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6개월간 교환학생을 하긴 했지만, 주로 학교 <-> 집이었고 한국 친구들이랑 많이 어울려서 그런지 독일의 문화를 많이 접하진 못했다. 그리고 학교와 회사에서의 문화는 많이 다른 듯하다. 학교보다는 회사에서 독일 문화를 더 많이 배우고 있는데, 가끔 적응 안 되는 독일 문화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시도 때도 없이 인사하는 것이다. 지금 사는 함부르크, 독일 북부 지역의 사람들에 대해 많이들 무뚝뚝하고 재미없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같이 일을 해보니까 너무 친절한 것이 아닌가…심지어 가끔 당황스럽기도 하다.
일단 사무실에서 마주치면 무조건 인사를 한다. 아는 사이건 모르는 사이건 ‘Morgen’, ‘Hi’, ‘Hallo’, ‘Guten Tag’, ‘Moin’ 등 인사를 하는데 주방이나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인사는 물론 화장실에서 마주칠 때도 인사를 한다. 보통 가볍게 ‘Hey’라고도 자주 한다. 왜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도 그냥 한다. Hey! 근무 초기에 누가 나한테 인사했을 때 ‘누구지??? 아는 사람인가???’하고 당황해서 대답할 시간을 놓친 적도 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아준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을 때 인사하는 건 아직도 어색하다. 아는 사이라 인사하는 건지 그냥 인사하는 건지 엘리베이터 층 버튼을 누를 때까지 헷갈린다. 오늘 아침에도 마지막으로 탄 남자가 ‘Hallo’ 했는데 나머지 사람들도 인사를 하길래 아는 사이인 줄 알았다. 아는 사람들끼리 인사한 건데 내가 대답하면 이상하니까 가만히 있었다. 근데 그 남자가 그 사람들과 다른 층을 누르는 게 아닌가…! 그때 예의상 인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젠간 나도 친절한 독일인들처럼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할 수 있기를.
독일인들은 인사를 자주 할 뿐만 아니라 사과도 엄청 자주 한다. 예전에 한 번 사무실 주방에서 아이스초코를 먹고 싶은데, 커피머신에는 핫초코밖에 없어서 손수 아이스초코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동료가 주방에 들어와서 커피를 내렸다. 그때가 점심 먹은 직후라 졸려서 에스프레소 샷 하나 넣어야지 하고 동료가 끝난 뒤에 커피 머신에서 샷을 받고 있는데, 커피를 가지고 나가다 말던 동료가 갑자기 “Sorry”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엥??? 왜 뭐가 미안???” 이라고 하니 “네가 커피 받고 싶어 하는 줄 몰랐어. 새치기해서 미안,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야”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을 때 나는 약간 충격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친절하게 생각을 하나…. 나는 커피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내 할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이 사건이 제일 충격이었고 나 들어오는데 문 못 잡아줘서 “Sorry”라고 했던 게 두 번째 충격받은 일이다. 이렇게 자잘한 일들에 의무가 아닌 친절함을 베푸는 것이라 사과할 필요 없는데도 독일인들은 사과를 많이 하는 듯하다. 나쁠 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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