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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읽고25

책 :: 돌이킬 수 있는, 문목하 SF소설과 나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제대로 된 SF소설을 읽어보지 않아서 그런 거였나? SF영화도 즐겨보지 않기에 소설도 그럴 거라고 단정지은 건지. 사실 초반에는 아무런 설명 없이 툭 하고 던져놓은 느낌이라서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갑자기 염력을 쓰는 사람들이 나와서 죽이니 어쩌니 하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지 당최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초반만 읽고 책을 덮어뒀다. 다른 책을 다 읽고 이제 새로운 책을 읽어볼까 하다가 이 책이 생각이 났다. 읽다만 책들의 몇 권 있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새로운 책을 보곤 했는데 왠지 이 책은 한 번 더 기회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은 지 그리 오래되진 않아서 앞부분을 대충 훑어보고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웬걸 이야기가 조금 풀리니 너무 .. 2020. 11. 20.
책 ::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숨결이 바람이 될 때는 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를 고민하던 자의 기록이다. 탄탄대로가 펼쳐진 젊은 의사에게 암 선고가 내려지고 그 이후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지 고뇌하던 과정이 담겨있다. 의사라서 그런지 글로만 읽어서 그런지 자신의 죽음을 굉장히 덤덤하게 받아들인다고 느껴졌다. 폴은 암 환자들을 수없이 봤기 때문일까. 덧없는 희망을 품기보다는 덤덤히 받아들이고 그 남은 기간을 유의미하게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만약 폴이 의사가 아니라면 치료에 더 희망을 가졌을지 궁금하다. 더 이상 가망이 없어 보여서 폴이 생명 유지 장치를 떼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지만 희망을 가져 살아남은 아이의 부모처럼 말이다. 이 부모와 달리 폴은 수많은 죽음을 바로 앞에서 목격해왔기 때문에 기적에 매달리기보다는 더.. 2020. 11. 16.
책 ::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터 스완슨 읽을 책을 찾다가 피터 스완슨의 책이라길래 고민도 안 하고 바로 읽었다. 주인공으로 부부인 헨과 로이드 또 다른 미라와 메슈 이렇게 나오는데 이전에 읽었던 『비하인드 도어』와 비슷하다. 『비하인드 도어』에서는 부부 한 쌍이 주인공이고 다른 부부가 조연이었다면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에서는 헨과 옆집 사는 남자 메슈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인 헨은 판화 작가로 남편 로이드와 교외로 막 이사를 와서 작업도 하면서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새로운 동네에서 사람들도 알아갈 겸 간 파티에서 옆집에 사는 부부인 미라와 메슈를 만난다. 이후 옆집 부부에게 초대를 받아 밥도 같이 먹고 집 구경을 하던 중 헨은 메슈의 서재에서 무언갈 발견하고 하얗게 질린다. 바로 더스틴 밀러가 죽은 살해 현장에서 없어진 펜싱.. 2020. 11. 15.
책 :: 새벽의 방문자들, 장류진 외 5명 새벽의 방문자는 단편 페미니즘 소설들로 구성된 책이다. 「새벽의 방문자」는 그중 첫 번째 소설이다. 혼자 사는 주인공은 관리실에서 택배를 가지고 오는 그 짧은 순간 조차 사는 곳이 노출될까 택배 박스에 적힌 호수를 집으로 가지고 온다. 여자 혼자 이 곳에 산다는 걸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거다. 하지만 여자 혼자 산다는 걸 알기라고 한 듯 새벽에 의문의 남자가 벨을 누른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혼자 사는 집에 새벽에 웬 남자가 벨을 누르고 심지어 문을 열려고 한다니. 알고 보니 오피스텔의 두 채의 외관이 같아서 새벽마다 성매매를 하러 오는 남자들이 주인공의 집으로 잘못 찾아와 벨을 누르는 것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잊고 있던 익숙한 공포가 다시 떠올랐다. 독일에 오기 전 학교 근처에서 혼자 자.. 2020. 9. 27.
책 ::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박정훈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실소가 나왔다. 어떻게 제목을 이렇게 지은 거야. 누가 이 책을 적었든 간에 꼭 읽어봐야겠다 생각하고 노트에 적어놨다가 이번 주말에 드디어 다 읽었다. 2019년에 출간된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은 오마이뉴스의 박정훈 기자가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써 온 글을 엮어낸 책이다. 박정훈 기자.. 어디서 들어봤는데 하고 글을 적어놨다는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니 내가 이미 팔로우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올린 글도 괜찮아서 종종 봤는데 글만 보고 이름은 안 봐서 이 박정훈 기자가 그 박정훈 씨인 줄은 몰랐다. 보통 페미니즘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솔직히 여성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뼛속 깊이 공감할 남자가 몇이나 되겠.. 2020. 8. 25.
책 :: 신경 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 요즘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 중이라 하니 친구가 재밌게 읽은 자기 계발서 하나를 추천해줬다. 그 책은 마크 맨스의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ck로 다소 과격한 원제가 한국에서 출판될 땐 ‘신경 끄기의 기술’로 번역이 되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거침없는 어휘들을 사용하는 듯한데 한국어 버전에서는 그 부분이 번역된 느낌이 많이 나서 아쉬웠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관련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비슷한 이유로 한국어 버전을 읽고 나서도 원서로 한 번 더 읽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한 마디로 말하면 선택과 집중이다. 신경을 써야 할 진짜 중요한 문제들만 선택해 그 부분에 집중을 하고 나머지는 신경을 끄라고 말한다. 인터넷을 통해서 클릭 몇 번에 .. 2020. 8. 10.
책 :: 디지털 미디어와 소외, 최선욱 항상 책을 제목과 목차만 보고 고르다 보니 예상했던 내용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 이번에 읽은 최선욱의 디지털 미디어와 소외도 최근 관심이 있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과 관련이 있을 줄 알고 고른 책인데 이 책에서는 그와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소외의 의미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어떤 환경, 집단,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에서 분리되거나 배제되는 현상이다. 두 번째는 타인에게 자신을 빼앗긴 경우, 타인이 주인이 되고 자신은 대상이 되는 경우, 타인이 자신의 삶을 소유하는 경우를 말한다. 내가 기대했던 소외의 의미는 첫 번째이지만 이 책에서는 주로 두 번째 소외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여러 학자들의 이론들이 등장하지만 그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마르크스의 소외 이론이다. 마르크스는 인간이 .. 2020. 8. 5.
책 :: 인간의 흑역사, 톰 필립스 톰 필립스의 인간의 흑역사, 부제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외국 저자의 책인데 부제가 밈에서 나온 문구라 원제가 뭔지 궁금해 찾아보았다. 원제는 Humans, 부제는 A Brief History of How We F*cked It All Up..😂한국어판 부제는 순화된 버전이구나. 역사 책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챕터를 넘길 때마다 지루할 틈 없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고 번역도 찰떡같이 해놔서 술술 읽힌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가는 거침없이 표현을 하는 편이다. ‘인간은 발길 닿는 곳마다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존재다.’ 라든지 이 책 내내 얼마나 인간이 멍청한 존재인지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오늘도 마침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 때문에 과일과 야채에서조차 .. 2020. 7. 10.
책 ::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제목만 보고 나의 아픔이 어떻게 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골랐다. 하지만 이 책은 개인보다는 사회적으로 어떠한 변화가 있어야 할지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저자 김승섭 교수는 사회역학을 공부한 자로 데이터를 통해 질병의 사회적·정치적 원인을 밝히는 일을 한다. 저자는 질병의 사회적 원인이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지금 확 와 닿는 말이다. 지금 일하는 회사는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있어 몇 달째 재택근무를 하고 외출을 최소한으로 하며 질병에 노출될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나와 같은 케이스는 아닐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꼭 출근을 해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심지어 코로나의 영향으로 인해 실직자가 된 사.. 2020.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