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까지 2주 정도 시간이 남았다. 뭐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함부르크에서 편히 쉬고 싶었는데 이럴 때 여행을 가야 한다는 친구의 말에 그러면 가까운 곳이라도 가볼까 싶어서 런던 여행을 계획했다. 함부르크에서 얼마 안 걸리기도 하고 최근에 친구가 런던으로 이사를 했기 때문에 숙박 걱정도 없다. 비행기표는 라이언에어를 샀는데 표값 자체는 50유로 언저리였는데 기내용 캐리어 하나를 추가하니까 50유로가 붙어서 100유로에 샀다. 백팩을 들고 갈지 캐리어를 추가할지 고민했는데 50유로에 추가하길 잘했다. 일주일 밖에 안 있고 짐도 별로 안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백팩에 했으면 후회할 뻔했다.
런던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뭐 가져갈 거 있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독일 살라미 스틱을 사오라니? 생각지도 못했다. 거기도 살라미를 팔긴 하는데 독일처럼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작은 살라미는 없나 보더라. 친구 줄 살라미 스틱도 챙기고 영양제도 챙겨서 런던으로 떠났다.
여행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공항 근처에 사는 탓에 여유를 부리다가 거의 비행기를 놓칠뻔했다. 원래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버스가 20분 뒤에 온다길래 MOIA를 타고 가고 겨우 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 카운터에 갔더니 나밖에 없더라. 큰일 났다 싶어서 얼른 보안 검색대로 갔는데 웬걸. 평일 낮인데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저 앞에 전광판에 ‘여기서부터 검색대까지 1시간 정도 걸림‘ 이렇게 적혀있었다. 아직 저기까지도 못 갔으니 진짜 큰일이다. 60분 정도 뒤에 비행기는 출발하는데 검색대까지 가는 시간이 40분이라니. 잠깐 줄을 서서 어떡하지 생각을 하다가 Fast track을 살 수 있는지 어플로 봤다. 한 번도 이용해 본 적 없었는데 5유로 정도면 살 수 있었다. 줄에서 나오면서 부랴부랴 가는 길에 애플페이로 겨우 결제해서 빨리 통과했다.
겨우 게이트에 도착했는데 역시 나 빼고 다 이미 도착한 듯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조금 기다리다가 보딩을 시작했다. 이전에 친구한테서 라이언에어가 가방 무게, 부피에 대해서 굉장히 까다롭게 본다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전혀 하나도 신경 안 쓰더라. 나는 Priority 줄에 서있었는데 일반 티켓을 산 사람이 여기 서있어도 아무 말도 안 하더라 🤷🏻♀️ 뭐야 아무튼 걱정했던 것과 달리 라이언에어는 내 짐들에 대해서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무사히 통과했다.
자동으로 배정되는 좌석을 선택했는데 넓은 비상구 좌석에 당첨이 되었다. 개이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비상구 좌석 극혐이다 😭 짐으로 캐리어 하나랑 작은 프라이탁 백을 들고 탔다. 캐리어는 위에 올리고 가방을 앉고 탔는데 승무원이 비상구 좌석이라서 가방도 위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
짐도 다 올리고 비행 후 런던에 도착했는데… 캐리어만 내리고 프라이탁 가방은 까먹고 안 내렸다. 매번 가방을 앉고 타는 거에 익숙하기도 했고 흰색에 작은 가방이라서 뒤쪽으로 빠져있어서 못 봤다. 그렇게 캐리어만 가지고 나가다가 한 5분 지났나 가방을 두고 온 게 생각나 다시 가서 말했는데 없단다. 자기네들이 다 찾아봤는데 이미 없고 누가 가져갔거나 아님 짐 나오는 곳으로 나올 거라고 했다. 아니 말이 되나? 심지어 내 좌석이 뒤쪽이라서 사람들도 별로 없었는데 그리고 비행기에서 누가 남의 가방을 가져가냐고. 자기네들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나가라고 했다. 거기 안에 배터리 충전기랑, 보조배터리, 지갑, 열쇠 다 있는데 😭 정말 다행히 여권은 주머니에 넣어놔서 잃어버리지 않았다. 여권마저 잃어버렸으면 런던 발도 못 디딜뻔했다.
아주 오래된 아이폰 7을 쓰고 있어서 배터리가 언제 닳을지 몰라 조마조마하면서 친구랑 연락을 했다. 가뜩이나 나 혼자라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패닉이었다가 내가 더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공항을 나왔다. 내가 아주 좋아하던 프라이탁 가방,,, 천년만년 쓰고 싶던 파우치,,, 미니 소금,, 미니 가위,,, 미니 물병,,, 죄다 잃어버렸다. 떠나기 며칠 전 친구랑 얘기하다가 비행기 타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자기는 항상 가방에다가 에어태그를 넣는다고 했다. 그땐 별 생각 안 했는데 가방을 잃어버리면서 에어태그 나도 살 걸 하고 엄청나게 후회했다. 다음 여행 하기 전에는 꼭 살 테다. 3개 사서 모든 가방에다가 다 넣어놓을 거야.
런던에는 공항이 아주 많은데 이날은 Standsted 공항으로 도착하는 비행기였다. Standsted 공항에서 시내로 도착하는 방법이 버스, 기차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버스는 멀미할 것 같아서 기차로 예매했다. 기차는 Standstred Express를 사면 되는데 왕복으로 사면 첫날만 날짜가 정해져 있고 돌아오는 건 한 달 이내로 아무 날짜나 타도 된다. 가격은 30유로 정도였고 버스는 반값이라고 한다. 그래도 기차가 배터리 충전도 되고 에어컨도 나오고 빠르고 만족스러워서 다음에 와도 또 기차를 탈거다.
무사히 기차를 타구 친구네 동네에 도착했다. 원래 친구가 이탈리아 음식을 먹는 게 어떻겠냐고 했는데 이탈리아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이 모든 사건들에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주 자극적인걸 먹고 싶었다. 친구에게 지금 아주 자극적인 음식을 먹어야겠다고 하니까 전에 내가 말했던 짬뽕 맛집 가는 거 어떠냐고 했다.
📍런던 한식당 강남포차
https://maps.app.goo.gl/Lw9rzz4YhFykL85L7?g_st=ic
친구도 원래 함부르크에 살다가 런던으로 갔는데 함부르크에 비해서 런던에 한식집이 엄청 많고 한식을 아는 사람들도 훨씬 많다고 했다. 강남포차도 갔더니 입구에 줄이 조금 있더라. 한 10분 정도 기다려서 들어왔다. 내부가 굉장히 좁았는데 뭔가 분식집 같은 느낌이다.
이날 김치전, 짬뽕, 탕수육 이렇게 시켰다. 다른 친구가 여기 짬뽕 진짜 맛있다고 추천해 줘서 아주 기대를 했다.
우리 테이블은 테이블에 벨이 있는 게 아니랑 이렇게 뜬금없이 벽에 벨이 붙어있었다. 다른 테이블은 다 테이블에 있던데…? 뭐지 싶었는데 누르니까 오긴 하더라.
헉 이 식기 한국이야 뭐야! 저 물병은 또 뭐야 한국이야???? 순간 한국인줄 알았다. 사장님이 한국인인가?? 그리고 물을 이렇게 주는 거에 놀랐는데 친구가 런던 식당은 수돗물에 대해 관대하다고 알려줬다.
음료 뭐 시킬까 하다가 갈아 만든 배가 있길래 당연히 시켰다. 내 사랑 갈배 💛 한국에 있을 때 엄청 마셨는데 여긴 없어서 아쉽다.
음식이 엄청 빨리 나왔다. 김치전 맛있는데 진짜 김치전은 아니고 뭔가 믹스 반죽을 쓴 거 같은 맛? 그래도 바삭하고 괜찮았다.
다음으로 나온 짬뽕! 오징어가 진짜 많이 들어있었다. 사진 보니까 또다시 먹고 싶네… 홍합이 살짝 비리긴 했지만 국물도 면도 다 맛있다.
마지막으로 나온 탕수육. 친구도 나도 굉장히 실망했다. 이걸 탕수육이라고 불러도 되냐고요. 튀기기는 한 걸까 뭔가 에어프라이에 돌린 것 같은 그런 맛이다. 급식에 나오는 탕수육을 상상하면 된다.
친구한테 런던에서 팁은 어떻게 주냐고 했더니 이미 자기네들이 알아서 포함시키기 때문에 줄 필요 없다고 한다;; 저기 적힌 Service Charge… 지들 맘대로 5유로를 추가해 놨다. 빼달라고 말하면 빼줄 수도 있다는데 그렇게 해본 적은 없다;; 마지막 계산서에만 팁이 포함되어 나오기 때문에 항상 메뉴판에서 생각했던 금액보다 더 나온다고 한다. 물가 비싼 런던에서 둘이서 이렇게 음식 3개에 음료까지 먹은 거면 괜찮은 가격 같다. 첫날 저녁은 이렇게 한식으로 마무리하고 집에 가서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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