreis가 한국인 입맛에 이상하게 느껴지듯이 죽 같은 게 단맛이 나니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내 방식대로 해 먹어 봤다. 오트밀도 압착 후 잘게 부순 것과 압착만 한 종류가 있는데 밥처럼 먹고 싶은 나한테는 압착만 한 오트밀이 더 맞았다.

(왼) 압착 후 잘게 자른 오트밀, (후) 압착만 한 오트밀

왼쪽의 잘게 부서진 Feinblatt 오트가 아마 영어로 Quick Oats인 것 같고 오른쪽의 Großblatt가 Rolled/Old-fashioned Oats 같다. 오트밀에도 가공 방식에 따라 여러 종류가 나뉘고 영양분도 다른데 그중에 Rolled Oats가 제일 좋다고 하니 Großblatt로 먹자!

오트밀을 먹기 전 찾아봤을 때는 물에 젖은 신문지 같다는 부정적인 후기들이 가득했다 😂 무슨 맛인지 정말 신문지 같을지 궁금했는데 밥처럼 먹으니 고소하고 너무 괜찮았다. 물에 불리기만 해서 참치죽, 닭죽처럼 먹기도 하고 계란국을 만들어서 불린 오트밀을 넣고 국밥처럼 먹기도 하고 물에 오랫동안 불려서 밥처럼 먹기도 했다.

한식이 너무 먹고싶었던 날 오트밀을 아주 오랫동안 불려서 밥처럼 먹었다. 너무 맛있었지만 오래 불려야 하는 탓에 뜨거운 물을 써도 오트밀이 많이 식었다. 👉 전자레인지를 산 이유 중 하나! 오트밀 따뜻하게 먹으려고 😊


📌 독일 생활 3년만에 전자레인지를 산 이야기 보러 가기

독일 쇼핑 :: 독일 생활 3년만에 드디어 구매한 전자레인지

한국에선 편의점 음식을 달고 살았기 때문에 전자레인지 없이 살 수 없었는데 독일에 와서는 음식을 다 해 먹다 보니 별로 쓸 일이 없었다. 남긴 음식은 Arne가 다 먹어버리기 때문에 남을 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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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밀을 물에 불리면 톡톡한 식감이 되긴 하는데 식어서 따뜻하게 먹을 수 없고 아무리 불려도 물기가 항상 살짝 남아있어서 뭔가 누룽지 같은 느낌이었다. 전자레인지를 사면 제일 먼저 해보고 싶었던 게 불린 오트밀을 전자레인지에 넣어서 물기를 증발시키면서도 따뜻하게 먹기였는데 해보니 아주 만족스러웠다. 정말 귀리밥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밥 같은 식감이 나왔다. 이걸로 김밥도 해 먹고 비빔밥도 엄청 많이 해 먹었는데 사진 찍어놓은 게 별로 없다 😔

다들 내가 밥 대신 오트밀을 먹는다고 하면 하나 같이 반응이 이렇다.

👩🏻 : 나 요즘 밥 대신 오트밀 먹자나. 완전 맛있음
👤 : 아 오버나이트 오트밀?
👩🏻 : 아뉘 그냥 오트밀 물에 불려서 밥처럼!
👤 : 물에 불리면 밥처럼 된다고..? 신문지 맛 난다던데..? 맛있다고..?
👩🏻 : ㅇㅇ!! 김밥으로도 먹고 죽으로도 먹고 비빔밥도 해 먹었어 존맛!!
👤 : ....????? 어떻게....???????
👩🏻 : @%^$@#$%$ 요렇게 하면 돼 완전 쉬움

너무 맛있는 오트밀 밥! 귀리밥! 다들 이렇게 먹어보면 좋겠다. 신문지 맛 하나도 안 난다구요~!!!


🍚 오트밀 레시피 :: 압착 오트밀로 김밥 해 먹기 (귀리밥, Hafer)

1. Großblatt Hafer Flocken (오트밀) 구매하기

오트밀(Hafer)은 독일 슈퍼 여기저기서 다 살 수 있는데 밥 같은 식감을 원한다면 무조건 Großblatt 다. 나는 로스만에서 매번 10% 할인 쿠폰을 주기 때문에 항상 로스만에서 몇 봉지씩 사온다. 지금까지 한 10 봉지 해치운 듯..지금도 집에 3 봉지 정도 있다.

2. 오트밀 물에 불리기

불려서 그냥 먹을 거라면 이 단계를 충분히 해줘야지 오트밀의 톡톡한 식감이 살아난다. 다들 이 단계를 너무 짧게 해서 신문지 같은 식감이 난 게 아닐까 🤔 전자레인지에 돌릴 거라면 그렇게 오래 불릴 필요 없이 납작했던 오트밀들이 통통하게 올라올 정도만 불려줘도 된다. 물은 뜨거운 물을 써도 되고 미온수로 해도 된다. 오트밀이 살짝 잠길 정도까지만 부어준다.

3. 오트밀이 불 동안에 김밥에 들어갈 재료들 준비하기

오트밀 김밥은 수분이 많기도 하고 밥이랑 달라서 일반 김밥보다 꼬마김밥으로 마는 걸 추천한다. 재료는 간단하게 먹고 싶은걸 준비하면 된다.

다들 무말랭이냐고 했지만 직접 만든 오징어 젓갈이다. 짭짤한 오징어 젓갈에 담백한 오트밀이 잘 어울린다.

야채 버전으로는 버터에 구운 당근, 절인 오이, 파채를 준비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당근을 극혐 했는데.. 언제 이렇게 당근에 빠져버린 건지 🥕🥕🥕

4. 오트밀 전자레인지에 돌리기

재료 준비가 끝났으면 불려놨던 오트밀에 물을 더 추가하지 말고 물기가 살짝 남은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700w 기준으로 2-3분 정도 돌린다.


🛑 여기서 중요!! 🛑 전자레인지에서 오트밀을 꺼내고 밥을 식히듯이 저으면서 식혀줘야 한다. 꺼낸 직후에 물기가 살짝 남아있는데 저으면서 식혀주면 쫀득한 밥처럼 된다. 그래도 밥보다는 찰기가 없기 때문에 김밥 밥처럼 참기름을 넣는 건 비추다. 한 번 넣었는데 오트밀이 하나도 안 뭉쳐져서 먹기가 조금 힘들었다.

5. 꼬마 김밥 싸서 먹기

요렇게 첫 시도에서는 김밥 김을 반 잘라서 말았는데 자르기도 불편하고 잘 안 말렸다.

그래서 담에 말 때는 김밥 김을 한 번 더 잘라서 작게 해가지고 말았더니 아주 딱이었다.


오징어젓갈을 넣은 김밥도 너무 맛있었지만 간단히 야채들만 넣은 김밥도 고소한 오트밀 맛을 잘 느낄 수 있어서 너무 맛있었다. 원래 김을 좋아해서 그런가 🤔 누군가한테 대접할만한 요리는 아니지만 혼자 간단히 집에서 먹기 좋은 요리다. 평소에도 주변 친구들이랑 가족들한테도 오트밀 맛있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데 다들 오트밀이 이렇게 한국적으로 맛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다들 오트밀 김밥 해 먹으세요 🙌 내일 오트밀 김밥 또 해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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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슬리 오트밀 비빔밥 (귀리)

요즘 혼자 밥을 먹고 있는데 1인분 먹자고 밥 하기가 싫어서 오트밀 밥으로 대체하고 있다. 밥솥으로 밥을 지으면 최소 15분은 기다려야 하는데 오트밀 밥은 5분 만에 완성 👏 그냥 밥로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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